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알게 된것은 나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문학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 작품이기도하기 때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작가를 기억하게 해주었고 삶에서 무엇인가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아니면 삶에 시달리거나 내가 너무 오염되어 있지는 않은지... 하는 회의가 들면 이책을 떠올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알고보니 고등학교 문학이라는 교과서에 소개되어 있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놓칠뻔 했다니 만일 그랬다면 언제쯤 다시 만나게 될까, 다시 만나게나 될까 하는 의문이 앞선다.
만나게 된 계기는 이렇다. 군대에서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에 어떤 문인의 감상이 쓰여져 있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렇게 극찬을 해놓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10번도 더 읽은 책을 다시 읽겠다고 할 수 있는걸까? 하는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휴가 나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설국을 읽은 일이다. 그때의 감흥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로 눈고장에 와있는 기분이었고 일본 문학에 대해서 괜찮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온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약간의 허무감이 맴돌지만 배경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묘하리만치 마음을 따스하게 하고 그 외 알 수없는 이유로 정신을 사로잡는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맑고 투명한... 다 읽고 난 후 좋은 작품을 만났을때 느끼는 희열을 나 또한 경험할 수 있었다.
혹 어떤 독자는 이 작품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으로 읽는다면 야스나리의 미묘한 펜의 터치를 감지할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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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는 전형적인 ‘일본 회귀’형 작가에 속한다. 일본 회귀란 처음에는 서양문학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하다가 나중에 일본 전통에 기초하는 작풍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모더니즘 문학의 기수’ 가와바타는 ‘설국’을 계기로 전통 미학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이 소설은 무려 13년간의 개고를 통해 완결판이 나왔다. 마치 분재를 다듬는 정성으로 조탁한 일본어 표현은 당대 최고의 예술적 성취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여행지에서 매력적인 두 명의 여성과 조우하는 시마무라는 무릇 남성의 꿈과 환상을 대신 구현하는 존재다. 산행 길에 우연히 찾아든 온천 마을에서 게이샤(藝者) 고마코를 만난 시마무라는 그녀의 청결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세 차례 방문하게 된다. 고마코도 시마무라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고마코의 사랑이 현실적인 크기로 다가왔을 때 시마무라는 온천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결국 시마무라가 추구한 것은 현실적인 사랑이 아닌 도회의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게 해 주는 감미로운 환상이었다.
이 소설은 중편 이상의 분량을 지녔지만 이렇다 할 만한 줄거리도 없다. 주제는 모호하고 인물의 성격도 뚜렷하지 않다. 주고받는 예사로운 대화를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수묵화의 여백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내공을 요한다. 이 정도면 “몇 번을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용감한’ 고백이 일본인 독자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가와바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연설 제목을 비아냥거리듯, 26년 후 같은 자리에서 ‘모호한 일본의 나’라는 제목의 수상연설을 한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도 분명 그러한 독자 중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연설 제목에 나오는 ‘아름답다’와 ‘모호하다’는 두 개의 형용사야말로 이 소설의 특징을 적확하게 짚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결여된 점이 적지 않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오랫동안 읽히는 이유는 작가의 섬세한 미의식과 감각적인 문체 때문일 것이다. 전편에 걸쳐 펼쳐지는 자연의 정경 묘사는 거의 시의 영역에 미쳐 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밤하늘의 은하수에 대한 묘사는 그 정점을 보여준다. 등장인물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다. 작품 속에 그려지는 고마코와 요코는 자연과의 합일 속에서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이 점에서 ‘설국’은 동양적 정신세계의 요체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설국"의 고향 흑가이도 기행(호까이도)에 대한 자료 |
