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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안/ 이향란

박송 입니다. 2011. 10. 18. 19:13

 

 

접안

 

 

     이향란

 

 

 

 

  무엇인가

  물처럼 스며들어, 천상의 계절로 찾아들어

  생의 몇 날을 머물다 간 적 있다

 

  나는 시력을 잃고 말라갔으며 말을 잊었다

  불 밝힌 마음은 아득한 곳을 향해 깃발처럼 흔들거나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옆구리가 닳았다

  찢긴 지 오래인 돛

  떠밀려온 해초더미에 칭칭 감긴 닻

  발이 잘린 내 역사는 빛나고 어두웠다

  오르지 못한 채 둥둥

  빈 배였다

 

  다가간다는 것은 온몸으로 기댄다는 것은

  서글픈 운율로 나를 켜는 일

  나를 되려 가두는 일

  내게서 다시 내게로 건너가는 일

  그리하여 끝까지 남은 나를, 비늘 덮인 나를

  바다로 되돌리는 일이었다

 

  다가갈 수 없거나

  다가가지 못하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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