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핀 섬마을 기행 (비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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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치 : 전남 신안군 비금면 신원리 |
여름날 새벽은 일러서 좋다. 아침에 조금 부산을 떨면 8시 20분에 용산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11시 50분에 목포에 닿을 수 있으니 5~6시간을 꼬박 기차에서 보내야 했던 것에 비하면 기술의 발전이 란 때론 눈부신 자유를 선물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목포역에 내리면 항구도시 특유의 활기와 물기 를 머금은 끈끈한 공기, 내리쬐는 태양에 바닷가에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개표를 하고 나면 우선 눈앞에 바로 보이는 관광안내센터에 들러 섬 지도와 다양하게 구비된 여행자료를 뒤적여 보자. 점심은 낙지 연포탕이나 남도 한정식으로 든든히 챙겨 먹고 1시 20분에 출발하는 쾌속선을 타고 비 금도로 길을 재촉해 본다. 목포항에는 비금도의 두 관문인 가산과 수대를 오가는 배들이 수시로 있 으며 차를 싣고 가는 일반선은 약 2시간 정도, 쾌속선은 약 50분 정도 소요된다. 새가 나는 형상을 띈다고 해서 비금도로 불리는 이 섬은 남북으로 긴 모양을 하고 있으며, 수대선 착장은 섬의 동남쪽에, 가산선착장은 북쪽에 위치해 있다. 특히 수대선착장은 바로 이웃한 도초도 의 화도선착장과 마주하고 있으며 두 섬을 잇는 서남문대교를 통해 도초도로 들어가는 것도 쉬워, 이 곳에서부터 섬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크기가 각각 44.6평방km, 42.4평방km로 신안군에 속한 섬 중 다섯 번째, 일곱 번째로 크다고 한다. 따라서 섬 내에서의 이동은 차량이 있어야 가능하며 대중교통은 마을버스와 택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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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밝은 모래(明沙)가 십리(十里)나 펼쳐져 있는 백사장과 바닷가에 핀 해당화가 장관인 명사십 리 해수욕장에서 첫 번째 일정을 시작하기로 하자. 본래 원평해수욕장과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그 길이가 1.2km, 2.8km로 둘이 합쳐 4km, 즉 십 리나 된다고 하여 명사십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밀물 때는 두 해수욕장이 그 사이 바위산 으로 나눠지다가 썰물 때는 다시 이어져 보란 듯이 명사십리를 이루곤 한다. 두 해수욕장 모두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마주하고 있어 야영하기에 알맞으나 화장실, 샤워시설, 취 사시설, 주차장 등은 원평해수욕장에만 갖추어져 있고 사용료는 모두 무료다. 탁 트인 서해를 마주하고 해수욕을 하거나 보드라운 백사장과 부서지는 파도 곁을 한없이 산책하 는 것도 꽤나 상쾌한 일이지만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면 배를 빌려 인근의 신비한 무인도를 찾아 가 바다낚시를 즐기거나 섬 주변의 기암괴석과 풍광을 즐기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일 것이다. 이 곳 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들의 서식지인 칠팔도를 비롯해 기암괴석이 절경인 우세도 등 수많 은 무인도들이 딸려 있어 날씨만 맑다면 어디든 갯바위낚시터로 손색이 없다. 바다를 이 정도로 즐겼다면 다음날 아침엔 서둘러 산에 올라본다. 비금도에는 그림산과 선왕 산(255m) 등산로가 대표적인데 안전하고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으며 높거나 험하진 않지만 숲과 암벽, 능선이 적절히 조화되어 오르는 재미가 있다. |
산로의 아담한 숲길에 들어서면 이름모를 야생화와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장관을 이룬다. 또한 섬 풍광이 보이는 곳마다 마련된 쉼터는 쉼터를 만든 이의 정성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길 가에 빼곡히 숨겨져 있는 앙증맞은 산딸기 간식은 오르는 내내 쏠쏠한 재미를 줄 것이다. 시작점부터 그림산 정상까지는 수직으로 직선코스이고 그 이후로는 능선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가 있는데 투박하고 속 시원한 바닷바람의 해풍욕과 섬 풍광을 한없이 만끽하고 나면 어느덧 선왕산 정산에 이르게 된다. 산 너머에 뭐가 있기에 기어이 이런 수고를 하나 스스로 의아해질 무 렵 눈앞에 넘실되는 하트모양 해변의 하누넘 해수욕장은 그 의문에 충분한 답을 준다. 무엇보다 그 위로 쏟아지는 짙은 석양의 감동은 여름날 나그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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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오는 길엔 선왕산 중턱에 위치한 단출한 산사인 서산사에 들러 정갈한 약수로 목을 축이 고 풍경소리를 감상하며 쉬어가도록 하자. 아직 발걸음을 옮기기 아쉽다면 산 아래의 서산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서산마을은 투박하지만 정겨운 세월의 먼지가 굽이굽이 나지막한 돌담길과 그 위 에 늘어진 넝쿨에 고스란히 쌓여있는 어촌마을이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서남문대교로 이어진 형제섬인 도초도에 들러 시목해수욕장의 고즈넉하고 목가 적인 풍경에 빠져 평온한 한 때를 보내는 것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