목차 |
1. 소개의 글 2. 흑가이도 3. 소설 "설국"의 배경 4. 시레도코 5. 오꾸라산 스키점프장 6. 니세코 고원 7. 눈축제 8. 나카지마 공원 9. 노보리베쯔 온천 |
본문내용 |
북해도는 일본열도의 가장 북단의 섬으로 전 국토면적의 22%를 차지하는 8만 3천여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지니고 있다. 북해도는 한 개의 큰 섬과 리시리, 레이분, 테우리, 야끼시리, 오쿠시리의 5개의섬, 그리고 북방 영토로 불리는 구나시라, 에또로프, 시꼬딴, 하보마이의 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해도의 자연은 야생 그대로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있다. 그것은 6개의 국립공원과 4개의 국정공원, 그리고 12개의 도립자연공원이 보호지역으로 지정 관리되어 환경 및 생태계의 보존에 남달리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해도의 봄은 산야가 꽃으로 메워지는 계절이며 여름에는 산과 바다와 호수가 찾는 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해주며, 젊은이들은 산맥을 뒤덮은 고산식물을 찾아 등산을 시작한다. 또 가을에는 단풍에 물든 산야가 북해도를 메운다. 새하얀 눈에 덮여지는 겨울의 북해도는 은세계로 변한다. 오호츠크해 연안에 유빙이 떠돌아 신기한 새들이 찾아오는 것은 바로 이 계절이다. 갖가지 축제 (일본말로 마쓰리라 한다.) 재미나는 행사들이 개최되어 ,찾는 이들에게 북해도의 독특한 장관을 만끽시켜 준다. 또한 신선하고 풍부한 북해도 특유의 미각은 여행의 추억을 한층 돋구어 준다. 북해도의 주도인 사뽀로는 인구 170만 여명으로 일본 최북단의 섬, 북해도의 중심지이며 정치, 문화,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5대 도시의 하나로, 일 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사뽀로는 1869년 정부가 북해도에 개척사를 두고 대규모 황무지개발에 착수한 이래 오늘날과 같이 눈부신 발전과 함께 대도시로 성장하였다. 동경에서 비행기로 불과 90분 거리에 있다. 1. 소설 "설국"의 배경 흑가이도는 소설 "설국" 의 배경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가 된 북해도는 5월임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바람과 곳곳에 펼쳐진 백색 풍광이 먼저 객을 맞아 마치 겨울 끝자락으로 긴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한 느낌을 안겨 준다. 해마다 5월이 되면 흑가이도는 조금씩 녹아내리는 호수의 얼음과 파릇파릇 돋기 시작한 초원이 이제 겨울을 떠나보내고 봄을 맞기 위한 치장을 한다. 빽빽하게 뻗어 올라간 자작나무숲, 맑디맑은 호수, 유유히 풀을 뜯는 사슴가족, 모이를 찾아 분주하게 달려드는 백조들…. 홋카이도 동부를 대표하는 시래토코(知床).아칸(阿寒).구시로 국립공원을 돌아보면서 대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2. 시레도코 설산 라오스다케(羅臼岳)가 인상적인 시래토코는 홋카이도 동쪽 끝에 위치한 반도로 '대지가 끝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흐까이도 곳곳은 '일본의 절경을 간직한 관고아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구불구불 시래토코 횡단도로를 따라 시래토코 고개 전망대에 올라서면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해발 1,600여m의 라오스다케와 아련히 보이는 네무로 (根室)해협이 한눈에 펼쳐져 순간 숨이 탁 막힐 정도다. 보통 이 고개는 눈이 잦아 매년 4월 하순부터 10월말까지만 개통한다. 겨울 시래토코를 대변하는 유빙도 볼거리다. 유빙은 멀리 오호츠크해의 북쪽 아무르 강 하구에서 탄생해 매년 1, 2월 남하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오호츠크 유빙 관에서는 유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영하 20℃의 온도를 늘 유지해 연중 실제 유빙과 오호츠크의 겨울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마련한 유빙관 체험실도 색다르다. 눈과 라면으로 유명한 사뽀로는 물론 겨울은 눈의 계절이고 스키가 일반적인 스포츠이며 북해도 겨울의 눈 축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가 되었다. 이곳에서 1972년에 동계올림픽이 열리기도 했는데 이동계 올림픽과 더불어 생긴 리프트 시설과 로프웨이 시설을 갖춘 100여개의 스키장이 있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이 스키장들은 경사가 완만한 코스로부터 경사가 급한 상급자 코스까지 여러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초심자부터 상급자까지 스키를 만끽할 수 있다. 다양한 스키 |
