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진이(黃 眞伊)와 <트레머리>의 관기(官妓) 제 25 장
雪鄕 朴 聖棟
<기원후 1,561 년 4 월 >,
<자하동 영선루(紫霞洞 迎仙樓)>에서,
몇 날을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과 <토정 이 지함(土亭 李 之菡)>의
토론(討論)으로
정담(鼎談 - 세 사람이 솥발처럼 마주 앉아서 하는 이야기 )을 나눈 <명월 황 진이(黃 眞伊)>는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의 <전투기(戰鬪騎)>를 타고,
<토정 이 지함(土亭 李 之菡)>과 함께
<영선루(迎仙樓)>를 떠나 <평산 부(平山 府)>로 들어갔다.
<평산 부(平山 府)>는,
<산적 소두목 한 온(山賊 小頭目 韓 溫)>이 경영(經營)하고 있었는데
매우 평온(平穩)해 보였다.
<평산 아문(平山 衙門)>이 열리고,
<세 사람>이 들어서자
어떻게 기별(奇別)을 받았는지 <한 온(韓 溫)>, <윤 희정(尹 喜精)>, <윤 세공(尹 世公)>의
소두목(小頭目)들이
동시(同時)에 뛰쳐 나오며 외친다.
- 마님의,
입성(入城)을 환영합니다.
노고(勞苦)를 즐겁게 푸십시오. -
<명월 황 진이(黃 眞伊)>는,
놀란 눈으로 눈웃음지으며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을 살짝 바라보는데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은
그저 빙그레 웃을 뿐.
소두목(小頭目)들의,
뒤를 이어 <트레머리>를 올린 <관기(官妓) 20 명(名)>이 모두 나와
곱게 머리를 숙이며
소두목(小頭目)들과 같은 <외침>의 말을 들려준다.
- 마님의,
입성(入城)을 환영합니다.
노고(勞苦)를 즐겁게 푸십시오. -
<어여머리>를 한,
<명월 황 진이(黃 眞伊)>와 <트레머리>를 올린 <관기(官妓) 20 명(名)>.
<명월 황 진이(黃 眞伊)>는
감회(感懷 - 지난 일을 돌이켜 볼 때 느껴지는 회포 )에 젖는다.
<연산 대왕(燕山 大王)>이,
붕어(崩御)하고 <이원 삼패(梨園 三牌)>의 <흥청 계급(興淸 階級)>이 사라진
지금(只今)에 와서
<어여머리 - 정경 부인(貞敬夫人 - 이조 계급 18 개 가운데에서 <순위 1 번째 >와 <순위 2 번째 >
부인(夫人)의 봉작(封爵)이다 )의 예장용(禮裝用) <개체머리> 장식(裝飾)이다.
궁중(宮中)의 <비빈(妃嬪 - 왕비와 후궁)>들만이 할 수 있는
<머리 모습>이기도 했다 >를
끝까지 지키고 있는 <자유기 황 진이(自由妓 黃 眞伊)>와,
<관아(官衙)>에 예속(隸屬 - 남의 지배나 지휘 아래 매임 )되어야 만이 그 삶을
보존(保存)시킬 수 있다는
<관기(官妓 - 관청 기생)>로서의 <트레머리 - 생머리를 두 갈래로 땋아 머리둘레를 한 바퀴 돌려
정수리에 크게 고정시키는 얹은머리를 말하는데,
다른 사람의 <개체머리>를 빌어 쓰지 않는
정갈함이 돋보인다 >를
보면서,
그 모양새 만큼의 삶에 애달픈 질곡(桎梏 - 몹시 속박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 )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관기(官妓)>라 해서 <명월 황 진이(黃 眞伊)>처럼 <자유기(自由妓)>가 되지 말라는
법(法)은 없다.
그러나,
<관기(官妓)>가 <명월 황 진이(黃 眞伊)>와 같은 <자유기(自由妓)>가 되려면
조건(條件 -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이루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상태나 요소 )이 붙는다.
