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의 진영.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최 치 원.
원문 - 번역문.
⊙ 廣明二年七月八日(광명이년칠월팔일) 諸道都統檢校太尉某(제도도통검교태위모) 告黃巢(고황소) 夫守正修常曰道(부수정수상왈도) 臨危制變曰權(임위제변왈권)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인 아무는 황소(黃巢)에게 고하노라.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한 것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는 것이요,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 智者成之於順時(지자성지어순시) 愚者敗之於逆理(우자패지어역리) 然則雖百年繫命 (연칙수백년계명) 生死難期(생사난기) 而萬事主心(이만사주심) 是非可辨(시비가변)
지혜 있는 이는 알맞은 때를 따름으로써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름으로써 패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일생은 하늘에 명이 달려 있어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할 수가 없는 것이나, 만사는 마음먹기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옳고 그른 것은 가히 분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금아이왕사칙유정무전) 軍政則先惠後誅(군정칙선혜후주) 將期剋復上京(장기극복상경) 固且敷陳大信(고차부진대신) 敬承嘉諭(경성가유)用戢奸謀(용집간모)
지금 나는 임금의 군대로 못된 짓 하는 자를 정벌하러 온 것이지 싸움하러 온 것이 아니요, 임금의 정치는 은혜로운 덕을 앞세우고 베어 죽이는 것을 뒤로 한다. 앞으로 상경을 회복하고 큰 신의를 펴고 공경스런 마음으로 임금의 명을 받들어서 간사한 꾀를 부수려 한다.
⊙ 且汝素是遐氓(차여소시하망) 驟爲勍敵(취위경적) 偶因乘勢(우인승세) 輒敢亂常(첩감난상)遂乃包藏禍心(수내포장화심) 竊弄神器(절농신기) 侵凌城闕(침능성궐) 穢黷宮闈(예독궁위)旣當罪極滔天(기도죄극도천) 必見敗深遁地(필견패심둔지)
또 네가 본시 먼 시골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감히 인륜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칙한 마음을 품고 임금 자리를 엿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에 달하였고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 噫(희) 唐虞己降(당우기항) 苗扈弗賓(묘호불빈) 無良無賴之徒(무량무뢰지도) 不義不忠之輩(불의불충지배) 爾曺所作(이조소작) 何代面無(하대면무)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원칙유유요왕돈기유진실) 近則有祿山朱(근칙유녹산주)吠噪皇家(폐조황가) 彼皆或手握强兵(피개혹수악강병) 惑身居重任즐즐則雷奔電走(혹신거중임즐즐칙뢰분전주) 喧呼則霧塞烟橫 (훤호칙무새연횡)
아, 요순 때로부터 내려오면서 묘(苗)나 호(扈)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으니, 양심 없는 무뢰한 무리와 의롭지 않고 충성하지 않는 너 같은 무리가 어니 시대고 없었겠느냐? 먼 옛적에 유요(劉曜)와 왕돈(王敦)이 진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운 시대에는 안록산과 주자가 온 나라를 개가 짖듯 시끄럽게 하였다.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달리듯 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나 연기처럼 깜깜하게 막히게 된다.
⊙ 然猶暫逞奸圖(연유잠정간도) 終殲醜類(종섬추류) 日輪闊輾(일륜활전) 豈縱妖분(개종요분)天綱高懸(천강고현)必除凶族(필제흉족) 況汝出自閭閻之末(황여출자여염지말)
그러나 잠깐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결국에는 더러운 무리들은 섬멸되었다. 햇빛이 활짝 비치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이 높이 베풀어져 있으니 반드시 흉한 족속들은 제거되고 마는 것이다.
⊙ 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謨(기어룽모지간이분겁위량모) 以殺傷爲急務(이살상위급무) 有大(유대) 可以擢髮(가이탁발) 無小善可以贖身(무소선가이속신)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불유천하지인개사현륙) 仰亦地中之鬼巳議陰誅(앙역지중지귀사의음주)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밭두둑 사이에서 일어났다. 불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꾀라 하며, 살상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를 지었고, 죄를 용서해 주려해도 착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하 사람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 할 뿐만 아니라, 땅 속에 있는 귀신까지도 남몰래 베어 죽이려고 의논하리라.
