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유명 글 모음

어머니/ 막심 고리끼

박송 입니다. 2010. 6. 1. 14:02

 

 

어머니 /막심 고리끼


 본명은 페슈코프(Aleksei Maksimovich Peshkov)로 니주니노브고로트 에서  출생했다. 4세 때 부친을 여의고 조부의 슬하에서 양육되었다. 12세에 구두 수선공을 시작으로 접시닦이, 심부름꾼, 수위, 부두노동자로 일하면서 학생, 지식인, 혁명가 등과 접촉을 시작했다. 

  특히 그는 인민 민주주의(일종의 사회주의)와 톨스토이를 맛보았고 톨스토이 적 사회공동체를 꿈꾸었다. 훗날 사회주의 혁명가로서의 면모가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경찰의 밀정노릇을 하라는 유혹을 받기도 하고, 연애를 시도해 보지만 여지없이 실패하였다. 이로 인해 염세증에 걸려 자살을 기도하는 등 보통 젊은이처럼 청춘을 앓았다.

  1892년 처음으로 '막심 고리키'라는 필명으로 [마카르 추드라]를 발표하였고, 이어 [첼카쉬]를 발표하여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리키'라는 말은 '고통받는 자'라는 뜻으로 고난 속의 러시아 민중의 고통을 짊어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1899년에는 그때까지 써모은 단편 등을 [기록과 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 일약 유명작가가 되었다. 1901년에 발표하여 선풍을 일으킨 산문시 [바다제비의 노래]는 혁명의 횃불이 되었으며, 같은 해에  희곡 [소시민]을 발표해 극작가로서도 높은 평판을 얻었다. 체호프의 격려 편지를 받은 것도 이때쯤이고, 멀리서만 바라보던 톨스토이도 만날 수 있었다. 구두닦이 인생에서 유명작가로 엄청난 신분상승을 했던 것이다. 그 뒤 혁명운동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나, 톨스토이의 항의로 석방되었다. 이때부터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 요양지를 찾아 전전하였다. 1902년 과학아카데미의 명예회원으로 선출되었으나, 혁명운동과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황제에 의해 취소되었다. 이 해에 하층계급의 고통을 그린 [밑바닥]을 발표, 국내외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1905년 처음으로 레닌을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피의 일요일' 에 가폰 신부가 이끄는 시위대에 적극 참가하여 체포되었으나, 국내외의 격렬한 항의로 곧 석방되었다. 1906년에는 당의  자금 모금을 위해 미국에 갔다가 귀국거부를 당해, 할 수 없이 이탈리아의 카프리 섬에 정착하여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모델이라 불리는 [어머니](1907)를 발표하였다. 한때 사상적 동요를 느껴 [참회록]을 쓰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레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13년 대사면으로 귀국, 10월 혁명에서는 볼셰비키를 지원했으나, 그 과격한 혁명방법에 대하여 [신생활]지를 통해 강하게 항의하여 레닌과 한때 결별하였다. 50세에 10월혁명이 일어나고 레닌의 혁명정부가 수립되었으며,  56세 때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선포되자 과격파에 의해 고리키 숙청이 대두되었으나, 개인적 우정을 가진 레닌이 그를  국외로 피난시킨다. 그는 유럽 지역을 여행한 후 이탈리아 소렌토에 정착했다. 그후 1924년에 레닌이 사망하고, 그 후계자로 스탈린이 등장하자 서방세계와 스탈린은 고리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 새로이 정권을 장악한 스탈린은, 자신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던 고리키의 존재가  필요했는데, 결국 스탈린의 강력한 귀국요청에 불복하여 귀국했다. 이때 스탈린은 니즈니 노브고로드 시를 고리키 시로 개칭하는 등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베풀었다. 그는 스탈린의 배려로 작가의 최고위치인 작가동맹위원장이 되었으나, 스탈린의 비위를 거스르기도 해서 해외여행 여권이 거부되기도 했다. 1936년 그는 침실에서 죽었는데, 누군가에 의한  독살로 추정되나, 장례식 때 가장 슬퍼한 자가 스탈린이었고, 영구차를 몸소 떠메기도 했다 하니, 누가 독살한 것인지 영원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밑바닥 노동자 출신으로 파란만장한 생의 여정 끝에 세계적인  문필가로까지 대성하여, 러시아 혁명기에는 레닌 및 스탈린과의  정치적 견해차이로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을 도와 소련 사회주의 건설에 이바지했다. 특히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인 그는 사회주의가 몰락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1)

