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희곡

시놉시스/대본

박송 입니다. 2012. 7. 17. 13:15

 

 

 

 

 

 

1. 미륵사지 이야기(익산)


 

<대략의 줄거리>시놉시스

 

 

*등장인물: 나실장, 지상법사, 무왕

 

 

-문화재보수단장인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나실장은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과 미륵사지의 복원, 보수공사를 위해 익산에 내려와 직접 보수단원들을 지휘하며 작업에 힘쓴다.

그러나 동양최대의 절터이면서 백제의 웅장하고 화려했던 미륵사지의 모습은 직접 그 시대에 산 경험이 없는 이상 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힘든 공사중 잠깐 미륵사지석탑아래에 기대어 잠이 든 나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꿈속에서 백제시대로 가게 된다.

백제의 미륵사 창건의 공사지휘를 맡은 지상법사의 몸이 된 나실장은 무왕을 만나고 그의 미륵사창건의 동기와 원대한 꿈의 포부를 듣게 된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못하고 왕이 된 무왕의 전력과 왕권을 항상 위협하는 귀족들의 보이지 않는 힘, 이를 견제하고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 선화공주의 조국인 신라를 공격하고 미륵사를 건립하여 자신의 왕권을 과시하려는 무왕의 노력을 보게 된다.

그리고 미륵사를 창건하고 미륵사의 양식이 왜 3당3탑의 형식인지도 알게 된다.

미륵사가 완성되던날 지상법사인 나실장이 불공을 드리자 봉황모양의 금동향로에서 봉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으며 무왕을 축복한다.

그러나 미륵사를 창건한 무왕은 그 후에도 비운의 왕으로서의 자신의 처지는 변함이 없으며 미륵사건립 때문에 뜻하지 않게 국력을 소모하고 백성들을 고통받게 한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무왕은 아들인 의자왕에게 자신처럼 백성들을 고통받게 하지 말고 백성들을 사랑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훌륭한 왕이 되어달라고 당부한다.

꿈에서 깬후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실장은 꿈속에서 본 모습대로 미륵사를 더욱 쉽게 복원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과거의 꿈이 사라진 무왕의 미륵사지에서 관광객들이 소풍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후대에서라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명소로 자리잡게 된 미륵사지에서 무왕의 못다한 꿈을 기원해준다.

나실장이 잠시 공사를 멈추고 바라본 하늘에서는 무왕의 아련한 모습과 함께 갑자기 봉황모양의 구름이 나타나 날개짓을 한다. 

 

 


2.임벽당김씨 이야기(서천)

*등장인물: 이선생, 강기자, 임벽당 김씨

-시인이면서 국어교사인 이선생은 어느날 서천군의 한 중학교 국어 교사로 발령받아 서천군으로 내려온다.

이선생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시를 쓰다가 임벽당김씨의 기념비를 보고 서천이 임벽당의 고장인 것을 새삼 알게 된다.

“허난설헌, 신사임당”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여류시인이었으며 글과 시에 능하여 “공시선서”라고 불리우고 명나라에까지 그 명성을 떨쳤던 임벽당김씨에 대해 같은 시인으로서 호기심과 존경을 느끼면서 이선생은 고장에서의 그녀의 발자취와 시를 떠올리며 임벽당이 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상을 탐구해간다.

그러던중 우연히 같은 목적으로 임벽당에 대해 취재를 하던 문학출판사의 강기자와도 만나게 되어 둘은 서로 임벽당김씨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빈여음. 별증”등 그녀의 대표적인 시를 하나하나 따라가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여행을 하게 된다.

 

 

3.계백장군 이야기(논산)

*등장인물: 김대리, 한부장, 박이사, 의자왕, 계백장군

-논산에서 유망한 회사에 다니는 김대리는 오늘도 열심히 회사를 위해 충직하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한부장님이 곧 정리해고를 당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제 구세대의 능력은 쓸모가 없고 신세대들의 개발능력을 키워주자는 기업의 취지아래 그런 계획이 나온것이었는데 사원들의 의견을 다수 참고하여 해고를 할 것이라고 한다.

평소에 호랑이처럼 불같은 성격으로 사원들을 모질게 대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따뜻한 정도 많고 항상 맡은바 일을 아무 불평없이 우직하게 해오셨던 부장님이었는데 이제 회사는 그가 필요없어진 것이다.

더불어 사원들도 이젠 그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같은부서의 사원들만은 그래도 그럴수 없다.

고위급임원인 박이사는 한부장을 해고시키기위해서 그를 배신하라고 한부장의 부서사람들을 꼬드기는데 김대리만은 양심적으로 그럴수가 없어서 갈등을 하며 그날저녁 술에 만취해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다가 계백장군의 묘 근처를 걷게 되었는데 그 때 갑자기 김대리의 충성심을 책망하는 계백장군의 호통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계백장군과 함께 백제시대로 넘어가서 왕권초기에는 백제에서 가장 훌륭했던 성군이었던 의자왕의 모습과 그가 귀족들의 간계로 타락하며 몰락하는 비운의 모습, 의자왕에 대한 계백장군의 충성심과 함께 충성하는 성충과 흥수 또한 보게 된다.