⊙ 縱饒假氣遊魂(종요가기유혼) 早合亡神奪魄(조합망신탈백) 凡爲人事(범위인사) 莫若自知(막약자지) 吾不妄言(오불망언) 汝須審聽(여수심청) 比者我國家德深含垢(비자아국가덕심함구) 恩重棄瑕(은중기하) 授爾節?(수이절모) 寄爾方鎭(기이방진) 爾猶自懷?毒(이유자회짐독) 不ㅁ梟聲(불ㅁ효성) 動則齧人(동칙설인)行唯吠主 (행유폐주) 內至身負玄化(내지신부현화) 兵纏紫微(병전자미)公侯?竄危途(공후분찬위도) 警?則巡遊遠地(경필칙순유원지) 不能早歸德義(불능조귀덕의) 但養頑凶(단양완흉)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사칙성상어여유사죄지은) 汝則於國有辜恩之罪(여칙어국유고은지죄) 必當死亡無日(필당사망무일) 何不畏懼于天(하불외구우천) 況周鼎非發問之端(황주정비발문지단漢宮豈?安之所(한궁개유안지소) 不知爾意終欲?爲(부지이의종욕계위)
무릇 잠깐동안 숨이 붙어 있다고 해도 벌써 정신이 죽었고 넋이 빠졌으리라. 사람의 일이란 제가 저를 아는 것이 제일이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모름지기 새겨 들으라. 요즈음 나라에서 많은 덕을 베풀어 더러운 것도 받아들이고, 두터운 은혜를 베풀어 잘못을 따지지 않고 모르는 체하고 지나갔다. 그래서 너를 장령으로 임명하고 너에게 지방병권을 주었다. 그런데 너는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만을 품고 올빼미의 소리를 내면서, 걸핏하면 사람을 물어뜯고 툭하면 주인을 보고 짖어댄다. 그래서 결국 자신은 임금의 덕화를 등지고 군사는 궁궐에까지 몰려들어 공후들은 위태로운 길로 달아나고 임금의 행차는 먼 지방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도 너는 일찍이 옳은 길로 돌아올 줄을 모르고, 모질고 흉악한 짓만 더 한다. 그런데도 임금께서는 은혜를 베풀어 네 죄를 용서하였는데, 너는 나라의 은혜를 저버렸다. 반드시 죽을 날이 멀지 않았으니,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며,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너 같은 자가 넘볼 것이겠느냐?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냐?
⊙ 汝不聽乎(여불청호) 道德經云(도덕경운) 飄風不終朝(표풍부종조) 驟雨不終日(취우부종일) 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 而況於人乎(이황어인호)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노자가 <도덕경>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하루 동안을 내리지 않는다." 하였으니, 하늘의 일도 오래 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의 일이랴?
⊙ 又不聽乎(우불청호) 春秋傳曰(춘추전왈) 天地假助不善(천지가조불선) 非祚之也(비조지야)厚其凶惡而降之罰(후기흉악이강지벌) 公汝藏奸匿暴(공여장간익폭) 惡積禍盈(악적화영) 危以自安迷而不復(위이자안미이불복) 所謂燕巢幕上(소위연소막상) 漫恣騫飛(만자건비) 魚戱鼎中(어희정중) 卽看초爛(즉간초란)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이르기를, "하늘이 잠깐 나쁜 자를 도와주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흉악함을 쌓게 하여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하였다. 이제 너는 간사한 것을 감추고 사나운 것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재앙이 가득한데도, 위험한 것을 스스로 편하게 여기고 미혹하여 뉘우칠 줄 모른다. 옛말에 '제비가 장막 위에다 집을 지어놓고 마음놓고 날아들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노니면 곧 삶아지게 될 것' 이라 하였다.