 

2. 집필 당시 러시아 상황


 20세기 초 러시아 사회에는 혁명적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었다. 러시아의 남진정책이었던 크림전쟁(1853∼56)에서 패배한 러시아는 군사적 후진성이 드러났으며, 1861년에는 농노해방을 단행하였다. 농노해방은 러시아의 근대화를 의미했으며, 동시에 자본주의 발전을 자극했고, 그에 따라 프롤레타리아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 노동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당시 러시아는 혹심한 경제공황으로 농민이 신분상으로는 농노 상태에서 해방되었다고 하나, 경제적으로는 발전의 모체였던 중산계급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장노동자의 상태도 선진국에 비해 위생시설이 형편없었고, 낡은 기계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임금이 낮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합법적 활동으로 그것을 개선할 길이 막혀 있었으므로 노동운동은 과격화하는 경향이 강하였다. 또 제정러시아는 잇따른 침략으로 인근 제지역을 병합한 ‘제민족의 감옥’에 불과했으므로, 소수민족의 소요가 광범하게 확대되어 피압박민족의 해방운동이 격화했으며, 혹심한 경제공황과 경찰의 탄압은 농민봉기를 더욱 자극하였다. 그리고 주요 도시에서는 사회주의 혁명가들의 선동으로 체제에서 소외된 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세력의 정부공격이 더욱 강화되었다.

 러시아에서는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극심한 공황, 실업자의 증가, 임금의 저하, 지가 폭등 등으로 고조된 노동자의 반정부운동과 자유주의자의 입헌운동이 러 ·일전쟁에서의 패배를 계기로 폭발되기 시작하였다. 1905년 1월 9일 일요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노동자들 14만 명은 8시간 노동제와 최저임금제 등을 요구하며, 가풍 신부의 인솔 아래 왕궁을 향하여 평화적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발포하여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하였다. 이 ‘피의 일요일’ 사건을 계기로 제1혁명이 시작되었다.

 사건 후 수도의 노동자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그것은 전국에 파급되었다. 5월에는 각지에서 군대와의 무력충돌이 있었고, 6월 말에는 포템킨호(號)의 반란이 일어나 정부에 큰 충격을 주었다. 10월에는 모스크바 철도 노동자의 동맹 파업은 전국적인 총파업으로 발전하여 혁명은 고조에 달하였다.

 드디어 니콜라이 2세는 국민의 기본권과 시민적 자유 및 선거에 의한 전국적 제헌의회의 창설을 약속하는 10월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노동자와 병사들은 투쟁을 계속하여 12월 하순에는 모스크바 노동자가 10일간이나 무장봉기를 하는 등의 움직임이 계속되었다. 그런 한편 10월선언은 입헌정부를 요구해 온 중산층과 일부 혁명세력을 만족시켰고, 10월선언에 대한 찬반을 둘러싸고 혁명세력이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와 도시의 대규모 혁명은 끝나고 말았다. 이로써 1906년 5월에는 최초로 간접선거에 의한 민선의회인 두마(Duma)가 구성되어 러시아 제1차 혁명은 실질적인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1)



