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해] 강남봉이구년 & 등악양루 - 두보
[가]
岐王(기왕)ㅅ 집 안해 상녜 보다니,
崔九(최구)의 집 알 몃 디윌 드러뇨.
正(정)히 이 江南(강남)애 風景(풍경)이 됴니,
곳 디 時節(시절)에 너 맛보과라.
岐王宅裏尋常見(기왕택리심상견)
崔九堂前幾度聞(최구상전기도문)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나]
녜 洞庭(동정)ㅅ 므를 듣다니,
오 岳陽樓(악양루)의 올오라.
吳(오)와 楚(초)왜 東南(동남)녀키 뎟고,
하과 콰 日夜(일야)애 도다.
親(친) 버디 字(자)ㅅ 글월도 업스니,
늘거 가매 외왼 옷 잇도다.
사호맷 리 關山(관산)ㅅ 北(북)녀긔 잇니,
軒檻(헌함) 비겨서 므를 흘리노라.
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吳楚東南拆(오초동남탁)
乾伸日夜浮(건곤일야부)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老去有孤舟(노거유고주)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 현대어 풀이
[가]
기왕의 집 안에서 (이구년을) 늘 보았더니
최구의 집 앞에서 (명창을) 몇 번을 들었던가?
참으로 이 강남의 풍경이 좋으니
꽃 지는 시절에 또 너를 만나 보는구나.
[나]
옛날에 동정호에 들었더니
이제서야 악양루에 오르는구나.
오나라와 초나라가 동남쪽에 갈라졌고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 있다.
가까운 친구의 편지도 없으니
늙어감에 외로운 배뿐이로다.
싸움터의 말이(전쟁 중) 관산 북쪽에 있으니
난간에 의지해 눈물을 흘리노라.
✍ 이해와 감상
[가] 두보가 세상을 뜬 59세 되던 해에 지은 작품으로, 유랑 생활 중에 강남에서 당대의 명창 이구년을 다시 만난 감상을 노래하였다. 화려한 시절을 지나 보내고 초라해진 노년의 모습을 지는 꽃에 비유하여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탄식이 배어 있다.
[나] 이 시는 작자가 57세 때 악양루에 올라서, 동정 호수의 장관을 보고 지은 작품이다. 동정호의 웅장함과 대비되는 자신의 외로움과 나라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눈물짓는 작가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가] 이 작품은 두보가 죽은 해인 59세(770년) 때 지은 7언 절구이다. 지은이는 유랑 도중 강남에서 예전에 자주 소리를 들었던 명창 이구년을 만났다. 이제 나이가 들어 강남의 좋은 경치 속에 시인과 명창이 만났지만 하나는 방랑객이요, 하나는 떠돌이 악사이다. 안록산의 난으로 나라가 기울어지면서 둘 다 좋았던 시절은 다 지나고 지는 꽃처럼 유락(流落)한 신세이다. 과거와 현재, 떠도는 인생의 황혼과 꽃 지는 시절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구와 승구는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며, 전구에서는 봄날의 풍경을 제시하고, 결구에서는 오랜 세월이 지나 노년이 되어 늙고 초라한 이구년의 처량한 말년을 피난지에서 목도하는 내용이다. 서로의 인생 황혼기를 ‘꽃 지는 시절’로 비유한 것도 뛰어나고, 강남의 좋은 풍경과 과거의 화려함, 영락한 인생의 황혼기와 꽃 지는 시절을 대비하여 자연과 인생의 조화를 보여 준 점은 뛰어난 시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서로의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가슴 아픈 세월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나] 두보가 57세(768년) 때에 악양루에 올라 동정호의 장쾌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지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장관을 마주한 두보 자신은 방랑 생활의 고독감, 우국과 향수의 정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위대한 자연과 외소한 인간, 기쁨과 슬픔의 대비가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수련에는 악양루에 오른 기쁨을, 함련에서는 동정호의 장관을 노래하였다. 그리고 경련에서는 외부 세계를 지향했던 지은이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방랑 생활의 외로움을, 미련에서는 우국과 향수의 정을 표현하였다. 6행의 ‘외왼 ’는 화자의 고독을 형상화한 매개물이다.
✍ [강남봉이구년] ‘곳 디 시절’의 함축적 의미
전구에 등장하는 봄날의 풍경이 결구에서 ‘꽃 지는 시절’에 만나는 이구년의 행색과 대비되며,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애상감을 조성하고 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자연과 세월이 지남에 따라 유락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이러한 대비를 통해 암시되어 있다. ‘꽃이 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명력의 상실을 나타낸다. 두보가 노년기에 과거의 유명한 음악가인 이구년을 다시 만났다는 것은 두 사람이 인생의 황혼기라는 점과 맞물리면서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징적인 유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시에서 ‘곳 디 시절’은 시적 화자가 이구년을 만난 시기인 늦은 봄인 동시에, 두 사람의 인생의 황혼기, 즉 노년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 서술형·논술형 완벽대비 실전문제
(1) <강남봉이구년>에서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설명하시오.
‘드러뇨’, ‘맛보과라’ 등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구년의 신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2) <강남봉이구년‘에서 ’곳 디 시절‘의 함축적 의미를 설명하시오.
‘곳 디 시절’은 시적 화자가 이구년을 만난 계절적 배경인 동시에, 두 사람의 인생의 황혼기, 즉 노년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3) 다음은 이백의 <산중문답>이라는 시이다. <등악양루>와 비교하여 이백과 두보의 시풍에 대하여 설명하시오.
나에게 묻되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느뇨. 웃고 대답 안 해도 마음은 한가로워라. 복숭아꽃 시냇물에 흘러 아득히 가니 정녕 별천지요, 인간 세계 아니로다. |
<산중문답>의 화자는 ‘말 없는 미소’로써 세속과 결별하여, 무릉도원 같은 선계를 지향하는 낭만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등악양루>의 화자는 장려(웅장함과 화려함)한 자연 앞에서도 나라를 근심하고 고향을 그리워함으로써 현실적 세계에 집착하고 있다. 즉 이백은 낭만적(도교적)이고 세속에 얽매임이 없이 낙천적이고 호방함에 비해, 두보는 현실적(유교적)이고 세속에 매달려 삶의 무게를 애상적으로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 핵심정리 - [강남봉이구년]
∙ 갈래 : 7언절구
∙ 성격 : 애상적, 서정적
∙ 제재 : 이구년과의 재회
∙ 주제 :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탄식
✯ 특징
∙ 자연과의 대비를 통해 내면적인 애상을 드러내었다.
∙ 영화롭던 과거의 모습을 회상의 방법으로 표현하였다.
✯ 핵심정리 - [등악양루]
∙ 갈래 : 5언율시
∙ 성격 : 애상적
∙ 제재 : 악양루에 올라 동정호를 봄
∙ 주제 : 우국과 향수
✯ 특징
∙ 작자의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 슬픔과 기쁨을 선명하게 대비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