김유신의 나,당 연합대군과 불과 5천의 결사대로 황산벌에서 최후까지 항전하다 죽음을 맞는 계백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김대리는 회사의 뜻과는 상관없이 한부장님을 끝까지 지키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같은 부서의 사원들과 한부장님을 끝까지 지키려하는데 이 뜻을 안 한부장은 감격해하면서 끝내 회사를 스스로 떠난다.

떠나는 한부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김대리와 사원들은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3년후...

어느 술집에서 한부장과 김대리 그리고 부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겁게 만남을 가지고 있다.

회사는 한부장을 해고한후 벌을 받았는지 부도가 나서 망해버렸고, 그 후 김대리와 사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연락이 닿아 한부장과 직원들이 모임을 가지게 된것이다.

한부장은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김대리와 직원들에게 감사해하며 앞으로 자신들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과 꿈에 대해 즐겁게 희망을 가지며 이야기하고 결의를 나눈다.

김대리는 끝까지 상관에게 충성심을 잃지 않게 해주고 이런 반가운 모임을 또한 가지게 해준 계백 장군을 떠올리고 마음속으로 감사해한다.


 

 
삐삐꽃 08.08.26. 16:50
조금 상투적(?)인듯 보이지만, 재미있네요. 만화로 이걸 그리면 어떻게

 

 

 

 

 

 

 

                        대본, 예     End?! And!!

                              

                                                           

                                                                                                     이세민 (본명:이이슬)


#1. 빅버드 앞 길. 저녁 5시 10분.

  (포항과 수원의 개막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길게 구장 입구에 걸려있다. 주변엔 블루윙즈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 그랑 블루 몇 명이 보인다. 한 쪽에선 쭈그려 앉아서 걸개를 제작    하고 있다. 카메라가 구장 입구에서 쭉 내려가서 도로를 비춘다. 차들이 지나다니고, 버스    가 선다. 역시 몇 명 서포터들이 내린다. 그들의 앞쪽으로 카메라가 이동한다. 민우와 재    영 둘이 서 있는 모습을 카메라가 잡는다.)

  재영: (팔짱을 끼고 서 있다.) 왜?

  민우: (재영을 쳐다본다.) 미안해.

  재영: (팔짱을 풀지 않고, 삐딱하게 민우를 쳐다본다.) 뭐가?

  민우: 어제 있었던 일.

  재영: 진심이긴 해?

  민우: (빤히 재영을 쳐다본다.) 진심이야.

  (재영은 빤히 민우를 쳐다본다. 민우 역시 재영의 눈빛을 피하지 않는다.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주변으로는 그랑 블루 몇 명이 지나간다. 카메라 멀어진다.)


#2. 회상. 그 전날. 재영의 학교 근처 호프집.

  (호프집 안이 굉장히 시끄럽다. 재영의 동기 모임이다. 테이블이 일렬로 세 개가 쭉 붙어    있다. 자리가 부족했던 사람들은 따로 앉긴 했지만 이야기는 하나로 섞인다. 민우는 재영    과 과 CC로 시작했던 거라서 그들보다는 선배이긴 하지만 그 자리에 섞여 있다.)

  재영: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재영이 일어나면서 민우의 옆자리가 비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재영의 모습이 보인다.     재영의 옆에 앉은 재영의 동기가 술에 취해 민우 쪽으로 쓰러진다.)

  재영 동기 1: (쓰러진 동기를 보면서) 야, 야 일어나.

  민우: 그냥 둬. 좀 이러고 있게.(쓰러진 후배를 민우의 무릎을 베게 한다.)

  재영 동기 1: 어휴, 왜 이러냐.

  쓰러진 동기: (혀가 꼬여서) 내가 말이야, 오랜만에 만나서 다들 반가워서 그래. 나 이러    고 잠시만 있을게.

  재영 동기 1: 반가우면 이래도 되냐?

  쓰러진 동기: (똑바로 앉으면서) 왜?! 안 돼?! (민우 쪽을 바라보면서) 오빠 안돼요?

  민우: 괜찮아.

  쓰러진 동기: (동기 1을 바라보면서) 괜찮 다잖아! (그대로 다시 눕는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재영이 보인다. 재영은 다시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쓰러진 동기: (다시 앉는다.) 아, 더워. (민우를 쳐다본다.) 오빠, 나가요.

  민우: 어? 그래.

  (민우는 쓰러진 동기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기 1이 혀를 쯧쯧 차면서 그 광경    을 보다가 재영을 본다. 민우는 재영을 보지 못하고 후배와 같이 나간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본 재영은 다시 자리에 앉는다. 말없이 맥주만 마시는 재영. 그런 재영을 바라보는    동기 1. 재영은 맥주잔을 내려놓고 문을 빤히 쳐다본다. 호프집 입구에 걸터앉은 동기와    민우를 바라보는 재영.)

  재영: 지가 뭐 구세주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렇게 말해도 변한 게 없네.

  동기 1: 취했잖아. 그래서 그렇겠지.

  재영: (맥주잔을 다시 들면서 동기 1을 본다.) 그래, 뭐 취했으니까. 근데 한 두 번이어야         지.

  동기 1: 에휴, 모르겠다. (맥주잔을 들어 재영의 잔과 부딪힌다.)

  재영: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면서) 아니 다른 애도 아니고 왜 쟤야? 학교 다닐 때 쟤         가 좋아했던 거 뻔히 알면서.