3. 줄거리


 이 작품은 처음 공장촌의 비위생적이고 무의미한 희망이 없는 삶을 묘사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부터 주인공 빠벨은 술을 마시지 않고 죽은 아버지를 원망도 하지 않으며 성실하게 공장에 출퇴근 한다. 그리고는 독서에 몰두한다. 남편이 죽은 후, 아들이 이상해 진 행동에 걱정하던 닐로브나는 아들이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차츰 외부인들이 그들의 집에 찾아와 빠벨과의 의견교환도 하며 지내게 된다. 술에 취한 남편에게 맞고 살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었던 어머니 닐로브나는 처음에는 의심을 하지만  아들의 의지에 찬 논리적인 주장에 차츰 아들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고 정의롭다는 것을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는 헌병들과 감시관이 들이 닥친다. 빠벨과 주변인들이 불온문서를 제조한다는 소문 때문에 수색을 하러 온 것이다. 어머니는 눈두덩이가 떨리는 두려움과 모욕감을 느끼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빠벨이 하는 일에 대한 긍지심을 더욱 갖게 된다. 빠벨은 공장촌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법을 쉽게 이야기 해 주고 노동자의 현실을 이야기 해 주며 사람들에게 차츰 신뢰가 높아져가고 있었다. 그 때 공장촌의 늪지대를 메우는데 필요한 금액을 노동자들의 급료에서 징수하겠다고 하자 비교적 능동적인 시위가 일어났다. 거기서 빠벨이 시위진열의 앞에 서서 지휘를 하려고 하나 노동자들은 금방 생계걱정에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결국 빠벨과 주변인들은 노동자들의 자각과 계몽의 필요성만을 절실히 깨달은 채 집으로 돌아온다. 닐로브나는 이번 사건에서 아들의 진취적인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아들의 일이 무섭고 두렵다고 느끼던 그녀는 아들에게 긍지를 느끼며 갈수록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던 중 빠벨의 주변인들이 차츰 감옥에 가게 되고 닐로브나를 엄니라고 부르던 우즈베키스탄인 안드레이마저 감옥에 가게 된다. 그리고 아들 빠벨도 감옥에 가게 되는데, 이때부터 어머니의 역할이 더욱 활기를 띈다. 어머니는 빠벨의 동지들의 도움을 받아 공장안에서 음식을 팔며 금지된 노동전단을 공장안으로 나른다. 빠벨과 주변인들은 석방 된 후 메이데이에 다른 시위를 준비한다. 빠벨은 러시아 사회민주 노동당에 가입해서 노동절에 파업을 주도하다 투옥돼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 받는다. 재판 도중 그는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그 연설의 내용을 적은 전단을 가지고 역에 있던 어머니는 경찰한테 들키자 전단을 뿌리면서 힘있게 진실을 외친다.




4. 등장인물


▶빠벨 - 어머니의 아들로서 아버지를 통해 노동자의 비극적 현실을 깨닫고 자각한 계몽적 인물. 어머니에게 강인함을 심어주기 위해 감정의 표출을 배제하나 마음속 깊이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 자신의 일을 위해 사랑하는 여성도 마다할 만큼 의지적 인물

▶닐로브나 - 주인공 빠벨 일인의 어머니이긴 하지만 집에 모이는 모든 운동가들을 포용하고 기도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하는 인물 노동자 계층의 폭력을 모두 떠안은 전형적인 수동적 여성상에서 자각을 통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으로 변하는 입체적 인물

▶베스꼬프쉬프 -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 아버지를 부정하며 운동가들에게 난폭한 언어를 구사할 때도 있지만 의지로 불타는 인물

▶안드레이(우즈베키스탄인) - 닐로브나가 가장 아끼는 운동가 중 한사람으로 늘 남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 자신들의 역할은 노동자들 등 소외받는 계층을 일깨우는 것으로 시작하여 희생으로 끝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

▶나타샤 - 전형적인 인텔리 여성으로 도시에서 선생님의 지위를 갖고 있는 사회주의자 적극적인 개입은 유보 한 채 뒤에서 도와주는 인물

▶사샤 - 빠벨과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지주의 딸인 귀족 여인 나타샤와 비슷하게 닐로브나와 같은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 인물

▶르이빈 - 지주의 화가로 활동하다가 빠벨의 사상에 깊게 감명을 받고 운동가들과의 교류를 가짐 적극적 운동가로 직접 활동하지는 않지만 사회주의사상을 예찬 후에 농촌으로 떠나서 농촌인 들을 계몽하고자 노력 그러나 적당한 개입 유예로 자신의 희생까지는 하지 않으려 해 안드레이의 비난을 사는 인물