그것은,
<당상관(堂上官 - 이조 계급 18 개 가운데에서 <순위 6 번째 >까지의 관리(官吏),
여름에 <동빙고(東氷庫)>와 <서빙고>의 <얼음>을 먹을 수 있었다 )>이든
<당하관(堂下官 - 이조 계급 18 개 가운데에서 <순위 6 번째 > 이하의 관리(官吏)에서
<순위 18 번째 >의 관원(官員)까지 <나리>로 불리운다.
여름에 <빙고(氷庫)>의 <얼음>을 구해 먹기가 힘들었다 )>이든,
관리(官吏)의,
<첩(妾 - 정식 아내 이외에 데리고 사는 세컨드, 써어드로 불리우는 여인들 )>으로
공인(公認 - 어느 행위나 물건에 대하여 인정함 )되어서,
결별(訣別- 헤어짐 )했을 때만이
<자유기(自由妓 - 외부의 속박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기생 )>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첩(妾)>으로 공인(公認)한 관리(官吏)에 의해서 만이
<관비(官婢 - 관청에 소속된 여인 노예 )>라는
<노비안(奴婢案 - 노비 호적 )>을 지워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뻐할 것만은 아닌 것이 <첩(妾)>으로 만들어 준 관리(官吏)와의 이별(離別)을
못하게 되면
평생(平生)을 <첩생(妾生 - 첩의 삶 )>으로 마무리 해야 될 뿐만아니라,
<노비 종모법(奴婢 從母法 - 양반 아버지와 기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기생 어머니의 신분을 따라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양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면 <죄(罪)>가 된다는 법.
죄가 안되기 위해서는
양반 아버지를 <주인님>이라 부르면 죄가 안된다는 법 )>에
의해서
그 <딸>마저도 기생(妓生)이 되어야 한다는
오늘 날의,
상식(常識)으로 도저히 납득(納得)되지 않는 것들이 통용(通用)되던 시대(時代)였다.
그나마,
<명월 황 진이(黃 眞伊)>는 운(運)이 좋았던 편이다.
굵직 굵직한 ,
<관리(官吏)>들이 <사내>랍시고 <손도장> 찍은 다음 스쳐만 지나가 주었으니까.
<명월 황 진이(黃 眞伊)>의 <어여머리>
이원 일패(梨園 一牌)의 <머리 모습>이다.
<정경 부인(貞敬夫人)>의 머리 모습이다.
<관기(官妓)>의 <트레머리>
계평 계급(繼平 階級 )의 <머리 모습>이다.
고을 수령(守令)>들이 빌어다 쓸 수 있었다,
그것이 계평(繼平 - 덤으로 준다 )이다.
<명월 황 진이(黃 眞伊)>와,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 그리고 <토정 이 지함(土亭 李 之菡)>은
<남 관풍루(南 觀風樓 - 고을 원(員)이 쉬는 곳의 건물 )>로 올랐다.
<스무 명( 20 名)>의,
<트레머리> 관기(官妓)들은 아름다운 선율(旋律)을 감미(甘美)롭게 터트리고.
이 때,
<동 헌(東 軒 - 관아에서 고을 원(員)이 공사(公事)를 처리하던 중심 건물 )>에서
소란(騷亂 - 시끄럽고 어수선함 )이 일었다.
<세 사람>이,
의아(疑訝 - 의심스럽고 이상함 )해 할 때 <소두목 한 온(小頭目 韓 溫)>이
<남 관풍루(南 觀風樓)>로 올라와 말한다.
