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섬 통영 연화도
멍 때려봐! 멍 지워져!
- 어항 속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바라보는 ‘물멍’, 모닥불을 하염 없이 바라보는 ‘불멍’, 먼 숲을 바라보는 ‘숲멍’.‘멍~ 때리기’가 이렇게나 회자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일상을 벗어난 여유로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회라는 반증일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밋밋하고 심심한 ‘멍’이 필요하다면 망망한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중에서도 ‘멍~ 때리기 좋은 섬’ 통영 연화도로 떠나보자.◇통영서 처음 사람이 살았던 섬= 연화도는 통영시 욕지면에 속한 섬으로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약 23㎞, 욕지도 동쪽으로 7㎞ 바다 위에 연꽃처럼 떠있는 섬이다. 통영항이나 삼덕항에서 한 시간 정도의 뱃길이면 연화도에 닿는다. 통영의 섬 가운데 최초로 사람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살기 좋고 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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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연화사에서 바라본 기암 절경. - ◇불교 성지로 각광= 연화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와 인연이 깊다. 조선시대 때 연화도인이라는 한 도인이 억불정책의 핍박을 피해 이 섬으로 들어와 불공을 드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화도인은 이 섬 높은 곳에 조그만 암자를 지어 평생을 수도하다가 열반에 들면서 “다음 생에 다시 와서 정진하겠노라”는 표적을 바위에 새겨 놓고 열반했다. 사람들은 연화도인이 열반한 봉우리를 연화봉(해발212m)이라 불렀고, 나중에는 이 섬도 연화도라 했다는 얘기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연화도인이 입적한 지 70여 년 뒤 사명대사가 연화도로 찾아 들어 수행에 정진한다. 섬 사람들은 훗날 섬을 찾아든 사명대사가 연화도인의 환생이라 믿었다.연화도에는 사찰 한 곳과 암자 하나, 그리고 아미타대불과 해수관음상 등 석불 두 개, 오층석탑 하나가 있다. 연화도가 기껏해야 3.4㎢ 크기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인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토굴 터에서 조금 더 위로 오르면 연화봉 정상이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정자 옆으로 아미타대불이 다른 섬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대불의 시선을 따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도시에서 찌든 가슴이 말끔히 씻기는 듯 시원하고 평화롭다. 바다에서 안개라도 피는 날이면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지워지면서 크고 작은 섬들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환상에 빠진다.◇압도하는 풍광= 연화도는 섬이 갖고 있는 풍광만으로도 찾는 이를 압도한다.연화봉 아래에서 동두마을로 가다 보면 보덕암과 해수관음상이 등장한다. 보덕암은 바다 쪽에서 보면 5층이지만 섬 안에서 보면 맨 위층 법당이 단층 건물로 보인다. 보덕암에서 바라보는 용머리도 일품이다. 보덕암과 석불은 2004년에 지어졌다.
- ◇연화도는 바로 이웃한 섬 우도와 다리로 연결= 우도는 연화도 바로 옆에 있는 0.6㎢의 조그마한 섬이다. 2018년 준공된 이 다리는 309m 길이로 섬과 섬을 잇는 보도교 중 국내 최장이다. 연화도 본촌마을에서 다리를 건널 수 있다.
연화도 출렁다리.
연화도와 우도를 잇는 보도교 - 연화도와 우도에는 욕실과 취사가 가능한 콘도형 펜션이 제법 운영되고 있고 민박도 곳곳에 있어 불편하지 않게 하루를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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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구멍섬. - 우도에는 25가구, 40여 명 주민이 살고 있다. 우도가 외지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연화도와 우도를 잇는 보도교가 놓이면서 부터다.
- 2011년 말 개통된 출렁다리도 연화도의 새로운 명물이다. 출렁다리는 총 길이 44m로, 섬 주민들이 돼지목이라고 부르는 험준한 협곡 사이를 잇고 있다. 출렁다리 중간쯤에 서면 번지점프대 위에 선 듯 손에 땀이 난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의 성난 파도를 감상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연화도 선착장→연화봉→출렁다리→용머리 바위→선착장까지는 걸어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연화봉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용머리라고 불리는 기암 병풍을 만날 수 있다. 통영 8경에 이름을 올린 용머리는 누가 봐도 거대한 용이 바다를 헤집고 등천하는 형상이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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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 만물상. - 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연화사는 1998년에 창건된 절이다. 쌍계사의 고산스님이 연화도인의 구전을 듣고 창건했다. 언덕을 넘어 연화봉쪽으로 오르면 연화도인과 사명대사가 수행했다는 토굴도 복원돼 있다.
- 연화도 주민들이 예부터 모시던 산신당에는 연화도인이 불상 대신으로 삼았다는 매끄러운 둥근 돌이 신물로 남아 있고 그 옆에는 ‘富(부) 吉(길) 財(재)’란 글이 새겨진 돌판이 누워있다. 연화도인이 자신을 받아준 섬 사람들을 위해 손가락으로 바위에 썼다는 글이다.
- 연화도는 동서로 3.5㎞, 남북으로 1.5㎞ 가량의 작은 섬이지만 수려한 해안 풍광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인기가 있다. 연화도에는 본촌, 십릿골, 동두 세 개의 마을이 있다. 정기 여객선이 닿는 본촌 포구 뒤편을 나지막한 산줄기가 감싸고 있어 분위기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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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연화도 용머리 일출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통영시/ - 빠르게 돌아가는 삶에 지쳐서일까? 언제부턴가 ‘멍’이 유행이 됐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소위 ‘멍 때리기’로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