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유명 글 모음

메밀꽃 필무렵'/이효석

박송 입니다. 2010. 5. 17. 01:42

이효석(李孝石)
 
 
      
 1907∼1942까지 생존했던 소설가입니다.

 
  호는 가산(可山). 강원도 평창(平昌) 출생.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2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시 〈봄〉이 선외 가작(選外佳作)으로 뽑힌 일이 있으나 정식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한 것은 〈도시와 유령〉(1928)부터이다.
 
이 작품은 도시유랑민의 비참한 생활을 고발한 것으로, 그 뒤 이러한 계열의 작품들로 인하여 유진오(兪鎭午)와 더불어 카프(KAPF :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진영으로부터 동반자작가(同伴者作家)라는 호칭을 듣기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31년 이경원(李敬媛)과 혼인하였으나 취직을 못하여 경제적 곤란을 당하던 중 일본인 은사의 주선으로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취직하였다.
 
그러나 주위의 지탄을 받자 처가가 있는 경성(鏡城)으로 내려가 그곳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하였다. 그의 초기 작품은 경향문학(傾向文學)의 성격이 짙은 〈노령근해 露嶺近海〉(1930)·〈상륙 上陸〉(1930)·〈북국사신 北國私信〉 등으로 대표된다. 생활이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한 1932년경부터 그의 작품세계는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탈피하고 그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향토적·이국적·성적 모티프(motif)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오리온과 능금〉(1932)을 기점으로 하여 〈돈 豚〉(1933)·〈수탉〉(1933) 등은 이 같은 그의 문학의 전환을 분명히 나타내주는 작품들이다. 1933년에는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순수문학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하였다.
다음해에는 평양에 있던 숭실전문학교로 전임하였다. 그의 30대 전반에 해당하는 1936∼1940년 무렵은 작품 활동이 절정에 달하였을 때이다. 해마다 10여 편의 단편과 많은 산문을 발표하였으며, 〈화분 花粉〉(1939)·〈벽공무한 碧空無限〉(1940) 등 장편도 이때 집필된 것이다.
 
〈산〉·〈들〉·〈모밀꽃 필 무렵〉(1936)·〈석류 沸榴〉(1936)·〈성찬 聖餐〉(1937)·〈개살구〉(1937)·〈장미 병들다〉(1938)·〈해바라기〉(1938)·〈황제〉(1939)·〈여수 旅愁〉(1939) 같은 그의 대표적 단편들이 거의 이 시기의 소산이다.
 
1940년에 상처(喪妻)를 하고 거기에 유아(乳兒)마저 잃은 뒤 극심한 실의에 빠져 만주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돌아왔다. 이때부터 건강을 해치고, 따라서 작품 활동도 활발하지 못하였다. 1942년 뇌막염으로 병석에 눕게 되고, 20여일 후 36세로 요절하였다.
 
학창시절 체호프(Chekhov,A.)에 탐닉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이 같은 외국 문학의 영향을 적절히 소화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자연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문학관에 있어서 싱그(Synge,J.M)나 로렌스(Lawrence,D.H) 등의 영향을 엿볼 수 있으며, 표현이나 구성의 기법면에서는 체호프·맨스필드(Mansfield,K.) 등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영향들을 소화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효석의 작품세계의 특질은 한마디로 향수의 문학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 지향은 안으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밖으로는 이국(異國), 특히 유럽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난다.
 
전자는 〈모밀꽃 필 무렵〉에서와 같이 고향의 산천을 무대로 한 향토적 정서 표현으로 나타나는 경우와, 〈들〉·〈분녀〉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원적으로 인간 자체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에덴과 같은 것을 추구하는 원초적 에로티시즘(primitive eroticism)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후자는 서구적인 것에 대한 동경으로서 현대문명과 자유를 갈망하는 지향에서 이루어진 엑조티시즘(exoticism : 異國風)인바, 이 같은 동경의 세계를 서정적 문체로 승화시켜 특유의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메밀꽃 필무렵 발표안

▶ 핵심정리
지은이 : 이효석
갈래 : 단편 소설. 순수 소설
배경 : 어느 여름 밤, 봉평에서 대화까지의 메밀꽃 핀 달밤의 산길
성격 : 낭만적. 탐미적. 시적(서정적), 토속적 정서를 바탕으로 인간의 원초적 애정을 시적으로 승화한 작품
시점 : 3인칭 전지적 시점이나 (부분적으로 작가 관찰자 시점이 보임)
제재 : 장돌뱅이 허 생원 일행의 삶, 메밀꽃을 배경으로 한 남녀 간의 사랑
주제 : 장돌뱅이의 인생 유전과 인연. 인간 본연의 애정문제, 떠돌이의 삶을 통해 본 인간 본연의 애정, 자연적이고 신비한 인간의 본원적 애정, 본능적 혈연 의식
발단 : 대화로 가는 길 위에서 허 생원의 사랑 이야기를 회상함.
전개 :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가 암시됨.
절정 :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
결말 : 제천으로 가겠다는 허 생원

▶ 인물
허 생원 - 주인공. 장돌뱅이. 과거의 추억 속에 사는 고독한 인물로 숫기가 없고 아둑시니 같지만 투전을 하는 면, 서정적인 일면도 있음. 유랑의 원형을 가진 떠돌이 인생.
동이 - 장돌뱅이. 젊은 혈기와 순수함을 간직한 젊은이. 행동에서 허 생원의 친자식으로 암시되는 인물.
조 선달 - 보조적 인물. 장돌뱅이. 남의 흉허물을 덮어줄 줄 아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

 

 

메밀꽃필무렵





줄거리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 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온갖 피륙을 팔던 가게)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에게 나꾸어보았다.