- 솔거 노비( 率居 奴婢 - 주인집에 거주하면서
가내 노동이나 경작을 하던 노비 )라 자처(自處)하는
을 성(乙 聲)이라는 <쌍놈>이,
주인(主人)인 <감 첨지(甘 僉知 - 중추부(中樞府)에 속한
이조 서열 순위 <세 번째>의 무관(武官)인
<중추 부사(中樞 府使)>를 가리킨다 )>의
아들 <감 송승(甘 頌丞)>이,
자신의 <처(妻)>와 <딸(女息)>을 돌려가면서 간음(姦淫)했다고
송사(訟事 - 백성끼리 분쟁이 있을 때, 관부에 호소하여 판결을 구하던 일 )를
해달라며 저리 떠든답니다. -
<소두목 한 온(小頭目 韓 溫)>의,
말을 듣고난
<세 사람>은 난감(難堪 -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어려워 처지가 매우 딱하다 )했다.
송사(訟事)도,
웃기는 것이었지만 을 성(乙 聲)이라는 <쌍놈>의 편을 함부로 거들었다가는
한양(漢陽)에 있다는
<중추 부사(中樞 府使)>와 정면으로 싸워야 될 판이었다.
<명월 황 진이(黃 眞伊)>가 말한다.
- 연유(緣由)야 어찌됐건 <솔거 노비(率居 奴婢)>라는 것은
주인집(主人家)의 재산(財産)입니다.
특히나,
주인(主人)이 자신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기 위해
<사전(賜田 - 임금이 내려 준 논밭.
주로 외교와 국방 따위의 분야에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왕족이나
벼슬아치에게 내려 주었으며,
세습이 되는 토지와 안 되는 토지가 있었다 )>을
붙여 먹게 했다는 것은,
그 만큼 은혜(恩惠)를 베푼 것임에도 자신의 처(妻)와 <딸>에게
<동서(同壻 - 처형이나 처제의 남편 )>가 되었다 해서
열(熱)을 받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쌍놈>으로서의 도리(道理)를 잊은 듯 합니다. -
<명월 황 진이(黃 眞伊)>의,
말 끝에 <토정 이 지함(土亭 李 之菡)>이 웃으면서 말한다.
- 물론,
<사형(師兄)>의 말씀대로 양반(兩班)을 기준(基準)으로 놓게 되면
당연한 <말씀>입니다 만,
<쌍놈>의 기준으로 놓게 되면 양반(兩班)이 체면(體面)과 도덕(道德)을
구기고서 <짐승(禽獸)>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논리(論理)인데 ........
<임 두목(林 頭目)>이,
어떻게 처결(處決 - 결정하여 조처함 )할지가 궁금합니다. -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이,
<두 사람>의 말에
호탕(浩蕩)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산적 두목(山賊 頭目)>에게 송사(訟事)를 물어 온것도 웃기지만
<쌍놈>이
분수(分數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를 분별하는 지혜 )도 모르고
<시건방>을 떤다는건 꼭 나를 닮은 짓거리구먼 ........
꼭이나,
<양반(兩班)>을 짓뭉기고 싶다면 <산적(山賊)>이 되라는
말 밖에는 ........ -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의,
말 끝에
<소두목 한 온(小頭目 韓 溫)>이 끼어들며 말한다.
- 을 성(乙 聲)이라는
<쌍놈>을
<동 헌(東 軒) 마루>로 데리고 갈까요, 아니면
<남 관풍루(南 觀風樓)>로 데리고 올까요 ........ ? -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이 말했다.
- 이리로 데리고 오는게 낫겠다.
여기서,
음악(音樂)이나 흥겹게 들어가면서 송사(訟事)를 봐보는 것도
괜찮겠지.
나 원, 산적(山賊) 주제에 송사(訟事)라니 ........ -
얼마 후,
<남 관풍루(南 觀風樓)>로 중년(中年)의 <사내>가 올라왔다.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이 그 <사내>에게 물었다.
- 네가,
을 성(乙 聲)이라는 <솔거 노비(率居 奴婢)>더냐 ........ ? -
그러자,
그 <사내>가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에게 꿇어 엎드리더니
말한다.
- 그러하옵니다, 사또(使道).
소인(小人)이 을 성(乙 聲)입니다. -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이 웃으면서 말했다.
- 나는,
사또(使道)가 아니다.
산적 두목(山賊 頭目)이지.