 (카메라는 그들에게서 멀어진다. 여전히 시끄러운 분위기. 재영은 테이블에 왼팔을 올려 머   리를 괸다.)

  

#3. 리그 개막일. 빅버드 앞 길가. 저녁 5시 30분.

 (여전히 마주보고 서 있는 재영과 민우. 좀 전보다 서포터들이 더 많이 지나다닌다.)

 서포터 1: (재영을 보면서) 어? 안 올라가?

 재영: (억지로 웃으면서) 먼저 가세요, 좀 있다가 갈게요.

 (서포터 1 멀어진다.)

 재영: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민우: 변할게, 잘 한다고.

 재영: 그 말만 지금 몇 번째야? 내가 정말.(잠시 말을 멈춘다.) 한 두 번이 아니잖아, 내가        매번 말하잖아. 오빠 여자 친구는 나 아냐?

 민우: 어제 걔가 너무 취했었잖아. 그런 거 이해 못해?

 재영: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진다.) 한 두 번이어야 이해를 하지.

 민우: (한숨을 한번 내쉰다.)

 재영: 더군다나 걘, 알잖아 오빠. 걔가 오빠 되게 좋아했었던 거. 몰라?

 민우: (재영을 바라본다.)내가 아니면 된 거 아냐?

 재영: 오빠는 아니겠지, 근데 난 되게 불안하다고. 학교 다녔을 때도, 걔가 오빠 좋다고 했        었는데 오빠가 안받아줬던 거, 그리고 나서 나랑 오빠 사귈 때 걔 학교 휴학하고 안        나왔던 거 생각하면, 오빠 졸업하고 나서야 복학해서 나랑 마주쳤을 때, 걔가 나 피        하고 내가 걔 피했던 거 생각하면 난 아직도 답답해. 어제도 내 옆에 앉았을 때 답답        하고 불안했다고. 근데 그 상황에서? (재영이 머리를 쓸어 넘긴다.)

 민우: 난 신경 안 쓴다고 했잖아. 니 말 대로 내 여자 친구는 너고.

 재영: 신경 안 쓴다고? 난 신경 쓰여. 그렇게 술 취한 게 걱정이었으면 다른 동기 남자애         들 시켰어도 되는 거잖아. 아냐? 내 말 틀려?

 (이 때, 버스가 한 차례 그들 근처에서 멈추고 그랑 블루 몇 명이 내린다. 그들은 서로 오   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가다가 그 중 한명이 민우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다.)

 민우: (자신을 툭 치고 지나간 서포터를 보며 눈을 흘기면서) 아 짜증나, 뭐야. 하여간 어        떤 서포터인지 매너들은 없어서 정말.

 재영: (눈빛이 더 매섭게 변한다.) 다시 말해봐.

 민우: 뭘?

 재영: (언성을 좀 더 높인다.) 지금 한 말 있잖아!

 (순간 주변 사람들이 재영을 모두 쳐다본다. 민우는 뻘쭘하게 그들을 쳐다본다.)

 민우: (재영의 팔을 잡으면서) 왜 그래. 미안해, 미안. 됐어?

 재영: 오빠가 뭔데 우리 서포터에 그런 말을 해?! 뭐야?! 뭐 해줬어? 아오, 정말. 그쪽 팀         보다 우리 팀이 역사도 길고요 아저씨, 지금 그쪽 팀은 연고 이전 때문에 그리고 그         특유의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엄~청 욕 먹는 거 아세요? 그리고 뭐? 매너 없게?

       (재영 한번 숨을 고른다.)야!! 니네는 얼마나 매너가 있어서 다른 서포터들이 북패라         고 하냐?! 그렇게 매너 있어서 작년이냐? 암튼, 안정환한테 그런 소릴 했나보지?! 아         오 열받네. (손으로 부채질 한다.)

 민우: 미안해, 재영아.

 재영: 미안? 오늘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하시나, 조민우씨. 당신이 나한테 미안했으면 말         이라도 조심했어야지, 별로 미안하지 않은가보네.

 민우: (화를 억누른다.) 그만해.

 재영: 그만? 못하겠다면?

 민우: 너 정말, 감당이 안 된다, 넌. 그만하자. 끝내자, 그냥.

 재영: (빈정댄다.) 그래요~그럼. 끝냅시다, 네~그러고 말고요. 간단해서 좋으시군요, 조민        우씨. 아예 우리 이제 두 번 다시 보지 맙시다. 이제 지겨우니까.

 민우: (화가 폭발한다.) 그래, 나도 이제 너 지겹거든? 매번 칭얼거리고, 자기 안 봐주면,         화내고. 야, 내가 무슨 너한테 몸 바쳐서 충성해야 하는 똥강아지냐?

 재영: 얼씨구, 내가 할 소리네! 잘 해봐라~북패!

 민우: (재영을 잠시 노려보더니) 굿바이다, 그래.

 재영: 어휴, 시원하다 시원해!(민우의 뒤에다가 대고 소리를 지른다.)

 (민우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버스에 타는 민우.)


#4. 빅버드 앞 길가. 6시.

 재영: 뭐 저런 게 다 있어? 안녕이다, 북패. 그동안 서포터에서도 쪽팔려서!!내가 남자친구        이야기도 못했는데. (눈에 눈물이 고인다.)

 (재영은 핸드폰을 꺼내서 자기♡를 검색한다.)

