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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천양희

박송 입니다. 2011. 10. 18. 19:34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천양희

 




  원고료도 주지 않는 잡지에 시를 주면서 
  정신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 
  발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 
  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 
  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 
  새소리를 듣다가도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고 책상을 치면서 
  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 

  시적인 삶에 대해 쓰고 있는 동안 
  어느 시인처럼 나도 무지하게 땀이 났다 


*연암 박지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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