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나라
리비아의 수도에서 동쪽으로 300km 거리에 있는 제3의 도시 미수라타 근처의 휴양지
한국에서 리비아로 오는 경로는 3가지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를 거쳐 트리폴리로 들어오는 방법, 독일의 프랑크프루트를 경유해서 트리폴리로 들어오는 방법, 터키의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로 들어오는 방법.
저는 그 중에 독일 프랑크프루트를 통해서 들어왔습니다.
프랑크프루트를 경유하면 비행기가 알프스 산맥 - 비행기에서 정말로 알프스의 만년설이 보입니다 - 을 너무 이태리를 쭉 내려와서 지중해를 거쳐 트리폴리에 내립니다.
이 때 처음으로 지중해를 보았습니다.
지중해는 지금은 유럽의 내해 정도로, 좀 더 넓게 봐주더라도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의 대양으로 취급되지만, 1492년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세계의 중심바다였습니다. 물론 이 세계란 서양인의 세계관으로 좁혀서 말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리스가 서양의 중심일 때 그리스 본토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리스의 뒤를 이어 다시 서양을 제패한 로마를 생각할 때도 이태리 본토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시 세계사 지도책을 펼쳐서 그리스가 유럽을 제패할 당시의 지배권 내 도시를 보면 그리스 본토에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정도이고 나머지 주요도시들은 모두 지중해의 동편인 에게해에 접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유명한 트로이는 터키본토의 에게해에 접한 도시국가였고, 이오니아와 코린트도 터키본토에서 멀지 않은 섬나라입니다.
로마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제국이 초기에 국가를 안정시킬 때까지는 이태리 본토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 힘이 주변국가로 뻗혀서 영토를 넓히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지중해가 역사의 무대였습니다.
여행정보 책의 대명사 론리 플래넛 리비아편의 지도를 보면 '1주일간 리비아에서 볼만한 유적'을 소개하는 지도가 있는데 이 모두가 리비아 북부 지중해 변에 있는 도시들입니다.
트리폴리 서쪽에 있는 사브라타, 트리폴리, 렙티스 마그나, 벵가지, 프토레이마스, 키레네, 수나 아폴로니아 등 2000년이 넘은 유적을 간직한 도시들은 모두 지중해 변에 있는 해양도시입니다.
이 도시들 중 서쪽에 있는 유적지에는 주로 로마유적이 많고, 동쪽에 있는 유적지에는 그리스와 로마 유적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트리폴리 북쪽의 지중해 너머에는 이태리가 있고, 동쪽 벵가지 위쪽에는 그리스가 있기 때문이죠.
리비아의 현재 주요도시들도 대부분 지중해변에 있습니다. 수도인 트리폴리, 제2도시인 동쪽의 벵가지, 제3의 도시인 미수라타가 그렇고 그 외의 도시들도 대부분 지중해를 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하라사막 - 리비아는 리비아 사막으로 부름 - 을 가고자 하지 않는 한 여행을 한다면 제일 서쪽의 사브라타부터 동쪽 끝의 터브록까지 주요도시와 유적지를 들르면서 움직이면 리비아의 80%는 볼 수 있습니다.
저는 6개월간 있으면서 세곳의 유적지를 보았습니다.
현장 근처에서 찾기 쉬운 키레네, 아폴로니아를 보았고, 미수라타 출장길에 렙티스 마그나를 보았습니다.
출장길이나 휴일 몇 시간의 방문으로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고대도시를 보았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나마 한국사람으로서 리비아를 온 경험이 별로 없기에 이나마의 정보라도 리비아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뻔뻔스러운 생각으로 아는대로 조금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리비아 최대유적지는 렙티스 마그나입니다. 리비아에서는 쿰즈 또는 홈즈라고 부릅니다. 기원전 8세기부터의 유적에서 그리스, 로마의 도시유적까지를 볼 수 있습니다. 론리 플래넛에서는 리비아에서 딱 한가지를 본다면 렙티스 마그나를 보라고 합니다.
리비아는 2005년부터 개방되었다고는 해도 여행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한 나라이고 위험스러워 보이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4번의 방문 중 관광객이 10명이 넘는 경우는 없었고, 외국인을 본 경우도 딱 한번입니다.
렙티스 마그나의 사진은 시오노 나나미의 책 표지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판 원서의 표지사진이 어떤지는 몰라도 한길사에서 펴낸 로마제국 멸망 이후의 지중해를 설명하기에 이 사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왜나하면 렙티스 마그나는 로마제국이 한 창 세계로 영토를 확장할 때의 도시니까요.
그만큼 우리는 리비아를 모른다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