 재영: (혼잣말로) 자기는 무슨 얼어 죽을 자기. 귀찮게 하트는 또 왜 해놨나 몰라.

 (민우의 번호를 삭제한다. 카메라 앨범으로 들어가서 민우의 사진을 삭제하려다가 너무 많   아서 전체 삭제를 눌러버린다. 눈물이 툭 떨어진다. 삭제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핸드폰    액정에 뜬다. 슬라이드를 내리고 재영은 눈물을 닦는다. 문자가 온다. 발신자 개나리라고    뜬다. 왜 안 오냐는 문자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를 건다.)

 나리: (목소리만)왜 안와?

 재영: 나리야, 오늘 경기 못 보겠다.

 나리: (목소리만) 너 무슨 일 있어?

 재영: 술 마시자, 나와.

 나리: (목소리만) 야, 나 경기….

 재영: 어차피 정훈이도 없잖아 이 지지배야.

 나리: (목소리만) 왜 그래?

 재영: 나와, 여기 빅버드 입구야.

 (슬라이드를 내려버리는 재영. 눈물이 흐른다. 옷소매로 눈물을 닦는다.)

 서포터 2: 어? 재영, 왜 안 올라가?(재영의 얼굴을 본다.) 무슨 일 있어?

 재영: 들어가세요, 전 오늘 경기 못 볼 것 같아요.

 서포터 2: 어? 어…알았어. (일행들과 같이 쑥덕거리면서 들어간다.)

 재영: (다시 핸드폰을 열어 나리에게 전화한다.) 왜 안 나와?!

 나리: (목소리만) 횡단보도다 이것아, 기다려.

 재영: (아이같이 울면서) 얼른 나와, 보고 싶어. (눈물을 닦는다.) 

 나리: (목소리만) (당황한 목소리) 알았어, 알았어.

 재영: (울음을 가까스로 멈춘다.) 십초 줄게.

 나리: (횡단보도를 건너서 재영을 부른다.) 야! (재영에게 뛰어온다.) 뭐야?

 재영: (빨개진 눈으로 나리를 쳐다본다.)

 나리: 싸웠어? (파우더를 꺼내 주면서)거울 좀 봐.

 재영: (거울을 보고 파우더를 닫고 나리에게 준다.)술 먹자.

 나리: 어제도 드셨다면서요, 아가씨.

 재영: 아, 어제는 어제고!

 나리: 어휴, 그래. 가자.

 (재영, 나리의 팔짱을 낀다. 나리가 흠칫 놀란다.)

 나리: 왜 이래, 또? 팔짱 끼는 거 그렇게 싫어하시는 아가씨가?

 재영: (아무 말 없다.)

 나리: 어휴, 크게 싸웠구나.

 (재영과 나리. 조금 걷더니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 지하에 있는 호프집으로 들어간다.)

              

#5. 호프집. 밤 9시 20분.

 (계속 들어오는 손님들로 바쁜 호프 집 안. 알바 생들은 이리 저리 분주히 안주와 술을 들   고 움직인다. 벽 쪽에 앉은 재영과 나리. 알바 생 1이 나리와 재영의 테이블 쪽으로 안주   를 들고 간다.)

 알바 생1: (안주를 내려놓으면서) 주문하신 안주 나왔습니다.

 (알바 생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려 한다.)

 재영: (알바 생을 부른다.)저기요,(비어있는 피쳐를 들어 올리면서) 이거 치워주시고요, 하        나 더 주세요.

 나리: 얼마나 마시려고…. 그만 먹어. (알바 생을 향해) 아니에요, 치워주기만 하세요.

 재영: (손을 크게 휘젓는다.) 아냐, 아냐. 더 주세요.

 (알바 생 1이 맥주 피쳐를 치운다.)

 재영: (자신의 잔에 남은 맥주를 홀짝 다 마신다.) 역시 북패는 안 돼.

 나리: 얼씨구?

 재영: 야, (침을 한번 꼴깍 삼킨다.) 걔가 지 좋아했던 거 알면서, 내가 옆에 있는 것도 알        면서. 그러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뭐? 우리 서포터한테 뭐?

 나리: (팔짱을 끼고 재영을 쳐다보고 있다.)

 재영: (혀가 꼬여서) 말이 되냐고오?

 알바 생 1: 주문하신 맥주 피쳐 나왔습니다.

 재영: (꾸벅 인사를 한다.)

 나리: (재영의 잔에 술을 따른다.) 잘 했어, 잘 했어.

 재영: (한 모금 마시고) 지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솔직히 내가 아깝지 않냐?

 나리: 그건 좀….(재영의 눈치를 본다.) 니가 아깝지.

 재영: (혀가 꼬여서) 솔직히 키가 커?…크긴 크구나. 잘생겼어?…그 정도면 뭐. (한참 말이        없다.) 잘났네, 잘났어, 조민우. (또 한참 말이 없다.)

 나리: (맥주 한 모금 마시고 작게) 잘나긴 했지 민우오빠가.

 재영: (고개를 똑바로 들면서 나리를 쳐다보며) 야, 어쨌든 북패잖아, 북, 패! 연고이전? 조        민우같애 딱, 정말. 개념 없는 거? 조민우네, 조민우. 본래 자기 걸 버리고 다른 거         찾은 거 보면, (소시지를 포크로 찍다가 떨어진다.) 이 조민우 같은 소시지!! 너도 북         패야 임마!!