⊙ 我緝熙雄略?合諸軍(아집희웅약규합제군) 猛將雲飛(맹장운비) 勇士雨集(용사우집) 高旌大?(고정대패) 圍將楚塞之風(위장초새지풍) 戰艦樓船(전함누선) 塞斷吳江之浪(새단오간지랑) 陶太尉銳於破敵(도태위예어파적) 楊司空嚴可稱神(양사공엄가칭신) 妾眺八維(첩조팔유) 橫行萬里(횡행만리) 旣謂廣張烈火(기위광장열화) 열彼鴻毛<불사를 (열피홍모)> 何殊高擧泰山 (하수고거태산) 壓其鳥卵(압기조란)
내가 웅장한 전략을 가지고 군대를 모았더니, 날랜 장수가 구름같이 날아들고 용맹스런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었다. 그래서 높고 큰 깃발은 초 나라 요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군함은 오 나라 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이곳에는 진나라 도태위 같은 장수가 있어 적을 부수는데 날래고, 수나라 양소와 같은 병법가도 있는데 법을 엄숙하게 시행하여 신이라 일컫는다. 이들은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를 오간다. 그러니 너희들을 무찌르는 것은 맹렬할 불이 기러기 털을 태우는 것과 같고, 태산을 높이 들어 참새알을 눌러 깨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 卽日金神於節水伯迎師(즉일금신어절수백영사) 商風助肅殺之威(상풍조숙살지위)晨露滌昏煩之氣(신로척혼번지기) 波濤旣息(파도기식) 道路卽通(도로즉통) 當解纜於石頭(당해람어석두) 孫權後殿(손권후전) 佇落帆於峴首(저락범어현수) 杜預前驅(두예전구) 收復京都(수복경도)
뿐만 아니라 서풍이 불어 초목을 모두 말려 죽여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 이슬은 답답한 기운을 상쾌하게 하여 준다. 파도도 일지 않고 도로도 통하였으니, 석두성에서 뱃줄을 풀매 손권이 뒤에서 호위하고,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장선다. 열흘이나 한달이면 반드시 경도를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 剋期旬朔但以好生惡殺(극기순삭단이호생악살) 上帝深仁(상제심인) 屈法申恩(굴법신은)大朝令典(대조영전) 討官賊子不懷私忿(토관적자불회사분) 諭迷途者固在直言(유미도자고재직언) 飛吾折簡之詞(비오절간지사) 解爾倒懸之急(해이도현지급) 汝其無成?柱(여기무성료주) 早學見機(조학견기) 善自爲謀(선자위모) 過以能改(과이능개)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임을 싫어하는 것은 상제의 깊으신 인자함이요, 법을 굽혀서라도 은혜를 펴려고 하는 것은 큰 조정의 어진 제도이다. 나라의 도적을 정복하는 이는 사사로운 분함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요, 어둔 길에 헤매는 자를 일깨우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해주어야 한다. 나의 한 장 편지로 너의 거꾸로 매달린 듯한 다급한 것을 풀어 주려는 것이니, 고집하지 말고 일의 기회를 잘 알아서 스스로 계책을 잘하여 잘못된 일을 고치라
⊙ 若願分茅列土(약원분모열토) 開國承家(개국승가) 免身首之橫分(면신수지횡분)得功名之卓立(득공명지탁립) 無取信於面友(무취신어면우) 可傳榮於耳孫(가전영어이손) 此非兒女子所知(차비아녀자소지) 實乃大丈夫之事(실내대장부지사) 早須相報(조수상보) 無用見疑(무용견의)
만일 땅을 나누어 봉하여 나라를 세우고 집을 계승하여, 몸과 머리가 동강나는 것을 면하고, 우뚝한 공명을 얻으려 한다면, 마주보고 있는 번에게 신임을 받지 말아야 영화로움을 후손에까지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아녀자의 알 바가 아니라, 실로 대장부의 일인 것이다. 일찍이 의심하지 말고 회답할지어다.
⊙ 我命戴皇天(아명대황천) 信資白水(신자백수) 必須言發響應(필수언발향응)
不可恩多怨深(불가은다원심) 或若狂走所牽(혹약광주소견) ?眠未寤(감면미오) 猶將拒轍(유장거철) 固欲守株(고욕수주) 則乃批熊拉豹之師(칙내비웅납표지사)一麾撲滅(일휘박멸) 烏合시張之衆(오합시장지중) 四散分飛(사산분비)
身爲齊斧之膏(신위지부지고)骨作戎車之粉(골작융차지분) 妻兒被戮(처아피륙) 宗族見誅(종족견주)
나의 명령은 천자를 머리에 이고 있고, 믿음은 강물에 맹세하여 반드시 말이 떨어지면 그대로 하는 것이요, 원망만 깊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쳐 날뛰는 도당에 이끌리어 취한 잠에서 깨지 못하고,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항거하듯 융통성 없게 행동한다면, 그때는 곰을 잡고 표범을 잡는 군사로 한 벌 휘둘러 없애 버릴 것이니, 까마귀처럼 모여 소리개같이 덤비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갈 것이다. 몸은 날카로운 도끼에 기름 바르게 될 것이요, 뼈는 가루가 되어 전차 밑에 깔리게 되며, 처자도 잡혀 죽으려니와 종족들로 베임을 당할 것이다.
⊙ 想當燃腹之時(상당연복지시) 必恐?臍不及(필공서제불급) 爾須酌量進退(이수작량진퇴) 分別否臧(분별부장) 與其叛而滅亡(여기판이멸망) 曷若順而榮貴(갈약순이영귀) 但所望者(단소망자) 必能致之(필능치지) 勉尋壯士之規(면심장사지규) 立期豹變(입기표변) 無執愚夫之慮(무집우부지려) 坐守狐疑(좌수호의) 某告(모고)
동탁의 배를 불로 태울 때 가서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너는 모름지기 나아갈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를 잘 헤아리고, 잘된 일인가 못 된 일인가 분별하라. 배반하여 멸망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귀순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낫다. 그러면 바라는 것은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친한 장사를 찾아 갑자기 변할 것을 기약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으로 여우처럼 의심만 하지 말라.
