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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 【지은이】김춘수: 1946년에 시 '애가'를 통해 문단에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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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 전개
[A]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A]대상을 인식하기 이전의 무의미한
그는 다만 존재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존재의 매몰(埋沒)>
[B]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B]명명(命名)에 의해 의미가 있는 존재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존재의 현시(顯示)>
[C]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C]존재의 본질 구현(具顯)에 대한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근원적 갈망>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기다림의 갈망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D] 우리들은 모두 [D]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무엇이 되고 싶다. <만남의 환희와 교감(交感)>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너→너→나→우리'로 전개되면서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존재의 의미를 확대(점층적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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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존재의 본질과 인식
존재의 의미를 조명하고 그 정체를 밝히려는 의도를 가진 이 시는, 주체와 대상이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인 만남의 관계임을 형상화하고 있다.
[제1연] 존재에 대한 인식, 즉 명명 행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상을 인식하기 전에는 무의미한 존재에 불과하다. 무의미한 존재, 즉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제2연] 시적 화자가 대상인 존재를 인식하고 이름을 불러 줌으로써 그는 정체를 지닌 의미 있는 존재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혼돈과 부재, 존재의 은폐성에서 그는 참모습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는 하이데커의 "말은 존재의 집이다. 만물은 본질에 따라 이름을 지으며, 시인의 사명은 성스러운 것을 이름짓는 데 있다."고 한 말을 새겨 봄직한 대목이다. '존재와 인식'은 언어로 개념화될 때 그 참모습을 드러난다는 것이다. '꽃'은 존재에 대한 인식의 결과를 개념화한 시어로 다음 글의 '의미의 세계'와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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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자연과 우주로, 나를 남과 사회로 열어 주는 길들은, 우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여 뜻있는 것으로 하며, 나와 남과의 사이에 사회의 질서를 세워 진정한 뜻에서의 인간적 세계를 창조한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철학자가 말했듯이, 사물로서 존재가 빛을 받아 원래의 은폐성에서 밖으로 뜻을 가지는 존재로 나타나게 되며, 동물로서의 인간이 자연을 초월하는 인간으로서 승화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하여 길은 벨트(Welt), 즉 물리 현상으로서의 세계가 움벨트(Umwelt), 즉 환경으로서의 세계로, 환경으로서의 세계가 레벤스벨트(Lebenswelt), 즉 생활 세계로, 무의미의 세계가 의미의 세계로 발전하는 역사의 형이상적 기록이다. -박이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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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연]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갈망이 표출되어 있다. 주체인 '나'가 객체인 '너'에게로 가서 의미의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 말은 '객체(너)'가 없는 '주체(나)'도 주체가 없는 대상도 무의미할 뿐 아니라 아무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빛깔과 향기'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진상, 즉 실체(본질)를 암시하는 말이다.
[제4연] 화자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이 '나' - '우리'로 확대된다. 그리고 꽃의 '눈짓'으로 의미 있는 존재로서의 만남의 환희를 만끽하자는 충만된 느낌이 칠칠 넘치는 시어인 것이다. 위의 인용문의 '의미 있는 존재'로서 창조의 주체자가 되자는 뜻으로 이해함직하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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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꽃을 위한 서시(序詩) 【지은이】 김춘수: 이미지를 통한 '인식'을 중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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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 전개
[A]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A]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나의 무지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B]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B]나의 무지로 인해 너의 존재성이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매몰됨
<인식의 부재(不在)>
[C]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C]존재의 본질 인식에 대한 자각과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노력
나는 한밤내 운다.
[D]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D]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기 위한
탑(塔)을 흔들다가 노력의 소중함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인식의 추구>
[E]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E]본질 인식을 위한 노력의 부족
<인식 실패의 안타까움>
☞ 구성: 어둠(밤) ⇒ 불 ⇒ 밝 음
(인식 이전의 상태) (인식을 위한 의식·노력) (본질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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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위한 서시'의 존재와 본질 인식
이 시는 발표 연대는 '꽃'보다 뒤인데, 그 내용은 '꽃'의 서시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너, 신부'는 '꽃'의 비유어에 불과하다. 화자는 존재의 본질을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나'의 무딘 촉수로 인하여 고난의 몸부림만 거듭한다는 것이다. 즉, 존재의 참모습은 얼굴을 가리고 좀체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음에 안타까움을 담은 내용이다.
따라서 '꽃'이 인식의 대상으로서의 존재가 남에게 바르게 인식되고 싶은 소망을 읊었다면, 이 시는 인식의 주체로서의 화자가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고자 하는 의지를 읊은 작품이다.
[제1, 2연] 존재의 본질을 파악할 능력, 즉 인식이 부족한 '나'는 오히려 '너'를 더욱 미지의 세계로 숨게 만들고 그리하여 아무 의미도 부여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고 만다는 뜻으로 화자의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제3연] '무명의 어둠'이란 존재의 의미, 본질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태를 보다 못한 나는 의식을 일깨우는 불을 밝히고 본질을 인식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마치 '돌개바람'처럼 변하여 인식의 눈을 뜨고 알맞은 이름을 불러보고 싶은 간절한 욕망을 읊고 있다.
[제4연] 그러나 '꽃'은 수줍은 나의 '신부'가 되어 너울을 드리운 채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는 화자의 간절한 욕망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3. 능금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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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는 그리움에 산다. ☜ 그리움으로 살고 그리움으로 다가와 축제의
그리움은 익어서 여운으로 새겨져 남는 능금의 실체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B]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존재의 속살을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충실하게 채운 능금이 받는 사랑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만이
익어 간다. /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C]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서 마침내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도달하는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생의 넘치는 감격>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능금'의 존재와 본질 인식
'존재 - 인식'의 문제를 다루는 '무의미의 시'이면서도 친근감으로 다가와 상징의 너울 속에 가린 의미의 세계를 열어 젖힐 듯한 느낌을 준다. '능금'은 '꽃'과 같은 구체적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떤 관념의 표상으로 봄이 좋을 듯하다. 따라서 이 시는 익어가는 '능금'에 대한 경이감을 차분한 어조로 노래한 작품이다.
능금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물음을 통해 비밀을 알아냄으로써 능금은 겉모습이 아닌 속모습, 즉 실체를 드러내면 다가오기 시작한다.
존재의 비밀은 노래하는 주지시이면서도 '그리움, 축제, 애무의 눈짓, 새월, 감정의 바다'와 같은 함축성을 내포한 시어를 통해 냉철한 지성을 포근하고 풍요로운 서정의 세계를 느끼게 한다. 결국, 이 시는 사물의 거죽을 벗기고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으로 쓴 시로써 그러한 자세로 읽고 감상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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