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경기도 포천... 보장산 오르는 산길 개곡물가를 지날 쯤 산딸기나무가 얼클어 설클어졌습니다. 감자를 다 캐고나서 서둘러 긴팔 상의와 장갑으로 무장하고 단단히 조여맨 운동화 산딸나무 가시덤불 속으로 몸을 들입니다. 어릴적 해마다 모내기가 끝났을 즈음 엄마치마자락에 매달려 산딸기 따러 다녔던 뒷산... 그 옛날...
6월이 되면서 점심산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봄겨울에 했던
것처럼 사인암까지 갔다오노라면 일단 더워진 날씨로 조금씩 늘어지고
땀이 나게 돼 가급적 가벼운 평지 산길 쪽, 그러니까 둘레길 걷는 기분으로
산보하거나, 아니면 하루 이틀은 퇴근길에 등산하는 걸로 바꿨다.
목요일 점심 산책길에 산딸기를 만났다. 밭이 있는 길가 풀 사이로
작은 산딸기들이 달려 있었다. 두세 걸음 정도 되는 폭에 잘 익은 빠알간
딸기들이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대부분 풀 사이에 숨어 있지만, 그 중 몇은
더 이상 존재를 감출 수 없어 밖을 향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큰 게 보통 딸기의 1/3 쯤 돼 보이고, 거개는 손톱 만했다. 쳐다보기만
해도 벌써 입에 침이 감도는 신 맛을 낼 것 같았다. 우리 사람, 이런 거 쳐다만
볼 뿐, 감히 딸 생각은 하지 못한다. 아니, 손에 묻히길 싫어한다. 발걸음
멈추고 겨우 몇 장 찍어만 왔다. 근데, 산딸기 있는 곳에 뱀이 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거 확실한 건가?
고향 뒷산엔 지천으로 널려 있었던게 산딸기였습니다.
누가 따지 말라고 그러는것도 아닌데 괜실히 마음 급해져 우선 두서너개 따서 입에 넣었지요.
달큼 시큼하다 못해 짜리~리~한 그맛
누군가 그랬던가
첫 사랑의 키스가 바로 이 맛일거라고..?
마악~ 산딸기 따기에 앞서 불과 두서너개 맛 보았을 뿐인데
첫사랑 키스가 나오고....
왕년의 떴떳치 못하게 숨어 봤던 선정적인 영화 "산딸기" 까지 생각이 납니다.
하긴 이 산딸기란 놈 생김새하며 색깔이 꼭 첫사랑 여인의 빨간 입술같지 않던가..?
빨깡은 정열의 색이라 하잖습디까요..?.
거기에 장소는 숲이니 이 산딸기란 영화가 시리즈로 나올법도 합니다.
여기에 시냇물까지 박자를 맞춰주니 집에도 가기 싫고 마냥 산딸기 속에 뭍혀 있고 싶은 생각입니다.
갖고간 소쿠리가 수북해졌는데도 계속해서 나타나 주는 고마운 산딸기...
그야말로 온통 숲속이 빨강으로 물들어 있는듯 합니다.
그 속에 마치 무거워 갸날픈 가지에 매달려 굽힌 산딸기들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 듯
환한 미소를 짓고있는 연상의 첫사랑 얼굴도 나왔다 사라졌다합니다.
성하(盛夏)의 계절 숲속....
이 산딸기들은 여름내내 우리에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할 것 입니다.
그 다음 갖가지 가을 나무 과실과 임무교대 할 때까지는...
암튼,
산딸기가 달큼.시큼...짜리리한 짜릿한 키스의 맛이든 어떻든,
애로틱한 선녀와 나뭇꾼. 향단이와 방자든 .사랑스런 그대이든 누구든,
각기 그들만의 상상속에서 제 못을 하다 사라질 것 입니다.
계곡물과 하염없이 박자를 맞춰 놀다가는...
어떠신가요..?
지금 잠시 일을 멈추고 첫사랑의 빨간 키스... 산딸기
만나러 가실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