Resource - <동문선> 권49 에서- .
격황소서(檄黃巢書-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최치원(崔致遠) -
廣明二年七月八日(광명이년칠월팔일) : 광명 2년 7월 8일에
諸道都統檢校太尉某(제도도통검교태위모) : 제도도통검교태위 모(某)는
告黃巢(고황소) : 황소에게 고하노니,
夫守正修常曰道(부수정수상왈도) :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닦는 것을 도(道)라 하고,
臨危制變曰權(임위제변왈권) :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智者成之於順時(지자성지어순시) :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고,
愚者敗之於逆理(우자패지어역리) :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데서 패하는 법이다.
然則雖百年繫命(연칙수백년계명) : 그러한 즉 비록 백년의 수명에
生死難期(생사난기) :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하기 어려우나,
而萬事主心(이만사주심) : 모든 일은 마음으로써
是非可辨(시비가변) : 그 옳고 그른 것을 이루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금아이왕사칙유정무전) : 이제 내가 왕사로서 말하면 정벌함은 있으나 싸우지는 않고,
軍政則先惠後誅(군정칙선혜후주) : 군정(軍政)은 먼저 은혜를 베풀고 베어 죽이는 것은 뒤로 한다.
將期剋復上京(장기극복상경) : 장차 상경(上京)을 수복하고
固且敷陳大信(고차부진대신) : 진실로 큰 믿음을 펴려고 함에
敬承嘉諭(경승가유) : 공경스럽게 가유를 받들어
用戢奸謀(용집간모) : 간사한 꾀를 쳐부수려고 한다.
且汝素是遐甿(차여소시하맹) : 또 너는 본래 먼 시골 구석의 백성으로
驟爲勍敵(취위경적) :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偶因乘勢(우인승세) : 우연히 시세를 타고
輒敢亂常(첩감난상) : 문득 감히 떳떳한 기강을 어지럽게 하며
遂乃包藏禍心竊弄神器(수내포장화심절농신기) :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가지고 신기(神器)를 노리며
侵凌城闕(침릉성궐) : 성궐을 침범하고
穢黷宮闈(예독궁위) : 궁궐을 더럽혔으니
旣當罪極滔天(기당죄극도천) : 이미 죄는 하늘에 넘칠 만큼 지극하였으니
必見敗深塗地(필견패심도지) : 반드시 여지 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噫唐虞已降(희당우이강) : 애달프다, 당우 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苗扈弗賓(묘호불빈) : 묘와 호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은즉,
無良無賴之徒(무량무뢰지도) : 양심 없고 무뢰한 무리와
不義不忠之輩(불의불충지배) : 충의(忠義) 없는 것들이란
爾曹所作何代而無(이조소작하대이무) : 바로 너희들의 하는 짓이니 어느 시대인들 없겠느냐.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원칙유유요왕돈기유진실) : 멀리는 유요와 왕돈이 진 나라를 엿보았고,
近則有祿山朱泚吠噪皇家(근칙유록산주차폐조황가) : 가까이는 녹산과 주자가 황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彼皆或手握强兵(피개혹수악강병) :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兵權)을 쥐었고
或身居重任叱吒則雷奔電走(혹신거중임질타칙뢰분전주) : 또한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
喧呼則霧塞煙橫(훤호칙무색연횡) :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然猶暫逞奸圖(연유잠령간도) :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終殲醜類(종섬추류) : 필경(畢竟)에는 그 씨조차 섬멸(殲滅)을 당하였다.
日輪闊輾(일륜활전) : 햇빛이 널리 비침에
豈縱妖氛(기종요분) : 어찌 요망한 기운을 마음대로 펴리요,
天網高懸(천망고현) : 하늘 그물이 높게 달려
必除兇族(필제흉족) : 반드시 흉적을 베일진대
況汝出自閭閻之末(황여출자여염지말) : 하물며, 너는 여염집에서 내치고,
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謀(기어롱무지간이분겁위양모) : 농묘 사이에서 일어나 분겁으로 좋은 꾀 삼고,
以殺傷爲急務(이살상위급무) : 살상으로 급무 삼으니
有大愆可以擢髮(유대건가이탁발) : 큰 죄는 탁발할 수 있을 것이요,
無小善可以贖身(무소선가이속신) : 소선(小善)으로 은신(隱身)할 수 없느니라.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불유천하지인개사현육) : 천하 모든 사람이 다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 아니라,
抑亦地中之鬼已議陰誅(억역지중지귀이의음주) : 문득 또한 땅 속의 귀신도 벌써 남몰래 베기로 의논하였다.