■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 『설국』은 일본에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1968년,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와바타를 지명하며, 그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인의 마음의 정수(精髓)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표현하는 서술의 능숙함>을 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순히 일본 전통을 말하는 것에 그쳐 있었다면 여러 나라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설국』은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를 우선 특징으로 한다. 가와바타는 작품의 모티프를 주로 풍경에서 얻었다. 이 소설의 구체적인 배경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新瀉) 현 에치고(越後)의 유자와(湯澤) 온천인데, 가와바타는 이곳에 직접 머물면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 원래 『설국』은 처음부터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구상된 것은 아니었다. 가와바타는 36세 때인 1935년에 단편 [저녁 풍경의 거울]을 썼고, 이후 이 작품의 소재를 살려 띄엄띄엄 단편을 발표했다가, 그것을 모아 완결판 『설국』으로 1948년에 출간했다. 요컨대 그는 무려 12년이라는 기간 동안 섬세하게 다듬어 <설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조각해 낸 것이다. 그러다보니 『설국』에는 이 눈 지방의 자연 풍경과 풍습,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정교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눈 지방의 계절의 변화를 묘사해 내는 가와바타의 문체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섬세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물과 배경 묘사에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에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것이 또 특색이다. 눈에 띄는 줄거리 없이, 이 소설은 눈 지방의 정경을 배경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의 추이에 따라 하나의 상징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는 분명 현실 세계와는 다른 어떤 것이다. 바로 떠도는 여행자의 세계,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결국에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자연에 비해 필멸의 유한한 인간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허무의 세계이다. ■ 아름다운 자연과 유한한 인간 존재, 정열과 허무 사이의 대비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세 명이다. 부모가 남겨준 재산을 가지고 무위도식하며 여행을 다니고 있는 시마무라, 눈 지방에서 게이샤로 살며 애처로울 정도로 열심히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여자 고마코, 그리고 사랑하는 일에 온몸을 던지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요코. 시마무라는 고마코에게 마음이 이끌려 그녀를 만나러 눈 지방의 온천장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고마코가 그에게 보이는 정열적인 애정을 <모두 헛일>이라며 그저 방관하며 바라볼 뿐이다. 시마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가슴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정열적으로 사랑을 하고 열심히 삶을 영위하는 두 여인의 모습에 시마무라는 이끌린다. 이 두 여인은 여행을 다니며 한번 보지도 못한 외국무용으로 소일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못한 시마무라를 현실 세계로 이끄는 열쇠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시마무라가 지닌 허무의 벽에 부딪혀 그저 튕겨져 나올 뿐이다. 그리고 시마무라가 지닌 그 투명하지만 확고한 허무라는 거울에, 고마코와 요코의 열정적인 삶, 순수한 생명은 처연하리만치 선명하게 비친다. 시마무라는, 일찍이 부모를 잃고 함께 살던 조부모마저 세상을 뜬 후 어린 나이에 고아로 살아야만 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 자신이 평생 벗어날 수 없었던 죽음의 그림자와 고독, 허무 의식을 그대로 대변하는 존재이다. 그런 까닭에 결국 시마무라는 현실 세계로, 고마코의 사랑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만다. 그러나 실상 인간은 원래 그렇게 고독하고 허무한, 유한한 존재가 아닌가. 무엇보다 자연과 분리되어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지 않은가. 고마코와 요코 앞의 시마무라, 바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되는 유한하고 고독한 그 모습이 바로 『설국』이 그려내는 현재의 인간이다. 『설국』은 눈 덮인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위에, 그러한 자연과 대비되는 유한한 인간 존재를 주인공의 내밀한 의식의 목소리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설국>은 단순히 어느 지방의 이름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징의 세계 그 자체이다. 단순히 줄거리만을 읽어내리려 한다면 그 깊이와 맛을 전혀 짐작할 수 없기에 그 어떤 작품보다 정독이 필요한 고전이 바로 『설국』인 것이다. 가와바타야스나리 1899년 일본 오 사카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15세 때 10년간 함께 살던 조부모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로 인해 생겨난 허무와 고독,죽음에 대한 집착은 평생 그의 작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1920년 도쿄 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하지만 곧 국문학과로 전과,1924년 졸업하였다. 