▶이사이 - 전형적인 끄나풀(부정적 인물)로 빠벨과 주변 인물들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여기며 그들을 고발하고자 빌미를 찾는 인물 부정한 세력과 타협한 대표적 인물. 후에 안드레이로부터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는 인물



5. 어머니, 닐로브나



1) 닐로브나의 변화 과정


 1장에 나오는 마을에 대한 설명은 당시 러시아의 희망 없는 시대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자식들은 무지막지하게 욕하고 패댔지만, 노인들에게 젊은이들의 음주와 싸움은 완전히 합법적 현상처럼 여겨졌다. 아버지들이 젊었을 때에도 역시 술을 마시고 싸웠으며, 부모들 또한 자식들을 두들겨 팼다. 인생은 항상 그런 것이었다. 삶은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마치 혼탁한 흐름처럼 세월과 세월을 지나 흘러갔고, 인생 전체는 똑같은 매일매일의 생각과 행동이라는 끈끈하고 오래된 습성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인생을 한번 바꾸어 보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또한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인 가정 역시 아버지의 폭력과 음주가 아들에게 이어지는 형태로 계속되고 있었다. 그곳에 아내이자 어머니인 닐로브나가 있었다. 남편이 죽고 나서도 아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들의 눈에 이렇게 그려진다.


빠벨은 아버지 살아 생전에 어머니가 가정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말수도 적고, 언제 맞을지 모르는 긴장 속에 살아왔던 것을 생각해 냈다.

키가 크고 약간 구부정한 모습의 어머니는 오랫동안의 노동과 남편의 구타로 녹초가 된 몸을 소리 내지 않고 옆걸음질 치듯 움직였는데, 무언가를 자극할까 봐 항상 두려워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들이 아버지의 담배 파이프를 피우려 하고 술을 마시고 들어오고 자신에게 함부로 대해도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부드럽고 애처롭게 바라본다. 그러나 아들은 냉정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를 바라본다. 남편이 죽고 2년이 지난 뒤에도 닐로브나와 빠벨의 사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는다. 다만 아들이 다른 젊은이들과 달리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에 어머니는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다. 빠벨은 어머니에게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어머니가 왜 그동안 그런 삶을 살았는지 언급하면서 왜 이렇게 인생이 힘든지 그 이유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머니 나이 40세인데, 그동안의 삶이 삶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버지는 어머닐 때리셨고, 난 이제 아버지가 어머니의 옆구리에 분풀이를 하셨다는 것을 알아요, 자신이 살아오셨던 삶의 울분의 분풀이로 말이지요, 이런 쓰라림이 오랫동안 아버질 괴롭혔건만, 정작 아버진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몰랐어요. 아버진 30년을 일했고, 공장이라고 해야 고작 건물 두 채에 불과할 때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건물이 일곱 개나 되지 않았느냐 말이에요!”


어머니는 ‘자식들이 어머니를 가엾게 여기는 법은 별로 없다.’라고 생각하며 아들이 자신의 아픔을 이해해 준 것에 감동 받는다. 그러나 어머니는 익숙한 삶에 맞서 싸움을 벌이겠다는 결심을 한 아들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우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너도 사라져 버리겠지!”


닐로브나는 아들이 공부하는 것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해한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닐로브나는 아들이 건강하게 몸조심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인 것이다. 그녀는 집에 찾아와 빠벨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두려워하며 경계심을 가진다. 그러나 빠벨이 “차라리, 어머니, 어디 나가 계실래요?” 라는 질문에 “아니, 왜 그래야 하지?”라며 거부한다. 이젠 집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빠벨의 친구인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의 다정한 질문에 “근데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라며 냉랭하게 대답한다. 집에서의 모임이 계속 되면서 닐로브나는 빠벨의 친구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일에 대해 어머니에게 자세하게 설명하려 하면 어머니는 “그러기엔 난 이미 늙었어요. 배운 것도 없고.......”라며 자신은 이해하기를 포기한다. 그녀는 토론을 통해 나오는 사회주의에 관련된 무시무시한 말들에 익숙해진다. 그런 그녀는 안드레이와 니콜라이가 잡혀가는 현장을 목격하고 무자비하고 모욕적으로 대하는 관리들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자신의 위로해 주지 않는 아들에게 푸념을 한다.