縱饒假氣遊魂(종요가기유혼) : 비록 기세를 빌어 혼을 놀게 하나,
早合亡神奪魄(조합망신탈백) : 일찍이 선을 망치고 넋을 빼앗으리라.
凡爲人事莫若自知(범위인사막약자지) : 무릇 인사를 이름에 스스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吾不妄言(오불망언) : 내 망언(妄言)하지 않는다.
汝須審聽(여수심청) : 너는 자세히 듣거라.
比者我國家德深含垢(비자아국가덕심함구) :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는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결점을 따지지 않는
恩重棄瑕授爾節旄(은중기하수이절모) : 은혜가 지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寄爾方鎭(기이방진) : 또 지방을 맡겼거늘,
爾猶自懷鴆毒(이유자회짐독) :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不歛梟聲(불감효성) :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動則齧人(동칙설인) :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짓이
行唯吠主(행유폐주) : 개가 주인을 짖는 격으로,
乃至身負玄化(내지신부현화) : 필경에는 천자의 덕화를 배반하고
兵纏紫微(병전자미) : 궁궐을 침략하여
公侯則犇竄危途(공후칙분찬위도) : 공후들은 험한 길로 달아나게 되어
警蹕則巡遊遠地(경필칙순유원지) : 먼 지방으로 행차하시게 되었다.
不能早歸德義(불능조귀덕의) : 그런데도 너는 일찌감치 덕의에 돌아올 줄 모르고
但養頑兇(단양완흉) :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가니,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사칙성상어여유사죄지은) : 이야말로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汝則於國有辜恩之罪(여칙어국유고은지죄) :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리니 죄가 있을 뿐이니,
必當死亡無日(필당사망무일) :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何不畏懼於天(하불외구어천) :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況周鼎非發問之端(황주정비발문지단) : 하물며 주나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요,
漢宮豈偸安之所(한궁기투안지소) :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네가 머무를 곳이랴.
不知爾意終欲奚爲(불지이의종욕해위) :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는 것이냐.
汝不聽乎(여불청호) :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道德經云(도덕경운) : <도덕경>에 이르기를
飄風不終朝驟雨不終日(표풍불종조취우불종일) :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 고 하였으니,
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 :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 가지 못하거든
況於人乎(황어인호) : 하물며 사람의 하는 일이랴.
又不聽乎(우불청호) : 또 듣지 못하였느냐.
春秋傳曰(춘추전왈) : <춘추전>에 이르기를
天之假助不善(천지가조불선) :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 두는 것은
非祚之也(비조지야) :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厚其凶惡而降之罰(후기흉악이강지벌) : 그 죄악이 짙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고 하였는데,
今汝藏奸匿暴(금여장간익포) :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惡積禍盈危以自安迷以不復(악적화영위이자안미이불복) :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所謂燕巢幕上(소위연소막상) : 이른바 제비가 막 위에다 집을 짓고
漫恣騫飛(만자건비) :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같고,
魚戱鼎中(어희정중) :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卽看燋爛我緝熙(즉간초란아집희) :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雄略糺合諸軍(웅략규합제군) : 우리는 뛰어난 군략으로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猛將雲飛(맹장운비) :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勇士雨集(용사우집) : 날랜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高旌大旆(고정대패) :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圍將楚塞之風(위장초새지풍) : 초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戰艦樓船(전함루선) : 총총히 들어찬 함선은
塞斷吳江之浪(색단오강지랑) : 오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陶太尉銳於破敵(도태위예어파적) : 진나라 도태위처럼 적을 쳐부수는 데 날래고,
楊司空嚴可稱神(양사공엄가칭신) : 수 나라 양소처럼 엄숙함이 신이라 불릴 만하여,
旁眺八維(방조팔유) :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橫行萬里(횡행만리) : 거침없이 만 리를 횡행할 수 있으니
旣謂廣張烈火(기위광장열화) : 마치 치열한 불꽃을 놓아
爇彼鴻毛(설피홍모) : 기러기 털을 태우고,
何殊高擧泰山壓其鳥卵(하수고거태산압기조란) : 태산을 높이 들어 새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卽日金神御節水伯迎師(즉일금신어절수백영사) : 금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水伯)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 이 때,
商風助肅殺之威(상풍조숙살지위) : 가을 바람은 숙살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晨露滌昏煩之氣(신로척혼번지기) : 새벽 이슬은 혼잡한 기운을 씻어 주니,
波淘旣息(파도기식) : 파도는 이미 쉬고
道路卽通(도로즉통) : 도로는 바로 통하였다.