이후 <문예시대>를 창간,요코미쓰 리이치 등과 감각적이고 주관적으로 재창조된 새로운 현실 묘사를 시도하는 <신감각파> 운동을 일으켰다. 1924년 서정적인 필체가 빛나는 첫 소설 <이즈의 무희>를 발표한 이래,<서장가>등 여러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여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였으며, 1937년 <설국>을 출간하여 독보적인 일본 작가로 국내외에서 자리매김되었다. 이 작품을 발표후 12년 동안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1948년 마침내 완결판 <설국>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천우학>과 <산소리>,<잠자는 미녀>,<고도>등의 대표작에서 줄곧 지고의 미의 세계를 추구하여 독자적인 서정문학의 장을 열었다. 1968년 그간의 작품활동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메달,프랑스 예술문화 훈장,일본 문화훈장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1972년 3월,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후 퇴원 한 달 만에 자택에서 가스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다른책에 비해 시간을 많이 할애하여 읽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의 배우 유민이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신설국'에서 알몸 연기를 하였다고 하여 더 잘 알려진 이 소설은 1899년생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30대 후반부터 50대에 이를때까지 연재한 단편 소설을 묶어 완성되었으며 급기야 196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책의 뒤쪽에 있는 작가 연보를 보면 온통 어둡다. 1899년6월 오사카 출생, 1901년 부친사망, 1902년 모친사망 후 할머니 밑에서 자람, 1906년 할머니 사망, 1909년 누나 사망, 1914년 할아버지 사망... 아직 인생의 싹이 틔워지기도 전인 16살에 모두가 그를 떠난 것이다. 그 어두움 속에서도 위대한 문인으로 살았던 그는 1972년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기인의 문학이라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소설이 시작되는 첫문장은 누구에게나 강렬하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소설 '설국'은 분명히 애정이 오고가는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열정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닌 애틋하고 고독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아리송한 이야기이다. 한편 뭐 이정도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의 모국어로 작성된 원작의 느낌이 궁금해진다. 야스나리는 일본에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니만큼... 그들에게 큰 자부심일 것이다. ■ 순수한 서정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 『설국』은 일본에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1968년,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와바타를 지명하며, 그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일본인의 마음의 정수(精髓)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표현하는 서술의 능숙함>을 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순히 일본 전통을 말하는 것에 그쳐 있었다면 여러 나라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설국』은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를 우선 특징으로 한다. 가와바타는 작품의 모티프를 주로 풍경에서 얻었다. 이 소설의 구체적인 배경은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일본 니가타(新瀉) 현 에치고(越後)의 유자와(湯澤) 온천인데, 가와바타는 이곳에 직접 머물면서 이 작품을 집필했다. 원래 『설국』은 처음부터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구상된 것은 아니었다. 가와바타는 36세 때인 1935년에 단편 [저녁 풍경의 거울]을 썼고, 이후 이 작품의 소재를 살려 띄엄띄엄 단편을 발표했다가, 그것을 모아 완결판 『설국』으로 1948년에 출간했다. 요컨대 그는 무려 12년이라는 기간 동안 섬세하게 다듬어 <설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조각해 낸 것이다. 그러다보니 『설국』에는 이 눈 지방의 자연 풍경과 풍습,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정교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눈 지방의 계절의 변화를 묘사해 내는 가와바타의 문체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섬세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물과 배경 묘사에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에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것이 또 특색이다. 