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행사 소식

시인 이수인

박송 입니다. 2012. 6. 18. 11:34
 
 
시인 이수인, 故 최진실 추모…‘그녀 초승달 따다’ 눈길
 
임학근 기자 (madang@csnews.co.kr) 2008-12-26 01:00:36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 詩의 대가로 인정받는 시인 이수인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두 번째 시집 ‘그녀 초승달 따다’ 역시 그녀의 삶에서 우러나온 감성과 진실함을 그대로 시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다.


이번 시집은 인공적이고 기교적인 꾸밈을 거부하고 평이하면서 진솔한 시어로 내밀한 감정을 잔잔하게 펼쳐놓은 주옥같은 54편의 시가 담겨 있다.


특히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고 최진실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에서는 이별을 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독자들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할 사랑과 평안이 깃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그녀 최 진실 가시던 날에… / 이수인


한줌 재가 되어 시월 하늘로 날아간 당신
하늘도 슬픈지 종일토록 회색빛 얼굴이었습니다
아직은 시월인데 시리고도 추운 날입니다 오늘은
더 춥기 전에 가시고 싶었나요
당신은 참 오래토록 춥고 추웠나봅니다
털목도리 겹겹 두른 영정 속 얼굴이 그토록 따스해서 행복해 보이네요
우리는 아무도 당신의 그 혹독한 추위를 몰랐네요
신데렐라 또순이 악바리로 불린 당신이었기에
이렇게 날 잡아 우리를 슬픔 속에 빠트릴
 

꺼져가는 심장의 칼날 같은 차가움은 보지 못했습니다


당신 꼭 이렇게 가야 했나요…
라고 차마 묻지도 못한 우리들입니다
지난 긴 세월 동안 우리를 웃고 울게 한 당신이
우리를 버리고 떠나버린 오늘은
애통하고 안타까운 마음 시월 찬 서리 내린 듯 오싹 오싹합니다
영정 속 당신은 모두를 용서하듯 웃으면서 가시지만
우리는 죄인이 되어 울고 있네요
귀도 닫고 눈도 닫고 입도 닫은 당신
이제 누가 뭐라 해도 당신은 평안할 것입니다
아니 평안해야 합니다
육신마저 세상에 벗어 두었으니
부디 그 무엇에도 메이지 말고 영원토록 자유하소서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해요


시인 이수인은 시낭송가. 전북 부안 출생. 문예특기자로 원광대 국문과 수학,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전공했다. 2007년 시문학에 등단했으며 열린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독도 사랑예술제 시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시낭송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CBS-TV에서 시낭송을 진행했다. 현대시인 중에서는 흔치 않게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는 서정적인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토리문학에서 드라마 <인생감기>를 발표했고 현재 수필 「유년의 기억」을 연재 중이며, 시집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있다.





첫 시집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시적 감수성을 인정받아 폭넓은 독자층을 지닌 이수인 시인. 현대 시인 중 가장 서정적인 사랑시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그녀 초승달 따다>(북스토리)를 펴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세파에 찌들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소녀 같은 가녀린 여인. 그녀가 ‘자신이 꿈꾸는 ’그대‘를 찾아 54편의 시들을 담았다. ’표지 그림‘도 시집 제목에 걸맞으면서 예술성이 짙다. 알고 보니 몇 해 전 서울디지털미디어시티(DMC) 환경조형물 설계를 비롯해 최근에는 순천만에 구현한 대지미술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상 서울예대 교수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집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녀가 직접 낭송한 18편의 ‘시낭송 CD’. 이미 첫 시집에서 낭송시의 음악적 표현에 관한 한 가장 ‘한국적인 레치타티보(recitativo)’를 접한 탓이다. 기대했던 대로 눈꽃송이 같은 그녀의 목소리와 주옥같은 시어, 낭송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배경음악이 곱게 녹아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숨은 실력이 드러나선지 지난해엔 시낭송가로 CBS-TV에 고정 출연했고, 지금은 시민단체와 <거버넌스21 클럽>에서 시낭송가로 활동하면서 모 주간지에 ’유년의 기억‘이란 수필을 연재 중이란다.

시인이 적지 않은 세월을, 우울증이나 이명 등으로 고통 받아 죽음의 유혹을 여러 차례 극복해 내면서 써내려간 작품들이기에 그녀의 시선들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지난 세월 상처받은 제 마음을 달래고, 이를 승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시’였어요. 그래서 ‘시’는 제 삶의 분신이고 영혼의 숨결과도 같지요.”

그래선지 고 최진실을 추모하는 ‘아름다운 그녀 최진실 가시던 날에...’는 그녀의 직접적 체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마음속 상처를 치유할 사랑과 평안을 바라는 마음이 맞닿으면서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시인은 첫 시집을 펴낼 때부터 지난 고통의 세월과 가슴앓이로 멍들었던 순간들, 아쉬움으로 점철된 모든 욕망들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써내려갔다. 이런 이유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고, 김남조 이후 ‘사랑시의 대가’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두 번째 시집은 예술적 전위를 표방한 아방가르드적 작품은 물론 다양한 영역의 시편들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먼저 지난해 시문학 당선작인 ‘빈방에서’는 떠나간 자(사별, 이별)의 흔적과 그 허무함을 가슴 시리게 엮어냈다.