 나리: 왜 애꿎은 소시지한테….

 재영: 열 받잖아! 안 찍히잖아!(포크로 소시지를 한 번 더 찍는다. 이번엔 제대로 찍힌다.         날름 그것을 먹는다.)

 (재영은 왼쪽 팔을 테이블에 올리고 머리를 괸다. 잠시 그러고 있는다. 나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재영을 바라본다. 잠시 뒤 재영의 팔이 삐끗한다.)

 재영: 에이. (잔을 잡으면서) 자, 건배~!

 나리: 그래, 건배. (건배만 하고 잔을 내려놓는다.)

 재영: 야 개나리, 왜 안 마셔? 김빠지잖아. (재영 혼자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다. 잠시 고개       를 떨구고 앉아있다.)후, 안되겠다.(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나리: 뭐하게?

 재영: (열심히 번호를 찾는다.) 에 씨, 지웠잖아. 귀찮게. (재영은 번호를 하나씩 누른다. 마        지막에 9를 누른다는 것이 손이 미끄러져서 8을 누른다. 눈치 못 챈 재영. 그대로 핸        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컬러링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뭐야, 이 자식 벌써 컬러링        바꿨나?


#6. 빅버드 근처 다른 호프집.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대 여섯 명 둘러 앉아있다. 아직은 어색한 분위기. 동욱의   왼쪽으로는 수연이 앉아있다.)

 동욱: (맥주를 한잔씩 따라주면서) 경기, 잘 되겠죠, 이제. 오늘 건 다 잊자 구요.

 수연: 그래야겠죠.

 (다들 잔을 들어 건배한 뒤 술을 마신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서포터 1: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늘 건 너무 한 거 아냐?

 동욱: 좀, 그렇죠? 개막전인데.

 서포터 1: 그렇지? 이 친구가 뭘 좀 아네. 아니, 선수들 다 내보내고 이게 무슨 난리인지.             대책도 안세우고 내 보낸 건지, 원. 에휴.

 동욱: 생각보다 빈자리가 심하게 크더라구요. 난 오늘 처음 가입해서 썹팅 한 건데….

 (서포터 1과 동욱은 술을 한 모금 더 마신다. 동욱의 앞으로 물을 놔주는 수연. 수연에게   고개를 까딱 해 보이는 동욱. 동욱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처음 보는 번호.)

 동욱: (핸드폰 슬라이더를 연다.)여보세요?

 재영: (목소리만)(혀가 꼬인 상태로, 목소리가 꽤 크다.) 야! 너 뭐야?!

 동욱: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액정을 쳐다본다, 모르는 번호임         을 다시 확인하고 귀에 핸드폰을 가져다 댄다.)누구세요?

 재영: (목소리만)어쭈? 이제 모르는 척 하시겠다? 어이구, 잘 나셨어요, 오라버니. 이렇게          끝내니까 좋냐? 

 동욱: (살짝 화를 억누르고 있는 목소리로)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핸드폰을 귀에서         떼려 한다.)

 재영: (목소리만)(목소리 톤이 상냥하게 바뀌면서)어머나, 그러세요? 죄송합니다….(다시 목        소리가 커지고 톤이 낮아진다.)이럴 줄 알았냐? 어이구,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시네        요, 너 저번에도 그거 쓴 방법이야, 이 자식아! 내가 한번 속지 두 번 속을 것 같냐?

 동욱: (핸드폰 슬라이드를 내려버린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수연: (동욱을 쳐다보면서) 무슨 전화에요?

 동욱: 잘못 걸린 전화에요.

 (주변의 시선이 다 동욱에게로 집중되어 있다. 눈을 두 어 번 깜빡거린 동욱. 금세 어색해   한다.)

 동욱: (어색하게 웃는다.)아하하하, 자.(맥주잔을 들어 보이면서 고개를 살짝 한번 끄덕인다        . 맥주잔을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 핸드폰 진동이 또 울린다.)

   

 #7. 재영과 나리.

 (재영과 나리가 보인다. 재영이 한참 시끄럽게 핸드폰에 대고 이야기를 한다. 나리는 그런   재영을 바라본다. 재영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전화를 끊는 소리가 난다. 혀 꼬인 소리로   말하는 재영)

 재영: (핸드폰에 대고)야, 야!!

 나리: 그만 해라, 이제.

 재영: (핸드폰을 쳐다보면서) 이 씨, 왜 끊어?! 지가 뭘 잘 했다고 끊냐고!

 나리: 잘 한 게 없으니까 끊는 거야. 이제 그만 해.

 재영: (나리를 쳐다보면서 한 쪽 입 꼬리만을 말아 올린다.)내가 그만 둘 것 같애?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닫았던 슬라이더를 올린다.) 넌 죽었어, 조민우. (통화 버        튼을 한 번 더 누른다. 귀에다가 가져간다.)


#8. 동욱과 서포터들.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본 동욱. 방금 전에 통화했던 번호임을 직감적으로 안다. 입에 가져   다 댄 잔을 뗀다. 핸드폰을 잡기만 하고 잠시 동안 받지 않은 동욱. 진동이 계속 울린다.    사람들이 쳐다본다. 그제야 전화를 받는 동욱.)

 동욱: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진다.) 여보세요?