“얘야, 정말, 빠벨, 매정하기도 하기! 하다못해 언제 날 위로라도 해주면 좋겠건만! 그런데도 내가 무섭다고 말하면 넌 더 무서워질 것이라고 하니.”


예전에 비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어머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 후로 닐로브나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관리들에게 증오심을 가진다. 늪 기금 문제로 인해서 동맹파업을 주장하는 빠벨의 의견이 노동자들의 동조를 얻지 못하자 빠벨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실망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에게 힘을 실어 준다.


“그들이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그가 소리쳤다.

“심지어 나 같은 사람도 네가 말하는 진실을 안단다.......”

빠벨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머니는 훌륭한 분이세요......”


이날 밤, 빠벨은 동맹파업 주장으로 인해 헌병에게 잡혀간다. 어머니는 증오심으로 가득 찬 채 헌병들 앞에서 침착한 태도로 그들에게 대응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이 감옥에 들어가자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공장안으로 사회주의 유인물을 배포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일이 아들에게 인정받을 것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 애를 만나거든 이렇게 말해 주세요. 해야 할 일은 어느 것이나 가리지 않고 하겠다고요! 그 애가 이런 내 마음을 알 수 있도록......”


그녀는 감옥에서 풀려난 안드레이에게 글을 배우고 아들인 빠벨 보다도 안드레이에게서 따뜻함을 느낀다. 안드레이는 그녀에게 그녀가 가진 능력을 일깨워준다.


“당신은 하실 수 있습니다! 다들 가까운 사람들을 사랑합니다만, 넓은 가슴은 거리가 먼 사람도 가깝게 생각하는 법이랍니다! 당신은 많은 걸 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 누구에게도 없는 어머니의 넒은 가슴을 갖고 계시니까요......”


안드레이는 닐로브나가 ‘빠벨의 어머니’만이 아닌 ‘사회주의자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닐로브나는 점점 공장안으로 유인물을 배포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경찰들을 속이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아들이 감옥에서 풀려나고 어머니는 드디어 아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어머니, 제가 얼마나 속을 썩여 드렸고, 또 힘드시게 했는지를 알아요. 전 엄마가 결코 저희들을 이해하지 못하실 뿐만 아니라 저희들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는 없겠다 생각했고, 다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셨듯이 말없이 참아주겠거니 하는 생각만 했어요.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맛보는 커다란 기쁨이 지금 이 순간처럼 생생하고 강렬하게 그녀의 가슴속에 영원이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노동절이 다가오고 행사를 준비하는 빠벨이 위험한 일을 맡을 것이라는 것을 안 닐로브나는 ‘빠벨! 난 이해한다’라는 말로 아들을 지지하면서 몰래 흐르는 눈물을 훔친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난폭하게 대한 것을 생각하며 그때와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사회주의를 위해 ‘여기 있습니다. 데려가세요!’ 라고 말한다. 이웃이 폭동 가담여부에 대해 질문하자 닐로브나는 자신의 생각을 확실하게 말한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진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야만 해요!”


그녀는 사람들을 위해 죽음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리스도도 없었을 거라고 이야기하며 군인을 향한 노동자들의 행진을 성스러운 일로 생각한다. 군인들에게 잡혀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닐로브나는 행진의 앞에 서서 깃발을 들고 외친다.


“자식들을 위해 이 삶을, 그 애들을 위해 이 땅을 지켜 냅시다......”


아들이 두 번째로 잡혀간 뒤에 그녀의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신념은 더욱 확실해진다. 시내의 니콜라이 집에서 살면서 그녀는 노동운동자들에게 심리적 위안이 되어준다.