드팀전의 허 생원과 조 선달이 장을 거두고 술집에 들렀을때 벌써 먼저 온 동업의 젊은 녀석 동이가 계집을 가로채고 농탕치고있었다. 허 생원은 괜히 화가 나서 기어코 그를 야단쳐서 쫓아내고 말았다. 장돌뱅이의 망신을 시킨다고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 그는 얼마 후 되돌아와서 허 생원의 나귀가 발광을 하고 있다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허 생원은 어이가 없었다. 얽음뱅이요 왼손잡이인 허 생원은 계집과는 인연이 멀었다. 때문에 장돌림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건만 아직 홀몸이었다. 그러므로, 자신과 늘 함께하는 나귀의 신세가 느꺼웠던 것이다.
밤이 들어 허 생원은 조 선달과 동이와 함께 나귀를 몰고 다음 장으로 발을 옮겼다. 봉평장으로 가기 위해서다. 달이 환히 밝았다. 달밤이면 으례, 허 생원은 젊었을 때 봉평에서 겪었던 옛일을 애기하는 것이었다.
개울가에 모밀꽃이 활짝 핀, 달 밝은 여름 밤이었다고 한다. 그는 멱을 감을 양으로 옷을 벗으러 방앗간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우연히 울고 있는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나서 어쩌다가 정을 맺었던 것이다. 그녀는 봉평서 제일 가는 일색이었다. 그는 오늘도 기이한 인연에 얽힌 이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동행을 하다가 허 생원은 이날 밤 동이가 아버지를 모르고 자라난 사생아임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그의 어머니의 고향은 봉평이라 했다. 허 생원에게는 맺히는 것이 있었다. 동이 어머니가 제천에서 홀로 산다는 말을 듣자 그는 놀라 개울에 빠지게 된다. 이튿날 그는 동이를 따라 제천으로 가 볼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문득, 그는 나귀를 몰고 가는 동이의 채찍이 동이의 왼손에 잡혀 있음을 똑똑히 보았다. 아둑시니같이 어둡던 그의 눈에도 이번만은 그것이 똑똑히 보이는 것이 었다.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인간 심리의 순수한 자연성을 허 생원과 나귀를 통해 표출하고 있는 낭만주의적인 소설이다. 강원도 땅 봉평에서 대하에 이르는 팔십리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그 길을 가는 세 인물의 과거사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연적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늙고 초라한 장돌뱅이 허생원이 20여년 전에 정을 통한 처녀의 아들 동이를 친자로 확인하는 과정이 푸른 달빛에 젖은 메밀꽃이 깨알깨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밤길 묘사에 젖어들어 시적인 정취가 짙게 풍겨나온다. 낭만성과 탐미주의 성향이 어우러진 이효석 문학의 대표작이다.
서정주의적 경향이 많으며 암시와 추리를 통해 주제를 간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대화 형식으로 플롯이 진행되며 반복되는 지명(地名)으로 의식과 감정을 고조시킨다. 낭만주의적인 경향이 많으나 파장 무렵의 시골 장터의 모습이나, 주인 허 생원을 닮은 나귀의 모습이나,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의 묘사같은 것은 뚜렷한 사실성을 가지고 서술되었다.
허 생원이 동이가 친자(親子)라는 것을 확인한 후의 모든 기쁨은 독자의 상상력에 유보되어 있다. 물론, 확인하는 과정의 중요한 단서가 된 '왼손잡이'가 과연 유전이냐 하는 의문은 걷어 치우고라도 허 생원과 친자로 예상되는 동이가 모두 장돌뱅이라는 사실은 부전자전(父傳子傳)의 동일성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티브는 김동리의 [역마]에도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김유정과 같은 고향인 봉평에서 오래 살았다는 황일부 노인에 의해 거의 모든 등장인물, 특히 허 생원과 충줏집이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개관 정리


▷ 주제 : 장돌뱅이 생활의 애환을 통한 인간 본연의 속성으로서의 애정
떠돌이의 삶을 통해 본 인간 본연의 애정
▷ 성격 : 낭만적. 서정적. 묘사적.
▷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순수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성격 : 낭만적, 서정적, 묘사적, 유미적(서정적 소설→시적 소설)
▷ 구성 : 단일 구성
▷ 표현
- 향토적 어휘
- 대화체 문장
- 갈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음
- 두 축(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 친자 확인)
▷ 행선지 : 봉평→대화→제천
▷ 배경 : 오후∼밤중, 봉평∼대화의 산길

 

 

 

 

 

 

 

 

 

'문인 유명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아/서경덕  (0) 2010.05.19
마왕/괴테  (0) 2010.05.17
산방한담/김시습  (0) 2010.05.16
김극기 詩  (0) 2010.05.11
이율곡 선생詩  (0) 201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