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네이바(Neiva)로 7시간, 다시 비자 비에하로 1시간.)을 가기 위해 들려야 하는 이 비자 비에하 마을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전통 마을이다. 흰색 벽돌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문이 돋보이는 전통가옥들이 주욱 늘어진 광경은 사실 콜롬비아에서 지루할 정도로 많이 본 모습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와 어그적 걷고 있는데 동양인을 거의 처음 본 듯한 눈빛의 마을 사람들이 내 손짓 하나에까지 시선을 고정한다. 일부러 찌링찌링 자전거 종 소리를 내던 꼬마가 옆으로 휭 지나간다. 텁텁한 사막 공기가 훅 몰아친다.
‘붉은 뱀’ 이라는 뜻의 사막 타타코아의 압도적인 광경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모종의 환희에 빠질 때가 있다. 세상에 진짜 오지는 없다지만, 사람들의 손을 덜 탄 날 것의 풍경을 처음 접했을 때 받는 황홀함은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타타코아 역시 그러하다. '죽은 뱀'이라는 뜻의 사막 '타타코아'. 바짝바짝 갈라진 껍질 같은 붉은 땅. 사막의 태양 볕 아래 구불구불한 몸을 비틀다 그대로 화석이 된 듯한 모양의 붉은 뱀 수백 마리가 뒤엉켜 누운 듯한 곳.
타타코아는 크게 붉은 사막과 은회색 사막으로 나뉘어 있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천문대 앞 전망대에 도착하면 하이라이트가 너무 빨리 나타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한 붉은 사막이 나타나는데, 사실 진짜는 그 이후에 있다. 갈라진 능선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가는 코스에 도착하면, 직접 가벼운 트레킹을 하며 붉은 사막 위를 걸어볼 수 있다.
사막에 핀 분홍색 선인장 꽃
황토색 모래밭 위로 기괴한 모양의 선인장이 비쭉비쭉 솟아있는 것이 서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분화구 모양으로 뻥 뚫린 암석 형상이 꼭 달의 사막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말라 비틀어져 죽은 검붉은 뱀 껍질이 우툴우툴 나 있는 듯한 구릉 모습이나, 초록색 넝쿨과 분홍색 선인장 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는 광경은 호흡을 멈추게 할 정도의 장관이다.
타타코아 은회색 사막
타타코아 사막, 이 곳은 콜롬비아 안에서도 매니악한 곳이지만, 콜롬비아(Must See)로 꼽힐만한 자격이 충분한 곳이다. 여행자의 호흡마저 붉게 갈라지는 곳, 붉은 뱀처럼 몸을 뉘은 붉은 땅 타타코아,
누가 적어 놓았을까? 전망대 기둥에 새겨진 멋진 글귀, "Life is so beautiful" 탁 트인 장관 앞 붉은 모래 바람을 맞으며 인생은 정말 멋진 것이라고 되뇌였을 수 많은 여행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는 또한 선인장으로 만든 와인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데 그게 또 별미이다. 선인장과 그 꽃에서 추출한 독특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쌉싸레한 와인과, 쫀득쫀득 달콤한 선인장 젤리. 심지어 선인장으로 만든 샴푸와 로션, 비누도 있다. 여러모로 독특한 곳이 아닐 수 없다.
텁텁한 사막 바람 잔뜩 쐬며 돌다 보면, 이곳 한가운데 덜렁 놓인 숙소 ‘토성의 밤’이 있다. 태양열 전지로 겨우겨우 불을 켜는 작은 전구 한두 개가 문명의 전부인 이곳에서 밤새 모기와 씨름하며 푸닥거리기를 한참, 잠을 못 이루고 밖에 나와보니 쏟아지는 별이 밤하늘 한 가득하다. 시커먼 사막 땅 휘영청 비추는 달빛 덕분에 주위는 온통 은빛이다. 더 맑은 날에는 천체망원경으로 온갖 행성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밤에 일어나 마신 선인장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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