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우기의 배경

박송 입니다. 2011. 11. 13. 17:25

 

 

 우기의 배경 

 

 

   오명선    

 

먹구름이 무거운 이유는   
산란되지 못한 빛의 무게 때문이다  
저기압의 행로를 결정짓는 건 오로지 바람뿐,   
    
빌딩의 긴 그림자를 건너온 구름들
착지할 곳을 찾고 있다
바람에 밀려 流産이 되어버린 하늘이 
조각조각 흘러내린다
 
나는 과연,
수직의 통증을 곡선으로 견딜 수 있을까      
수많은 낙뢰를 삼키며 살아온 피뢰침과 평행일 수 있을까 
꺾인 날개를 쓰다듬으며
저물어가는 계절을 둥글게 끌어안아야 한다      

  

빗방울이 생각을 밟아가는 동안    
한 다발의 먹구름이 현관문을 밀고 들어선다 

           

그렇게, 
또 다시 우기가 무릎까지 차오르고         
입을 꽉 다문 내 침묵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우르르 쾅쾅,
어둠의 배경 위로 떠오르는 풍경이

네 혀처럼 붉다

 

 

 

 

 

계간 『시와 사람』 2011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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