 재영: (목소리만)야! 전화 그따위로 받을래?! 이제 막 끊네? 어이쿠, 그렇게 끊으면 내가 죄         송합니다~할 줄 알았냐?! 잘 한 것도 없으면서, 까불고 있어.

 동욱: (화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잘 못 거….

 재영: (목소리만) (많이 취한 상태에서 고조가 되었다.) 내가 잘못 걸었다고? 야! 나 머리          좋아! 내가 니 번호 하나 못 외울 것 같애?! 내가 닭이야?! 꼬꼬댁?!

 동욱: 끊겠습니다. (슬라이드를 내린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 동욱. 하지만 넣자마자 바로 다시 진동이 울린다.)

 

#9. 화면 분할.

 (화면이 양쪽으로 나뉜다. 왼쪽엔 동욱, 오른쪽엔 재영. 서로 말을 할 때, 말을 하는 사람   쪽의 화면이 조금씩 커져 압박하는 듯한 구도를 만든다.)

 재영: (눈이 살짝 풀려서) 니가 뭔데 전화를 끊어?!

 동욱: (목소리가 다시 높아진다.) 당신은 뭔데?!

 재영: 나?! 나 몰라?!

 동욱: 아니, 모르니까 물어보지!! 내가 알면 물어보겠어?!

 재영: 허이구, 모르신단다. 나리야, 이 놈이 나 모른다는데? (수화기를 통해 나리가 재영을        말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가만 좀 있어봐 지지배야. 야! 니가 날 왜 몰라?! 2년 넘        게 사귀었잖아!

 동욱: 소설을 쓰시네, 아주. 잘못 전화해서 받아줬으면 미안하다고 말 하는 게 예의 아니         야?!

 재영: 예의?!(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넌 예의 있는 놈이라서 나한테 그렇게 했냐? (핸드폰        을 왼손으로 바꿔들고 자신의 앞에 있던 포크를 오른손에 든다.)

 동욱: 적어도 당신같이 경우 없는 사람보다는 예의 있어, 이거 왜 이래?!

 재영: 호오~그렇다 이거지? (포크를 테이블에 세워서 든다.)

 동욱: 그래! (역시 목소리가 커진다. 주변에서 말리는 서포터 1에게)아 놔 봐요, 쫌!

 재영: 너, 그렇게 살지 마!

 동욱: 어디서 지적 질이야?! 당신이나 그렇게 살지 마!

 재영: (목소리 톤이 좀 더 올라간다. 손이 떨리면서 세워서 잡고 있던 포크가 삐끗한다.)          아, 씨.

 동욱: 아, 씨? 이제 욕도 하겠네?

 재영: 어이쿠, 남이사 욕을 하든 말든! 댁이 왜 참견이야?! 어차피 이제 끝이잖아!

 동욱: 원래 시작한 적도 없었거든요?!(주변에서 동욱을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깨         닫는다.)

 재영: (더 화가 나서) 뭐?! 시작한 적도 없어?! 말 다 했냐?! 야!

 동욱: 왜!!

 재영: 너…너….

 동욱: 왜 반말이야?!

 재영: 억울하면 나이 답게 행동하던가?!

 (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동욱은 주변 테이블에서 눈치를 주기 시작하고, 재영은 나리   가 끝까지 조용히좀 하라고 말을 한다.)

 동욱, 재영: (주변, 혹은 나리에게) 아 왜?!

 (순식간에 주변이 조용해진다.)

 재영: (여전히 술에 취해서) 암튼, 너 다음에 만나면, (주먹을 쥐어서 올리면서) 죽을 줄 알        아!!

 동욱: 그냥 담에 보지 맙시다, 혹시라도!!

 (둘은 동시에 전화를 뚝 끊는다. 동욱쪽으로 카메라가 이동.)

 동욱: (주변을 한번 쳐다본다.)

 서포터 1: (동욱의 눈치를 살피면서)아하하하, 한잔 짠~.(맥주잔을 들어 보인다.)

 (주변 사람들이 동욱의 눈치를 살핀다. 뻘쭘한 상태의 동욱.)

 동욱: (씩 웃으면서) 저 잠시 화장실 좀.

 (동욱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메라 재영쪽으로 넘어온다.)

 재영: (슬라이드를 닫고) 이 씨, 어디서 모르는 척이야?!

 나리: (오른손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면서 몸을 테이블 쪽으로 당긴다.)조용히 좀 말해.

 재영: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후, 조민우 드러운 인간. 후.(잠시 나리를 보더니 그대로 테        이블에 엎어진다.)

 나리: 야! 야! (일어나서 재영에게로 다가간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면서 재영을 쳐다본다. 카메라 호프 집 내부를 한번 쭉 훑는다. 쑥덕거   리는 사람들. 나리는 그들에게 멋쩍게 고개를 까딱거려주고 재영을 부축해서 카운터로 간   다.)

 재영: (낮은 목소리로) 조민우, 이 나쁜 놈. 지구 끝까지 꺼져버려라.

 

#10. 다음날 아침. 재영의 집.

 (재영의 방안. 이불 사이에 어제 옷도 갈아입지 못한 상태로 돌돌 말려있는 재영이 보인다.   반쯤은 폐인의 상태. 방 벽에는 이관우의 싸인을 받은 유니폼이 걸려있다. 재영이 조금 뒤   척 거린다. 재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부스스하게 일어난 재영.)

