―프랑시스 퐁주의 시,/나비
나비 날아다니는 성냥, 그 불꽃은 번져나가지 않는다. 더구나 그것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는 이미 피어버린 꽃을 확인할 뿐. 하지만 상관없지. 점등하는 사람처럼 불을 붙이고 다니며 꽃마다 남아있는 기름의 양을 확인하기 때문에. 나비는 지치고 해진 몸을 이끌어 꽃의 부리에 앉고, 애벌레였던 시절 줄기 아래서의 기나긴 굴욕을 복수한다. 대기 중의 조그만 돛배는 수많은 꽃들 사이에서 시달리며 정원을 배회한다. ―프랑시스 퐁주의 시, 「나비」중에서 프랑시스 퐁주(1899∼1988) 나보다 더 낮게, 언제나 나보다 더 낮게 물이 있다. 언제나 나는 눈을 내리깔아야 물을 본다. 땅바닥처럼, 땅바닥의 한 부분처럼, 땅바닥의 변형처럼. 물은 희고 반짝이며, 형태가 없고 신선하며, 수동적이라 못 버리는 한가지 아집이라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