“당신들이 잘되기를 내가 얼마나 바라고 있는가 보여 주고 싶어서 당신들 면전에 내 가슴을 열어 보이고 싶을 지경이라우.”


그러나 그녀는 젊은이들의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차 끓이는 일을 맡는다. 그녀는 토론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 토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진다.


어머니는 자기가 이 사람들보다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느꼈으며,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의 과제라고 택한 것의 중대성조차도 그녀 자신이 훨씬 더 명백히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르이빈이 체포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어머니는 이전의 체포과정을 지켜볼 때와 다르다. 그녀는 우선 유인물을 전달하러 왔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이 들키지 않을 지에 대해 걱정한다. 그리고 농부들에게 자신의 믿음을 전파한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간직하고 있던 욕망, 자신이 직접 사람들에게 진리를 이야기해 주겠다는 그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 너무도 기뻤다.


남편에게 복종하고 아들에게 순종적인 어머니에서 남을 감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 여인으로 변화된 것이다. 아들의 법정에서의 유형판결에도 그녀는 노동자의 어머니로 당당하게 대응한다.


“잘 가거라, 페쟈! 그리고 다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어머니는 아들과 다른 모두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 놓아 울고 싶었지만, 양심은 떳떳했다.


닐로브나는 아들이 유형판결을 받은 뒤에도 빠벨의 연설문을 뿌리려 시도한다. 그러나 그녀는 경찰들에게 도둑으로 오인받고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 정치범 빠벨의 어머니이며 자신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녀는 경찰들의 손에 무자비하게 맞을 때까지 자신의 신념을 계속 지키며 죽음을 맞이한다.


“피바다를 이루어도 진리는 죽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는 분명 전통적인 순종적인 여인에서 능동적인 여인으로 변화해 갔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녀는 닐로브나이기 이전에 ‘어머니’라는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역할도 오히려 아들이 감옥에 들어갔을 때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아들의 뒤를 이어 노동운동에 더욱더 몸 바치게 된다. 그리고 아들의 이념에 동조하고 지지하는 역할에서 ‘노동자의 어머니’의 역할까지 하게 된다. 물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자신이 필요한 존재로 거듭난 것에 대해 기뻐하며 기꺼이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어준다. 그녀는 자신의 존엄성을 노동운동을 통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따라다니는 ‘어머니’라는 명함은 수동적인 아내에서 벗어났을 뿐이지 자상하고 순종적인 어머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 닐로브나의 상징성

 이 소설 속에서 빠벨의 어머니 닐로브나는 오랜 세월 남편의 폭력 속에서도 아무 말 못하고 견뎌내야만 했던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그저 볼 수도 없는 신에게만 의지할 뿐이다. 오랜 세월 동안의 폭력으로 인해 닐로브나는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소설 속에서 아들 빠벨의 눈으로 그려지는 닐로브나의 모습은 그녀의 이러한 상태를 잘 나타내 준다.

 억압과 폭력 속에서도 자신의 진정한 가치, 권리, 자유를 깨닫지 못하고 빼앗긴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서 닐로브나는 당시 짜르 지배 하에 있던 대다수의 러시아 민중들을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남매는 온 정신을 집중하면서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한 인간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마치 가축 취급을 당하던 이야기를, 그것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오랫동안 당해오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깊은 감동을 느끼며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수천, 아니 수백만의 살아있는 생명들이 그녀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생각되었다. 그녀의 존재는 평범하고 단순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다수대중의 평범하고 단순한 생활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살아온 이야기는 그들의 눈에 훨씬 더 많은 비율을 가정하게 함으로써 상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고 생각되었다.”

 따라서 닐로브나가 사회에 눈을 뜨고 노동운동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은 단순한 개인의 각성과정이 아니라 러시아 민중의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리끼는 러시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민중상인 닐로브나가 열성적으로 노동운동에 헌신하는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러시아 민중들에게 더욱 큰 자극을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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