 재영: (엎드린 상태에서 오른손을 뻗어 바닥을 더듬는다. 핸드폰을 찾아 귓가에 가져다댄         다. 잠이 덜 깬 목소리)여보세요?

 나리: (목소리만) 자?

 재영: 응…. 넌?

 나리: (목소리만) 깼으니까 전화하지 이것아, 술이 아직 안 깼구만?

 재영: 아니, 대충 깼어. (헛기침을 두 어 번 한다.)아 목 아파.

 나리: (목소리만) 잘 나셨습니다. 그러게 어제 혼자 달리셨어.

 재영: 야, 나 목이 왜 이렇게 아프냐?

 나리: (잠시 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 (목소리만) 어제 일 혹시 기억나니?

 재영: 어제 일?

 나리: (목소리만) 저거, 또 기억 안 나지, 또.

 재영: 야 무슨….(그대로 굳는다. 잠시 정적)

 나리: (목소리만) 다음에 한 번 더 그렇게 마셔 보세요, 아가씨. 죽는다~!

 재영: (다급하게)야, 전화 내가 이따 다시 할게. 일단 끊어봐!

 나리: (목소리만) 오냐.

 (재영은 몸을 일으켜 앉는다. 핸드폰 통화 내역을 뒤진다. 표정이 굳는다. 그 상태로 다시   이불에 쓰러진다.)

 재영: (이불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아악, 내가 미쳤지, 정말.


#11. 재영의 방.

 (이불에서 얼굴을 들면서 다시 핸드폰 통화 기록을 본다. 번호를 가리고 하나씩 보면서 말   한다.)

 재영: (목소리 작게) 공, 칠, 육, 구.

 (손가락이 치워진 자리엔 재영이 말한 구 번이 아닌 팔 번이 찍혀있다.)

 재영: 갓 뎀.

 (잠시 아무 일 없이 앉아 있다.)

 재영: (소리를 지른다.)아악, 내가 미친 거지 정말, 어쩌자고!

 (이불을 뒤집어쓰는 재영)

 재영 엄마: (목소리만) 내 저거 저럴 줄 알았어, 야 이것아!

 재영: (아무 대답도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고개만 빼꼼히 내민다.)

 재영 엄마: (목소리만) 으이구, 딸이라고 있는 게 저 모양이니 원, 나리가 어제 얼마나 고              생을 했는지. 술 먹고 또 사고 쳤지 저거, 멍청한 것.

 재영: (소리를 지른다.)아, 그만해!! (다시 목소리를 낮춘다.) 나도 창피해 죽겠다고.

 재영 엄마: (재영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뭐 이 년아?

 재영: (엄마를 쳐다보면서) 아, 나도 창피해.

 재영 엄마: (재영을 위 아래로 훑어보면서) 으이구, 나이 스물여섯 먹은 게 술 먹고 사고나             치고, 너 어제 나리 말 들어보니까 장난 아니었다면서?! (꿀물을 내민다.)

 재영: (꿀물을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다.)

 재영 엄마: 넌 정말, 내 딸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야. 애가 매번 다양한 사고를 치니까 수             습을 못하게 해. 나리한테 듣자 하니….

 재영: 알았어, 알았어. (꿀물을 후룩 마시고 컵을 엄마에게 준다.)

 재영 엄마: (컵을 재영에게 밀면서) 니가 치워 이년아.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재영: (엄마를 한번 쳐다보고) 아, 알았어.(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휘청한다.) 아이고, 머리야.

 재영 엄마: 저거, 저거. 에휴.

 (엄마는 재영의 손에 들려있던 컵을 뺏어서 나간다.)

 재영: (통화 버튼을 누른다.)

 나리: (목소리만) 크큭. 생각 해 봤어?

 재영: 나 좀 말려주지 그랬어.

 나리: (목소리만) 생각은 좀 나?

 재영: 생각이 나니까 내가 이러지, 아 진짜 민망해.

 (전날 호프집에서 동욱에게 전화했던 것이 영상으로 스쳐지나간다.)

 나리: (막 웃는다.) (목소리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말해.

 재영: 야, 전화하기 진짜 민망해.

 나리: (목소리만)그럼…문자로 하던가.

 재영: (한숨을 내쉬면서) 휴, 알았어. 끊는다.

 (슬라이드를 닫는 재영. 다시 열어서 문자 창을 연다. 덜덜 떨리는 재영의 손. 재영의 얼굴   이 클로즈업 된다. 침을 한번 꼴깍 삼킨다. “어젠 죄송 했어요^^. 제가 너무 술에 취해      서...”라는 문자를 찍는다. 발신 완료 되었다는 창이 뜨자 황급히 슬라이드를 내려버린      다.)

   

#12. 동욱의 방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동욱. 문자 수신음이 울린다.)

 동욱: (귀찮은 듯 찡그린다. 잠긴 목소리.) 뭐야?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한다. 잠이 덜 깼는지 눈을 잠시 비빈다. 눈을 깜빡거린 뒤 문   자를 다시 본다.)

 동욱: (문자를 따라 읽는다.) 어젠 죄송했어…요, 제가 너무 술에 취해서…? (#9.가 스친다.         피식 웃는다.) 뭐야, 이 사람.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네. (답장 창을 연다. 괜찮습니         다. 라고 문자를 입력한다. 핸드폰을 닫고 다시 누워 눈을 감는다.)