當解纜於石頭(당해람어석두) : 석두성에 뱃줄을 놓으니
孫權後殿(손권후전) :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佇落帆於峴首杜預前驅(저락범어현수두예전구) :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잡이가 되었다.
收復京都(수복경도) : 앞으로 서울을 수복하기는
剋期旬朔(극기순삭) : 늦어도 한 달이면 되겠지만,
但以好生惡殺上帝深仁(단이호생악살상제심인) :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늘의 깊으신 덕화요,
屈法申恩大朝令典(굴법신은대조영전) : 법을 늦추고 은혜를 펴려는 것은 국가의 좋은 제도이다.
討官賊者不懷私忿(토관적자불회사분) :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지 아니 해야 하고
諭迷途者固在直言(유미도자고재직언) : 어두운 길에 헤매는 이를 깨우쳐 주는 데서 바른 말이라야 하는 법이다.
飛吾折簡之詞解爾倒懸之急(비오절간지사해이도현지급) : 그러므로 나의 한 장 글을 날려서 너의 급한 사정을 풀어 주려는 바이니,
汝其無成膠柱(여기무성교주) : 너는 미련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早學見機(조학견기) : 일찍이 기회를 보아
善自爲謀(선자위모) : 자신의 선후책을 세우고
過而能改(과이능개) : 과거의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若願分茅列土(약원분모열토) : 만일 땅을 떼어 받아
開國承家(개국승가) : 나라를 맡고 가업을 계승하여서
免身首之橫分(면신수지횡분) : 몸과 머리가 두 동강이 되는 화를 면하고
得功名之卓立(득공명지탁립) : 뛰어난 공명을 얻기 원한다면
無取信於面友(무취신어면우) : 몹쓸 도당들의 말을 믿지 말고
可傳榮於耳孫(가전영어이손) : 오직 후손에게 영화를 유전해 줄 것만을 유의하라.
此非兒女子所知(차비아녀자소지) : 이는 아녀자의 알은 체할 바가 아니요
實乃大丈夫之事(실내대장부지사) : 실로 대장부의 할 일이니만큼,
早須相報(조수상보) : 그 가부를 속히 회보할 것이요,
無用見疑(무용견의) : 쓸데없는 의심을 두지 말라.
我命戴皇天(아명대황천) : 나는 명령은 하늘을 우러러 받았고
信資白水(신자백수) : 믿음은 맑은 물을 두어 맹세하였기에,
必須言發響應(필수언발향응) : 한 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매
不可恩多怨深(불가은다원심) : 은혜가 더 많을 것이요 원망이 짙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或若狂走所牽(혹약광주소견) :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 견제되어
酣眠未寤(감면미오) : 취한 잠을 깨지 못하고
猶將拒轍(유장거철) : 마치 당랑이 수레바퀴를 항거하듯이
固欲守株(고욕수주) : 어리석은 고집만 부리다가는,
則乃批熊拉豹之師一麾撲滅(칙내비웅납표지사일휘박멸) :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사가 한 번 휘둘러 쳐부숨으로써
烏合鴟張之衆(오합치장지중) : 까마귀 떼처럼 질서 없고 솔개같이 날뛰던 무리가
四散分飛(사산분비) :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며,
身爲齊斧之膏(신위제부지고) : 너의 몸뚱이는 도끼 날에 기름이 되고
骨作戎車之粉妻兒被戮(골작융거지분처아피육) : 뼈다귀는 수레 밑에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 죽고
宗族見誅(종족견주) : 권속들은 베임을 당할 것이다.
想當燃腹之時(상당연복지시) : 옛날 동탁처럼 배를 불태울 그 때가 되어서는,
必恐噬臍不及(필공서제불급) : 사슴처럼 배꼽을 물어뜯는 후회가 있을지라도 시기는 이미 늦을 것이니,
爾須酌量進退分別否臧(이수작양진퇴분별부장) :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참작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分別)하라.
