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행사 소식

최영미 시인

박송 입니다. 2011. 3. 3. 19:43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 부터 비난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 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 당한 적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츠러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 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듯이 춤 출 수 있고, 그 환희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샌뒤
지치고 뼛 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와 함께 불길의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Personal

Computer]


최 영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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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점잖게 말한다

노련한 공화국처럼
품안의 계집처럼
그는 부드럽게 명령한다

준비가 됐으면 아무 키나 누르세요
그는 관대하기까지 하다

연습을 계속할까요
아니면 메뉴로 돌아갈까요?
그는 물어볼 줄도 안다
잘못되었거나 없습니다

그는 항상 빠져나갈 키를 갖고 있다
능란한 외교관처럼 모든 걸 알고 있고
아무것도 모른다

이 파일엔 접근할 수 없습니다
때때로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
그렇게 그는 길들인다

자기 앞에 무릎 꿇은, 오른손 왼손
빨간 매니큐어 14K 다이아 살찐 손
기름때 꾀죄죄 핏발선 소온
솔솔 꺽어 길들인다

민감한 그는 가끔
바이러스에 걸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쿠데타를 꿈꾼다

돌아가십시오!
화면의 초기상태로
그대가 비롯된 곳

그대의 뿌리
그대의 고향으로
낚시터로 강단으로 공장으로
모오두 돌아가십시오

이 기록을 삭제해도 될까요?
친절하게도 그는 유감스런 과거를 지워준다
깨끗이, 없었던 듯, 없애준다

우리의 시간과 정열을 그대에게
어쨌든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필요할 때 늘 곁에서 깜박거리는

친구보다 낫다
애인보다도 낫다
말은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
그 앞에서 한없이 착해지고픈
이게 사랑이라면

아아 컴ㅡ퓨ㅡ터와 씹할수만 있다면!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최영미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창자를 뒤집어 보여줘야 하나, 나도 너처럼 썩었다고
적당히 시커멓고 적당히 순결하다고
버티어온 세월의 굽이만큼 마디마디 꼬여 있다고
그러나 심장 한귀퉁이는 제법 시퍼렇게 뛰고 있다고
동맥에서 흐르는 피만큼은 세상 모르게 깨끗하다고
은근히 힘을 줘서 이야기해야 하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나도 충분히 부끄러워 할 줄 안다고
그때마다 믿어달라고, 네 손을 내 가슴에 얹어줘야 하나
내게 일어난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두 팔과 두 다리는 악마처럼 튼튼하다고
그처럼 여러번 곱씹은 치욕과, 치욕 뒤의 입가심 같은 위로와
자위 끝의 허망한 한 모금 니코틴의 깊은 맛을
어떻게 너에게 말해야 하나
양치질할 때마다 곰삭은 가래를 뱉어낸다고
상처가 치통처럼, 코딱지처럼 몸에 붙어 있다고
아예 벗어붙이고 보여줘야 하나
아아 그리하여 이 시대 나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나
아직도 새로 시작할 힘이 있는데
성한 두팔로 가끔은 널 안을 수 있는데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났었습니다.

누군가를 갈망한다는 것은 아직 나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마음에 들이지 않았어도 오래 기억나는 사람이나 가슴에 골진 상처로 남아 지우려 했던 사람도

어느새 희미해지고 퇴색되어 무덤덤해지는 나이에 이르러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여행 후에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는데 그 말이 틀린 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당신이 몇 살인가는,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당신이 자기 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 무수히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던 선배들,

언제나 그 손을 놓지 않으시는 교수님, 그리고 

교수님의 바짓가랑이를 악착같이 붙들고 있는 우리가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10년 가을의 짧았던, 그러나 뜨거웠던 이 기억을 먼 훗날 또 다른 여행에도 갖고 가겠습니다.

레테의 강 저편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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