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유명 글 모음

국화 옆에서/서정주

박송 입니다. 2010. 12. 17. 16:43

 

 

 

서정주 시인

 

 

한국의 현대시를 큰 흐름에서 볼 때, 두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김수영과 김춘수이다.

김수영은 문학을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자 했고, 김춘수는 사회적인 조건들을 배제한 상태에서의 문학의 독립적인 존재 의의를 찾고자 했다.

문학이 가지고 있는 사회성의 측면을 강조하는 시들이 김수영의 시와 맥이 닿는다고 한다면, 언어 자체에 대한 탐구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보여주는 시들은 김춘수의 시적인 시도들과 무관하지 않다.

 

서정주의 시는 이러한 흐름과는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그의 시는 사회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언어에 대한 실험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의 시가 현대시의 큰 흐름과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의 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초기 시집인 [화사집]에서는 부분적으로 서구적인 미의식이 나타나긴 히자만, 그의 시는 '신라'를 시적인 소재로 끌어들이며서 현재의 삶과는 무관한 신화적인 시공간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것은 근대적인 시공간의 좌표가 설정되기 이전의 영역이고, 현실적인 가치기준이나 윤리적인 잣대들이 개입될 수 없는 독특한 영역이다. 그의 시가 구조를 분석하거나 기호를 해독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그대로 죽 읽히는 것은, 그의 시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기 이전의 직관적인 영역에 속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주제별로 볼 때 서정주의 시는 몇 개의 주제들을 반복하고 있다. 원죄와 형벌, 전통과 초월, 영원한 것에의 귀의, 육체성의 강조 등은 이미 [화사집]에서부터 나타나는 주제들이다. 이후의 시들은 이러한 주제들을 심화하거나 변주하는 방식으로 쓰여지고 있다. '신라'나 여성, 죽음에 관한 생각 등은 그러한 주제들을 구체화시키는 소재이면서 동시에 주제이기도 하다.


 

 

 

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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