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克 己
思歸 數畝荒園久欲蕪 淵明早晩返藍輿 鬢衰却與飛蓬似 形瘦還將枯木如 無奈爲貧從薄官 不妨因病得閑居 但聞明主求儒雅 投佩歸山計恐疎
돌아가기를 생각함
몇 이랑 묵정밭 오래 거칠어 가니 머잖아 도연명처럼 남여 타고 돌아가리. 귀밑털 성글어져 흩날리는 쑥 같고 몰골은 여위어 고목과 비슷해지네. 어쩔 수 없이 가난 때문에 얕은 벼슬 쫓아다녔지만 이제 병과 상관없이 한가하게 되었네. 다만 듣기론 임금께서 어진 선비 구하신다니 벼슬 버리고 고향 가지 못할까 두렵구나.
감상 : 김극기는 생몰연대가 분명하지 않지만, 고려 중기 의종, 명종 때의 문신으로 호가 노봉(老峰)이고 본관은 경주다. 젊어서부터 글로 이름이 높았고 문과에 급제했으나 관직에 뜻이 없어 초야에서 시를 지었다. 무신정권 때 학행으로 의주 방어판관에 천거되어 명종 때 한림학사가 되었다. 금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문명(文名)을 떨쳤으나 얼마 후 죽었다. 문집이 135권으로 최우(崔瑀)가 편찬했다고 하나 전하지 않는다. 산림에서 불우하게 고고한 삶을 살다가 벼슬에 나갔으나 세력가에 빌붙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시는 전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읊은 것인데 언어구사가 맑고 활달하다. 수련(首聯)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전원이 장차 거칠어 가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田園將蕪胡不歸)”라는 구절의 의취를 살리고 있다. 그리하여 도연명처럼 전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함련(頷聯)에는 늙어서 벼슬길에 나온 자신의 모습을 형용해서 이미 초라한 몰골로 시들어 버렸다고 했다. 이미 늙어서 바쁜 공무에 적합지 않다는 뜻을 감추고 있다고 하겠다. 경련(頸聯)에는 자신의 처지를 말하여 가난 때문에 낮은 벼슬에 나오게 되었지만 이것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 전처럼 한가하게 살겠다고 했다. 무신정권 아래서 벼슬하는 것이 아무리 가난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살아온 행적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자각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미련(尾聯)에서 그는 염려하기를 임금이 어진 선비를 구한다니 혹시 자신도 붙잡으면 어찌하나 그래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였다.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 벼슬살이를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계획이 왕의 부름으로 어그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험난한 시대를 만나 전원으로 돌아가려는 심정이 도연명과 매우 유사하지만 아마 그는 바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더 붙잡혀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임금의 부름을 염려한 것이나 금나라에 사신으로 갔다는 기록 등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田家四時(春)
歲月風轉燭 田家苦知促 索綯如隔晨 春事起耕耨 負耒歸東阜 林間路詰曲 野鳥記農候 飛鳴催播穀 饁婦繞田頭 芒鞋才受足 稚子尋筍蕨 提筐向暄谷 遲日杏花紅 暖風菖葉綠 甘雨亦如期 來夜勻霡霂 莫辭東作勤 勞力在吾力
시골집의 사철 (봄)
세월은 바람에 펄럭이는 촛불 같아 농가에서 바쁜 것을 알겠구나. 새끼 꼬아 지붕 인지 어제 같은데 어느새 봄 되어 밭 갈기 시작하네. 따비를 메고 동쪽 들로 나가니 숲 사이 길은 꼬불꼬불 돌았네. 들새는 농사철을 알리는데, 날고 지저귀며 씨 뿌리기를 재촉하네. 들밥 나르는 아낙네 밭 머리를 도는데 짚신은 낡아 겨우 발에 걸렸구나. 어린애는 나물과 고사리 찾아 바구니 들고 양지쪽 골짜기로 향하는데 해는 길어 살구꽃은 붉었고 바람은 따뜻한데 창포 잎은 푸르렀네. 단비도 또한 철을 맞춰 오니 간밤에 흐뭇이 고루 적셨구나. 봄 농사일 괴롭다고 꺼리지 말라. 노력하기는 오직 내 힘에 있네.
田家四時(秋)
鴻雁已肅肅 蟪蛄仍啾啾 田夫知時節 銍艾始報秋 四隣動寒杵 通夕聲未休 晨興炊玉粒 溢甑氣浮浮 紫栗落紅樹 朱鱗鈎碧流 白甁酌杜酒 邀客更相酬 外貌雖陋促 中情尙綢繆 酒闌起相送 顔色還百憂 官租急星火 聚室須豫謀 苟可趁公費 私廬安肯留 何時得卓魯 却作差科頭
시골집의 사철 (가을)
어느새 기러기는 펄펄 날고 쓰르라미도 따라 울어대고 농부는 시절을 알아 쑥대 베어 비로소 가을을 알리네. 사방 이웃에 차가운 절구소리 저녁 내 그 소리 쉴 줄 모르네. 새벽에 일어나 입쌀로 밥 지으니 솥에는 구수한 김이 오르네. 자줏빛 밤은 붉은 잎에 떨어지고 붉은 비늘 고기를 푸른 물에서 낚는구나. 흰 병에 두견주를 따라 손님을 맞이해 서로 주고 받으니 겉모습은 비록 누추하나 마음 속의 정은 오히려 은근하다네. 술 먹고 일어나 서로 보낼 때 얼굴 빛은 도리어 온갖 시름에 잠기네. 관청의 세금 독촉이 성화 같아 집안 식구 모아 미리 의논하는데 진실로 세금은 바쳐야 되는 것이니 어찌 개인 집에 남겨두겠는가. 어느 때 탁무(卓茂) 노공(魯恭) 같은 이를 만나 한번 맨 먼저 바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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