그래,
너의 억울함이 무엇인지 말해 보거라. -
- 예,
산적 두목(山賊 頭目).
지 처(妻)와 <딸>이 <감 첨지(甘 僉知)>의 아들 <감 송승(甘 頌丞)>에게
간음(姦淫)을 당했습니다.
그,
한(恨)을 풀어주십시오. -
- 그리도 억울하더냐 ........ ? -
- 예,
산적 두목(山賊 頭目). -
- 내가,
만약 <감 첨지(甘 僉知)>의 <아들>을 쪼 팬다면 <감 첨지>의 <아들>이야
나한데 두들겨 맞겠지만 그 뒷감당을
네가 어찌 하려는 게냐 ........ ?
네가,
혹시나 <돈>을 많이 벌었다 해서 양반(兩班)을 없수이 보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몰라도 <양반>은 어디까지나 <양반>이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네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쌍놈>이란,
이미 타고난 <양반>의 <밥>이라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이더냐 ........ ? -
그러더니,
<솔거 노비 을 성(率居 奴婢 乙 聲)>을 의상(椅上 - 의자 위 )에서 한참을 내려다 보던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이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 네가,
혹여나 <산적(山賊)>이나 <해적(海賊)>같은 도적(盜賊)이 될 생각이다 만은
<산적(山賊)>이 되었기로서니
그 <산적(山賊)>의 수명(壽命)이 얼마나 길다고 보느냐 ........ ?
기껏 해야 ........ <삼년( 3 年)> ........ ?
<관군(官軍)>에게 쫒기어 사는 삶은 삶이 아니다.
나를 보면 모르느냐 ........ ?
나 역시,
지금은 <황 사모(黃 師母 - 황 진이를 높여 부르는 말 )> 때문에 근근히
버티기는 한다만 ........
그리고, 내가 <관군(官軍)>에게 어찌 되는 날에는
나 때문에
<피눈물> 흘리며 가슴 아파할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어쩌겠느냐 ........ ?
그래도, 내가 니 보는 앞에서 <감 첨지(甘 僉知)>의 <아들>을 쪼 패야만이
시원하겠느냐 ........ ?
더구나,
<감 첨지(甘 僉知)>는 보통 양반(兩班)도 아닌 <나라(國)>에서
<세 번째>로 높은 <양반>이다.
그걸로,
<윤 대왕 대비(尹 大王 大妃 - 문정 왕후 )>마저 열(熱)받게 만들면
<대역 부도(大逆 不道 - 임금이나 나라에 큰 죄를 지어 도리에 크게 어긋남 )>가
되는데 .......
하기사,
그 일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미 <대역 부도(大逆 不道)>가 되어 있지만서도.
어찌 하겠느냐 ........ ?
네가 보는 앞에서 <감 첨지(甘 僉知)>의 <아들>을 쪼 패줄까 ........ ? -
그러자,
<솔거 노비 을 성(率居 奴婢 乙 聲)>이 울먹울먹 하더니
- 아니,
아닙니다. 지금까지 참고서 산 것처럼 ........
앞으로도 ........
참고서 살 것입니다 ........ -
끝내,
북받치는 설움을 견더내지 못한 듯 <솔거 노비 을 성(率居 奴婢 乙 聲)>은
한(恨)서린 울음을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 앞에서 터트리고야 만다.
그제서야,
<산적 두목 임 꺽정(山賊 頭目 林 巨正)>이 결심(決心)을 한 듯이 말한다.
- 좋다,
네가 죽기보다 서러운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처>와 <딸>을 위한
각오(覺悟 -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겪을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 )가
되었다는 뜻이로구나.
그렇다면,
내 너를 위해 <감 첨지(甘 僉知)>의 <아들>을 쪼 패주마 ........ -
<관기(官妓)>들의,
<질탕(佚蕩 - 신이 나서 정도가 지나치도록 흥겨움 )>한 음악(音樂) 소리는
세월(歲月)의 흐름을
아쉬워 하기라도 하는 듯 밤이 새도록 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