“빈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이/떠나 버린 사람보다 아프다/남겨진 웃음소리는 울게 만든다/유리창에 빗물 되어 흐르는 너/창가에 소슬바람으로 다가온 너/단풍들어 손 흔드는 너/함박눈으로 포근히 감싸는 너”(‘빈방에서’ 중에서)

그녀가 첫 시집 ‘자서’를 통해 밝힌 것처럼 ‘상처받은 영혼을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겨냥한 시도 있다.

“안나 카레리나 처럼/달리는 전동차에 매일 아침 투신하는 그녀/떠나버린 전동차 철로 밑/납작 엎드린 그녀에게 다가온 남편/“언제까지 실수만 할꺼지?” /상처 한곳 없이 우아하게 일어나는 그녀/“언제까지 그 넥타이만 맬건가요?”/“언제까지 타이 트집만 할 거야”/순간 타이를 휙 잡아 남편의 목을 조르는 그녀/또 다시 달려오는 전동차의 굉음“(‘그녀는 중증우울증’ 중에서)

우울함, 허무한 기분, 원인 모를 분노, 몸과 마음을 가라않히는 무기력감, 심한 짜증으로 뒤섞인 우울증 환자의 고통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인의 도발적 시작(詩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위대한 명화 중 하나인 장 프라수아 밀레의 ‘만종(晩鍾)’은 “배고파 죽은 너의 주검을/씨감자 바구니에 담아서 해질 녁/아무도 모르게 화선지에 옮겼다/너를 옮겨 담는 그의 손은 아편장이처럼/떨리었고 결국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감자로 시신을 대신 담은”(‘비문’ 중에서) 비문으로 옮겨갔다.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 은 단순히 그림 속 주인공이 아니라 ‘몽마르트 뒷골목에서 버려진 고양이처럼 홀로 어슬렁거릴 때 만난 피카소의 친구’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 시인의 소박한 서정적 시어들은 여전히 화사하게 펼쳐진다. 유채꽃은 노란바다, 노란색 파도로 바뀐다. 분꽃은 “양반가 규수의 분내보다 상큼하게 꽃 피워/선비의 서체 보다 검고 반듯하게 여물어/꽃보다 씨알이 실한”(‘분꽃’ 중에서), 그래서 사랑만 하다 어느 순간 곱게 접는 여인네로 다가온다. 칠월은 “구름 꽃 동동 피어나고/풀벌레 소리 높여 노래하는/할머니 모시 저고리보다/햇빛이 더 짱짱한”(‘칠월’ 중에서) 계절로 자리잡는다.

이 시인이 다루는 소재들엔 표정과 몸짓이 있다. 꽃과 나무와 다람쥐 등 각각의 감정과 성격이 시적 감수성과 내밀한 감정과 결합하면서 드라마틱하게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뇌를 서정적·철학적으로 노래하는 오세영 시인은 이 시인의 작품을 ‘인적 없는 산골의 맑은 샘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샘물은 ‘아직 바깥세상의 시리고 아픈 바람에 시달려보지도, 도시의 더러운 하수에 오염되지도 않아서 보는 이의 마음을 한편에선 화사하게 한편에서는 청순하게 만든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유명한 이생진 시인에게는 ‘가을에 흔들리는 나비의 집/그 속에서 코스모스처럼 소박하게 흔들리는 시’다. 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차지하고 싶은’ 나비의 집이다. 그리고 이 시인은 그 집에서 꿈을 꾸는 시인이다.

‘살아온 그간 세월을 반추하며 태어난 분신 같은 시어들’로 채워져 있다는 그녀의 고백은 자신의 실제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마치 ‘시적 자아’와 ‘현실 속 자아’가 홀연히 일체를 이루는 듯 했다. “발그레 분단장 얼굴/날짝한 허리/햇빛 한줄기에도 그토록 눈부신 미소/바람 한점에도 마음껏 흔들릴 수 있는”(‘코스모스’ 중에서) 코스모스는 다름 아닌 바로 이 시인이었다. 특히, 그녀의 순수하고 우아한 이미지와 초롱초롱한 눈빛을 통해, 그리고 헐거운 세상을 맞댄 적 없는 소녀같은 모습이 시편 곳곳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아무래도 이 시인의 언어와 감정과 몸짓, 그리고 영적 감수성은 여러 갈래로 뻗은 ‘시(詩)’적 상징인게 분명하다.

그런 그녀가 고단한 삶으로 허우적대는 우리에게 수줍게 제안해온다.

“나그네여 날이 밝아 오니 쉬엄쉬엄 가시게/가져온 고뇌는 암자 절벽 밑으로 던지시고 아득한 세상 한 자락 붙잡고 허허 웃으시오/사는 게 별거냐고”(‘연주암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