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 장터(신경림)
[이 작품은] ‘목계 장터’라는 토속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유랑하는 민중의 삶을 민요적 가락으로 그리고 있다.
*갈래:자유시, 서정시
*성격:서정적, 향토적, 비유적
*제재:떠돌이(민중)의 삶
*주제:떠돌이 민중의 삶의 애환
*특징
① 대립적 심상의 시어들을 통해 시상을 전개함.
② 향토성 짙은 시어들을 사용함.
③ 4음보의 민요적 율격임.
④ 1인칭 화자의 독백적 진술 형태를 취함.
*출전 : “농무”(1973)
시어 풀이
*목계 나루:충주 부근 남한강변에서 가장 번화했던 나루장터
*박가분:여자들의 화장품
*방물장수:여자들에게 소용되는 물품을 파는 상인
*맵차거든:매섭게 차갑거든
*토방:마루를 놓을 수 있게 된 처마 밑의 땅
*툇마루:각 방과 대청을 연결하여 마당 쪽으로 낸 마루
*천치(天痴):보통 사람에 비해 지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
작품의 구성
[1~7행] 유랑하는 화자의 운명에 대한 인식
[8~14행] 고달픈 삶의 애환과 휴식에 대한 소망
[15~16행] 방랑과 정착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
이해와 감상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목계 장터’는 1910년대까지 중부 지방 각종 산물의 집산지로서 남한강안(南漢江岸)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창했지만, 일제 식민지 수탈 정책의 일환으로 충북선이 부설되자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한 곳이다. 시인은 바로 이 ‘목계 장터’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점차 붕괴되어 가고 있는 농촌 사회 속에서 떠돌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민중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방랑과 정착의 이미지가 두 축을 이루고 있다.
1~7행은 ‘구름’, ‘바람’, ‘방물장수’ 등의 시어가 지니는 방랑의 이미지들을 통해 떠돌이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드러나있다. 8~14행은 정착의 이미지를 지니는 ‘들꽃’, ‘잔돌’의 시어를 통해 정착한 삶에 대한 화자의 미련을 드러내는 한편, 떠돌이로서 느끼게 되는 고달픈 삶의 애환과 휴식에 대한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15~16행은 방랑과 정착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방랑과 정착의 기로에 서 있는 농촌 공동체의 삶을 상징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구성면에서는 1~7행, 8~14행이 유사한 맥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15, 16행은 1, 2행과 8, 9행을 변주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민요조의 4음보 가락과 ‘-하고’, ‘-하네’, ‘-라네’ 등의 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작품 연구실
작품 속 시어 사전
‘목계 장터’의 상징적 의미
이 시의 제목이자 공간적 배경이 되는 ‘목계 장터’는 실제로 존재했던 구체적 지명이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목계 장터’가 예전 농경이 중심이 되던 시대의 번성했던 여러 장터들에 대한 대표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즉, 이 시의 목계 장터는 퇴색해 가는 농촌 공동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의 독백적 어조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삶의 애환을 토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퇴색해 가는 농촌 사회 속에서 떠돌이의 운명을 지닐 수밖에 없는 민중의 삶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다.
‘방물장수’의 의미
방물장수는 여자들에게 소용되는 물건을 파는 상인들을 가리키는 말로서, 전통 사회에서 일종의 민중적인 이야기꾼 역할을 했다. 즉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구수하게 엮어 내는 입담을 가진 존재로 민중들의 애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고, 그 이야기들을 이곳 저곳에 전파하던 존재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화자가 ‘방물장수가 되라’는 것은, 바로‘민중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들과 애환을 함께하는 이야기꾼이 되라’는 시인의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시인이 항상 민중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목계장터’에 나타난 민요 가락
신경림은 일찍부터 민요에 관심을 두고 자신이 직접 민요 운동을 주도했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민요를 수집하고 민요 보급 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였는데, 이 때 습득된 민요의 가락이 이 시 ‘목계 장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즉 전통 민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4음보의 가락을 기본 토대로 하고 있고, 각 음보를 구성하는 음절수도 3·4조에 기반하고 있다. 또한 ‘-하고’, ‘-하네’, ‘-라네’ 등의 어미를 반복 활용함으로써 시상 전개에 리듬감 및 생동감을 주고 있다.
1970년대 민중시의 배경
1970년대는 유신 독재 정치 체제 아래서 재벌 위주의 경제 성장을 표방하면서 자본주의적 근대화가 추진된 시기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고 도시적 삶이 시작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농민이 농촌을 떠나 도시 빈민이 되는 등 농민·노동자와 같은 민중의 희생이 강요되었다. 이는 유신 체제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문학에 있어서도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중심 제재로 삼아 당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 즉 민중시가 등장했다.
이러한 민중시는 노동 문제 · 농민 문제 · 분단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 신경림(申庚林, 1936 ~ )
시인. 충북 충주 출생. 1955년 “문학 예술”에 ‘낮달’, ‘갈대’ 등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우리의 현실과 한, 울분, 고뇌 등을 다룬 시를 썼다. 시집으로 “농무”(1973), “남한강”(1987), “길”(199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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