與其叛而滅亡(여기반이멸망) :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 어
曷若順而榮貴(갈약순이영귀) : 찌 귀순(歸順)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但所望者(단소망자) : 다만, 너의 소망(所望)은
必能致之(필능치지) :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勉尋壯士之規(면심장사지규) : 장부(丈夫)의 할 일을 택하여
立期豹變(립기표변) : 표범처럼 변하기를 기할 것이요,
無執愚夫之慮(무집우부지려) : 못난이의 소견(所見)을 고집하여
坐守狐疑(좌수호의) :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
某告(모고) : 모(某)는 고한다
http://osj1952. com.ne.kr/ jakga3/dl/choechiwon/choechiwon.htm
討黃巢檄文 - 檄黃巢書
廣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某官 告黃巢
夫守正修常曰道臨危制變曰權
광명(廣明): 당나라 희종(僖宗)의 연호.
제도도통 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 여러 도(道)의 군대를 통솔하여 총지휘하는 벼슬 이름.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 도통 검교 태위 아무는, 황소에게 알린다.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 軍政則先惠後誅
王師: 천자의 군대. 征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르는 데서 패하는 법이다.
비록 백년의 수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하기 어려우나, 모든 일은 마음으로써 그 옳고 그른 것을 이루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왕사로 말하면 정벌은 있으나 싸움을 주로 하는 것이 아니며, 군정을 말하면 은덕을 앞세우고 죽이는 것을 뒤로 한다.
且汝素是遐甿
驟爲勍敵 偶因乘勢 輒敢亂常
遂乃包藏禍心 竊弄神器 侵凌城闕
穢黷宮闈 旣當罪極滔天 必見敗深遁地
亂常 :
앞으로 상경을 수복하고 큰 신의를 펴고자 하여 삼가 임금의 분부를 받들고 간사한 것들을 치우려 한다. 너는 본시 먼 시골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감히 강상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품고 높은 자리를 노려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죄가 이미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에 이르러 반드시 여지없는 패망을 당하고 말 것이다.
無良無賴之徒 不義不忠之輩 爾曹所作
何代而無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
近則有祿山朱 吠噪皇家
唐虞(요순시대) :
苗: 순임금때 복종치 않았다가 토벌당한 나라
애달프다. 당우 시대로부터 내려오면서 묘와 호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은즉, 양심 없는 무리와 충의 없는 것들이란 바로 너희들의 하는 짓이다.
어느 시대인들 없겠느냐. 멀리는 유요와 왕돈이 진 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이는 녹산과 주자가 황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喧呼則霧塞烟橫 然猶暫逞奸圖 終殲醜類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권을 쥐었고 또한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어서,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닫듯 요란하였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자욱하듯 하였지만,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필경에는 그 씨조차 섬멸을 당하였다.
日輪闊輾
豈縱妖氛 天綱高懸 必除凶族 況汝出自閭閻之末 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 有大 可以擢髮 無小善可以贖身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
仰亦地中之鬼已議陰誅 縱饒假氣遊魂 早合亡神奪魄
햇빛이 활짝 펴졌으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 그물이 높이 쳐졌으니 나쁜 족속들은 반드시 제거되고 말 것이다. 하물며 너는 평민 출신으로, 농촌에서 일어나 불 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짓으로 알고 살상하는 것을 급선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을 뿐, 속죄할 수 있는 조그마한 착함은 없으니, 천하 사람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 땅 속의 귀신까지도 은밀히 죽이려고 의논하였을 것이니, 네가 비록 숨은 붙어 있다고 하지만 넋은 벌써 빠졌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이란 제가 제 자신을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자세히 듣거라.
比者我國家德深含垢
恩重棄瑕 授爾節旄 寄爾方鎭 爾猶自懷鴆毒 不斂梟聲 動則齧人
行唯吠主 乃至身負玄化 兵纏紫微 公侯犇竄危途 警蹕則巡遊遠地
不能早歸德義 但養頑凶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 汝則於國有辜恩之罪
必當死亡無日 何不畏懼于天
況周鼎非發問之端 漢宮豈偸安之所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는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결점을 따지지 않는 은혜가 지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또 지방을 맡겼거늘,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짓이 개가 주인을 짖는 격으로, 필경에는 천자의 덕화를 배반하고 궁궐을 침략하여 공후들은 험한 길로 달아나게 되고 어가는 먼 지방으로 행차하시게 되었다. 그런데도 너는 일찌감치 덕의에 돌아올 줄 모르고 다만 흉악한 짓만 늘어가니, 이야말로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해 준 은혜가 있고,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리니 죄가 있을 뿐이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누자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네가 머무를 곳이랴.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又不聽乎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종일을 갈 수 없다." 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 가지 못하거든 하물며 사람의 하는 일이랴. 또 듣지 못하였느냐.
