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사막 속의 숨은 비경들
척박한 고비사막 한가운데도 물이 흐르고 수려한 숲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도 있다. 사람이 사는 것이다. [데일리안 배강열 칼럼니스트]신강위구르의 속살 같은 풍경 IV 허무향을 떠나오는 아침, 마치 고향을 떠나 객지로 다시 나가는 사람처럼 소형버스에 몸을 싣는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내려오는 시간, 이미 동쪽 하늘 위로 치솟은 해가 산자락에 빛을 흩뿌리고 그 빛을 받은 낙엽송이 바람결 따라 반짝인다. 이른 아침에 잠을 깨어 언덕으로 들판으로 헤맨 까닭에 기분 좋은 졸음이 오고 흔들리는 차 속에서 그런 느긋한 피로감을 즐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생각보다 낮은 기온 탓에 몸이 춥다. 다시 우리가 타고 왔던 차로 갈아타기 위해 잠시 내린 곳에서는 소름이 돋고 입술이 파래질 정도로 춥다. 구름이 해를 가린 이유 하나만으로 기온의 변덕이 심한 것이다.
혹여 여행길에서 긴 시간 동안 차를 타야 하는 경우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가를 생각해 두어야한다. 파키스탄에서 하루에 17 시간까지 버스를 타보았으며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길에서 고장난 버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캄캄한 밤을 맞아본 적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오지 여행길에서 차를 타는 것은 최소한 하루에 열시간 이상이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차 속에 갇혀있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 경로상의 지도를 파악하고 도시 인근이나 특이한 지형, 혹은 문화적 유산을 지나는 길에서는 가급적 잠을 자지 않는다. 그 사이의 시간은 잠을 자거나 아니면 습관적으로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고 또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생각들을 하고는 한다.
카나스 지역의 중심도시인 푸얼진에서 약 24km 떨어진 곳에 있는 오채탄(五彩灘)도 그 중 하나다. 해발은 약 480m에 위치한 오채탄은 국가 3A급 관광지로 지정된 곳으로 ´다섯 가지 색을 띠는 물가´라는 뜻이 내포되어있다. 마침 이번 여행길에 탔던 국적기의 비치된 잡지 ´Morning Calm´에도 천산산맥을 중심으로 한 신강위구르의 풍경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둥 이곳 오채탄의 풍경하나를 양면에 사진으로 올려놓았었다.
강을 굽어보며 벼랑 위에 내가 서있는 북쪽은 아단지모(雅丹地貌) 즉, 바위들이 풍화침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다. 노년기 지형이 특성이 그렇듯 침식작용으로 남은 땅이 완만한 굴곡을 이루고 있다. 낮 밤의 극단적인 기온차이와 바람에 의해 강변의 암석들은 약해져서 흙으로 날리고 때로는 물에 녹고 하였을 것이다.
중국의 길은 수년 전에 비해 비교적 포장이 잘 되어있다. 특히 요즘 들어 신강위구르지역의 산업적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길 공사가 많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진행되는 길 공사장들은 대개 느릿느릿한 공정을 보이기 일쑤라고 한다.
마귀성은 신강위구르자치구에 두 곳이 있는데 다른 한 곳은 투르판 근처 하미라는 도시 근교에 있다. 이곳은 산강지역 북쪽 즉 천산 북쪽지형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으로 카라마이시의 동북 쪽 약 100km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도 아단지모의 지형이다. 여기서 아단(중국발음으로는 야단 Yadang)이라는 단어의 음(音)은 위구르 말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19세기에 탐험가 스벤 헤딘(Sven Hedin)이 신강지역 중 롭노르(Lop -Nor)라는 곳을 탐험하면서 보게된 여러 형태의 작은 언덕들을 보고는 당시 위구르인 가이드에게 그런 언덕을 어떻게 부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가이드가 답하기를 ´야단´이라고 답하면서 ´갑자기 눈에 보이는 언덕(abrupt hill)´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하였다. 이후 스벤 헤딘이 책을 저술하면서 바람에 의해 깎이거나 다른 침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을 아단이라고 기술하면서 아단지모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마귀성은 이곳 입구인 회음곡(回音谷)에 사시사철 바람이 불고 모래먼지가 하늘을 뒤덮은 상태에서 마귀성 내에서 맴돌며 들리는 처량한 바람소리는 마치도 귀신의 울음소리와도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을 도는 버스 속에서 바라보는 지형들은 강한 바람에 혹은 빗물에 씻겨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에는 현란한 모양들이다. 특히 멀리 바라다 보이는 절벽은 끝없이 물결 같은 무늬를 만들어 내는데 이는 마치 쿠차의 천산신비대협곡의 풍경과도 닮았다. 그러고 보면 오채탄, 이곳 마귀성, 그리고 천산신비대협곡 모두가 야단지모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중국 무협영화의 촬영장으로 각광 받기도 하며 사진사들이 마귀 울음 같은 바람소리 들으며 일출을 찍기 위해 밤을 새는 곳이기도 하다.
