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유명 글 모음 223

―프랑시스 퐁주의 시,/나비

나비 날아다니는 성냥, 그 불꽃은 번져나가지 않는다. 더구나 그것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는 이미 피어버린 꽃을 확인할 뿐. 하지만 상관없지. 점등하는 사람처럼 불을 붙이고 다니며 꽃마다 남아있는 기름의 양을 확인하기 때문에. 나비는 지치고 해진 몸을 이끌어 꽃의 부리에 앉고, 애벌레였던 시절 줄기 아래서의 기나긴 굴욕을 복수한다. 대기 중의 조그만 돛배는 수많은 꽃들 사이에서 시달리며 정원을 배회한다. ―프랑시스 퐁주의 시, 「나비」중에서 프랑시스 퐁주(1899∼1988) 나보다 더 낮게, 언제나 나보다 더 낮게 물이 있다. 언제나 나는 눈을 내리깔아야 물을 본다. 땅바닥처럼, 땅바닥의 한 부분처럼, 땅바닥의 변형처럼. 물은 희고 반짝이며, 형태가 없고 신선하며, 수동적이라 못 버리는 한가지 아집이라면 그..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속 깊이깊이 아로새길까 기쁨 앞엔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 마주하며 우리의 팔 밑 다리 아래로 영원의 눈길 지친 물살이 천천히 하염없이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사랑이 흘러 세느 강물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찌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하더냐 희망이란 또 왜 격렬하더냐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햇빛도 흐르고 달빛도 흐르고 오는 세월도 흘러만 가니 우리의 사랑은 가서는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만 흐른다 밤이여 오너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만 머문다 - 시집『알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떠난다/마흐무드 다르위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떠난다 마흐무드 다르위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떠난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구름의 여정을 따라가듯, 구름 그늘에, 나무둥치 사이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묻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내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조국의 한 시간을 향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