春秋傳曰 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公汝藏奸匿暴 惡積禍盈 危以自安迷以不復
所謂燕巢幕上 漫恣騫飛 魚戲鼎中 卽看燋爛
<춘추전>에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 두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악이 짙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 위에다 집을 짓고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같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我緝熙雄略糺合諸軍
猛將雲飛 勇士雨集 高旌大旆 圍將楚塞之風 戰艦樓船
塞斷吳江之浪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날랜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초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총총히 들어찬 함선은 오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陶太尉銳於破敵 楊司空嚴可稱神 旁眺八維 橫行萬里
旣謂廣張烈火 爇彼鴻毛 何殊高擧泰山 壓其鳥卵
진나라 도태위처럼 적을 쳐부수는 데 날래고, 수 나라 양소처럼 엄숙함이 신이라 불릴 만하여,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를 횡행할 수 있으니 마치 치열한 불꽃을 놓아 기러기 털을 태우고, 태산을 높이 들어 새알을 짓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卽日金神御節水伯迎師
商風助肅殺之威 晨露滌昏煩之氣 波濤旣息 道路卽通
금신이 계절을 맡았고 수백(水伯)이 우리 군사를 환영하는 이 때, 가을 바람은 숙살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 이슬은 혼잡한 기운을 씻어 주니, 파도는 이미 쉬고 도로는 바로 통하였다.
當解纜於石頭
孫權後殿 佇落帆於峴首 杜預前驅 收復京都 剋期旬朔但以好生惡殺
上帝深仁 屈法申恩 大朝令典
석두성에 뱃줄을 놓으니 손권이 후군이 되었고,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잡이가 되었다. 앞으로 서울을 수복하기는 늦어도 한 달이면 되겠지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늘의 깊으신 덕화요, 법을 늦추고 은혜를 펴려는 것은 국가의 좋은 제도이다.
討官賊者不懷私忿 諭迷途者固在直言
飛吾折簡之詞 解爾倒懸之急 汝其無成膠柱 早學見機
善自爲謀 過而能改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지 아니 해야 하고 어두운 길에 헤매는 이를 깨우쳐 주는 데서 바른 말이라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의 한 장 글을 날려서 너의 급한 사정을 풀어 주려는 바이니, 미련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이 기회를 보아 자신의 선후책을 세우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若願分茅列土 開國承家 免身首之橫分
得功名之卓立 無取信於面友 可傳榮於耳孫 此非兒女子所知 實乃大丈夫之事
早須相報 無用見疑
만일 땅을 떼어 받아 나라를 맡고 가업을 계승하여서 몸과 머리가 두 동강이 되는 화를 면하고 뛰어난 공명을 얻기 원한다면 몹쓸 도당들의 말을 믿지 말고 오직 후손에게 영화를 유전해 줄 것만을 유의하라. 이는 아녀자의 알은 체할 바가 아니요 실로 대장부의 할 일이니만큼, 그 가부를 속히 회보할 것이요, 쓸데없는 의심을 두지 말라.
我命戴皇天 信資白水 必須言發響應
不可恩多怨深
나는 명령은 하늘을 우러러 받았고 믿음은 맑은 물을 두어 맹세하였은즉, 한 번 말이 떨어지면 반드시 메아리처럼 응할 것이매 은혜가 더 많을 것이요 원망이 짙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或若狂走所牽 酣眠未寤 猶將拒轍 固欲守株 則乃批熊拉豹之師
一麾撲滅 烏合鴟張之衆 四散分飛 身爲齊斧之膏
骨作戎車之粉 妻兒被戮 宗族見誅
만일 미쳐서 날뛰는 도당들에 견제되어 취한 잠을 깨지 못하고 마치 당랑이 수레바퀴를 항거하듯이 어리석은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사가 한 번 휘둘러 쳐부숨으로써 까마귀 떼처럼 질서 없고 솔개같이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며, 너의 몸뚱이는 도끼 날에 기름이 되고 뼈다귀는 수레 밑에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 죽고 권속들은 벰을 당할 것이다.
想當燃腹之時 必恐噬臍不及 爾須酌量進退
分別否臧 與其叛而滅亡 曷若順而榮貴 但所望者 必能致之
勉尋壯士之規 立期豹變 無執愚夫之慮 坐守狐疑 某告
옛날 동탁처럼 배를 불태울 그 때가 되어서는, 사슴처럼 배꼽을 물어뜯는 후회가 있을지라도 시기는 이미 늦을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참작하고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라. 배반하다가 멸망하기보다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다만, 너의 소망은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장부의 할 일을 택하여 표범처럼 변하기를 기할 것이요, 못난이의 소견을 고집하여 여우처럼 의심만 품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