마귀성과의 짧은 조우는 그렇게 끝이 나고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마귀성의 모습은 역광 속에 숨어든다. 다시 비포장 길을 타고 카라마이 쪽으로 남행한다. 얼마를 더 가야 이 비포장 길이 끝날까? 어지간히 차 타는 것에 이력이 났음에도 힘이 든다는 느낌을 받을 즈음 곧게 뻗은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마침내 한 숨 돌린다.
이 척박하고 버려졌던 땅이 지하자원의 보고임이 밝혀지면서 중국 정부의 위구르인들에 대한 통제와 회유가 더 강하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번 7.5 사태의 모습처럼 앞으로도 한족과 위구르인의 갈등은 더 격화될지도 모른다. 한편 백리유전을 지나오며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지하자원은 주지 않았지만 삼천리 화려강산이 있다. 그리고 이런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언젠가 석유보다 빛나는 자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곳에 없고 우리의 산하에 자라는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나 들꽃 한 송이가 현재 지니는 가치가 작다고 하여 폄하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 나라에서 석유는 많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만드는 석유산업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우리나라다.
아침이 밝고 호텔 방 창문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아침해가 저리 붉으면 오늘 낮도 꽤 더울 것이다. 간단한 아침 식사로 허기만 가시게 한다. 천산산맥 북쪽의 중심에 위치한 규동에서 이닝 가는 길은 거의 신강위구르의 서쪽 국경 가까이 까지 가는 길이다. 차를 오래 타는 날 배가 부르면 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오늘 가야 할 길이 약 700km, 길이 멀수록 마음도 가볍게 먹으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을 한다.
간혹 마부가 달구지를 끌고 지나가는 모습, 갈 가로 몰며 혼비백산한 양 떼를 지키는 목동들, 천 속에 얼굴을 반쯤 감추고 하미과나 포도를 파는 여인네들, 그리고 백양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물에 멱 감는 아이들의 모습은 신강위구르지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해가 하는 중간에 걸릴 때까지 머리 속에 저장 된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또렷이 보고 또 보며 차 속에 갇혀 서쪽으로 달렸다.
싸이리무호수는 신강위구르자치구에서 가장 큰 고산 호수로 동서 길이는 30km, 남북 너비 27km, 둘레 86.5km, 면적은 약 454㎢, 최고 수심 86m다. 호수의 동북쪽 끝에는 두 개의 작은 못이 있는데 이것을 하이얼이라고 부른다. 동남쪽에는 호수 위에 세 개의 섬이 있는데 남쪽 호안에 가까이 있는 가장 큰 섬에는 장엄한 모습의 건물인 용와묘가 지어져 있는데 이것은 청조 순무시기에 지어진 것이라 한다.
사막과 산록이 만나는 호수에는 카나스호수에서처럼 제법 찬바람이 불고 가벼운 점퍼 깃을 여미고 모자를 쓴다. 길 건너서 다가오는 한 떼의 양떼는 물을 보자 손살같이 달려간다. 나도 목마름과 허기짐을 느낀다. 어디 위구르 식당에 앉아 물가에서 풀을 뜯는 양떼처럼 가장 오래된 국수 중의 하나인 판미엔(반면, 伴麵) 한 그릇 먹을 것이다. |
'사막과 초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사막 (0) | 2011.11.06 |
---|---|
타타코아 사막(Desierto de la Tatacoa (0) | 2011.10.25 |
모하비 사막 (0) | 2011.10.09 |
두바이 사막과 Pop (0) | 2011.10.01 |
붉은 사막 (0) | 2010.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