눈에 띄는 줄거리 없이, 이 소설은 눈 지방의 정경을 배경으로 하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의 추이에 따라 하나의 상징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는 분명 현실 세계와는 다른 어떤 것이다. 바로 떠도는 여행자의 세계,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결국에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자연에 비해 필멸의 유한한 인간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허무의 세계이다. ■ 아름다운 자연과 유한한 인간 존재, 정열과 허무 사이의 대비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세 명이다. 부모가 남겨준 재산을 가지고 무위도식하며 여행을 다니고 있는 시마무라, 눈 지방에서 게이샤로 살며 애처로울 정도로 열심히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여자 고마코, 그리고 사랑하는 일에 온몸을 던지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요코. 시마무라는 고마코에게 마음이 이끌려 그녀를 만나러 눈 지방의 온천장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고마코가 그에게 보이는 정열적인 애정을 <모두 헛일>이라며 그저 방관하며 바라볼 뿐이다. 시마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가슴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정열적으로 사랑을 하고 열심히 삶을 영위하는 두 여인의 모습에 시마무라는 이끌린다. 이 두 여인은 여행을 다니며 한번 보지도 못한 외국무용으로 소일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못한 시마무라를 현실 세계로 이끄는 열쇠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시마무라가 지닌 허무의 벽에 부딪혀 그저 튕겨져 나올 뿐이다. 그리고 시마무라가 지닌 그 투명하지만 확고한 허무라는 거울에, 고마코와 요코의 열정적인 삶, 순수한 생명은 처연하리만치 선명하게 비친다. 시마무라는, 일찍이 부모를 잃고 함께 살던 조부모마저 세상을 뜬 후 어린 나이에 고아로 살아야만 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 자신이 평생 벗어날 수 없었던 죽음의 그림자와 고독, 허무 의식을 그대로 대변하는 존재이다. 그런 까닭에 결국 시마무라는 현실 세계로, 고마코의 사랑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만다. 그러나 실상 인간은 원래 그렇게 고독하고 허무한, 유한한 존재가 아닌가. 무엇보다 자연과 분리되어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지 않은가. 고마코와 요코 앞의 시마무라, 바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되는 유한하고 고독한 그 모습이 바로 『설국』이 그려내는 현재의 인간이다. 『설국』은 눈 덮인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위에, 그러한 자연과 대비되는 유한한 인간 존재를 주인공의 내밀한 의식의 목소리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설국>은 단순히 어느 지방의 이름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징의 세계 그 자체이다. 단순히 줄거리만을 읽어내리려 한다면 그 깊이와 맛을 전혀 짐작할 수 없기에 그 어떤 작품보다 정독이 필요한 고전이 바로 『설국』인 것이다. 가와바타야스나리 1899년 일본 오 사카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15세 때 10년간 함께 살던 조부모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로 인해 생겨난 허무와 고독,죽음에 대한 집착은 평생 그의 작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1920년 도쿄 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하지만 곧 국문학과로 전과,1924년 졸업하였다. 이후 <문예시대>를 창간,요코미쓰 리이치 등과 감각적이고 주관적으로 재창조된 새로운 현실 묘사를 시도하는 <신감각파> 운동을 일으켰다. 1924년 서정적인 필체가 빛나는 첫 소설 <이즈의 무희>를 발표한 이래,<서장가>등 여러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여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였으며, 1937년 <설국>을 출간하여 독보적인 일본 작가로 국내외에서 자리매김되었다. 이 작품을 발표후 12년 동안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 1948년 마침내 완결판 <설국>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천우학>과 <산소리>,<잠자는 미녀>,<고도>등의 대표작에서 줄곧 지고의 미의 세계를 추구하여 독자적인 서정문학의 장을 열었다. 1968년 그간의 작품활동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메달,프랑스 예술문화 훈장,일본 문화훈장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1972년 3월,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후 퇴원 한 달 만에 자택에서 가스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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