 (잠시 후, 문자 수신음이 또 울린다.)

 동욱: 괜찮다니까….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한다.)

 (동욱의 핸드폰이 클로즈업이 된다. 어제 잘 들어 가셨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발신인은   수연. 잘 들어 왔다고 답을 하고 다시 눕는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일어난다.)

 동욱: 아, 잠 다 깼네.

 (침대 앞에 있는 컴퓨터로 가서 의자에 앉는다. 발가락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컴퓨터   배경 화면은 지난 시즌 수원이 우승컵을 들고 있는 사진. 인터넷 아이콘을 더블 클릭한 동   욱은 그랑 블루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경기에 관련한 기사를 보다가 자유 게시판에 들어가   글을 남기기 시작한다.)


#13. 재영의 방.

 (컴퓨터 앞에 앉은 재영.)

 재영 엄마: (큰 소리로) (목소리만) 윤재영 밥먹어!

 재영: (일어나서 방문으로 간다. 방문을 연다.)엄마, 못 먹겠어.

 재영 엄마: (크게) 김치찌개야, 좀 먹어!

 재영: (문을 열고 나가 식탁에 앉는다.) 나 조금만 줘.

 재영 엄마: 옛다. (재영의 앞에 밥을 퍼서 밀어준다.)

 (두 숟가락 정도 뜬 재영. 숟가락을 놓고 일어선다.)

 재영 엄마: 한번만 더 술 그렇게 먹고 오면, 진짜 너 죽어.

 재영: 알았어, 알았어.

 (다시 방으로 돌아온 재영. 컴퓨터 의자에 앉는다.)

 재영: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어제 경기가 어떻게 되었나?

 (인터넷을 켜서 그랑 블루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기사 게시판에 들어간다.)

 재영: (혼잣말로 기사를 따라 읽는다.) 3월 4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포항        의 경기에서 수원이 포항에 1:0으로 지는….뭐야, 졌어? 이런….

 (재영은 그 기사에서 빠져나와 목록을 쭉 한번 훑어본다. 다 어제 경기에 대한 기사. 기사   를 한번 보다가 자유 게시판으로 넘어간다.)

 재영: 처음 보는 사람이네…? (아이디 ehddnr이라고 된 사람의 글을 클릭한다.)

 (화면 가득 컴퓨터 모니터를 클로즈업 한다.)

 재영: (모니터에 보이는 글의 내용을 따라 읽는다.)(N)저녁 5시 30분 빅버드 앞으로 오실        수 있으신 분? 이번에 처음으로 서포터에 가입한 사람입니다. 많이 친해지지 못해서        친해지고 싶습니다…? (카메라 재영을 비춘다.)친해지고 싶다는데 나가 줘야지. (키보        드로 옮겨가는 카메라. 움직이는 손가락.)(N)네, 이따가 뵐게요^^.

 (재영. 그대로 나리에게 전화를 한다.)

 나리: (목소리만) 이제 좀 나아?

 재영: 이따가 뭐해?

 나리: (목소리만) 나? 언제?

 재영: 저녁 때.

 나리: (목소리만) 정훈이 만나기로 했는데? 왜?

 재영: 그랑 모임이 갑자기 잡혀서 가자고.

 나리: (목소리만) 언니가 오늘은 좀 그렇다, 혼자 다녀오세요~.

 재영: (장난으로 빈정거리면서) 그래~나보다 정훈이가 좋다 이거지?

 나리: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목소리만)술 마셔도 아~무 이상 없는 정훈이가 쫌 더 좋지         뭐.

 재영: 미안해, 미안하다고.

 나리: (목소리만)큭큭. 그래, 이따 잘 놀다 와.

 재영: 그래, 담에 봐.


#14. 모임 장소. 어제 동욱이 있었던 호프. 5시 30분.

 (테이블을 세 개 붙여서 길게 앉았다. 시끌벅적한 주변 분위기 보다는 다소 어색한 분      위기가 강하다. 동욱과 재영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다.)

 서포터 1: (동욱과 재영을 한 번 씩 번갈아 본다.) 둘은 오늘 처음 만난건가? 이쪽은 윤재            영, 그랑 블루 지킴이.

 재영: 어휴, 오라버니. 지킴이까지는 아니죠(씩 웃는다.)

 서포터 1: 이쪽은 이번 시즌에 처음 가입한 이동욱.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려.

 (둘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간단히 목례를 한다. 동욱이 재영의 잔이 빈 것을 보고 잔에   술을 따르려고 3000cc짜리 피처를 든다.)      

 재영: (잔을 오른손으로 뺀다.) 아 죄송해요.

 동욱: (들고 있던 피처를 내려놓는다.) 술 잘 못 하시나 봐요?

 재영: (오른손을 치운다.) 마시긴 하는데…어제도 마셔서 오늘도 마시기는 좀….

 동욱: 아….

 재영: (살짝 웃는다.)목도 지금 살짝 쉬기도 했고….

 동욱: (웃으면서) 너무 과음하지 마세요.

 

  동욱: (N).그때는 그렇게 만난 줄 몰랐습니다.


#15. 시간이 지나 모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아까보다는 시끄러워진 분위기. 표정이 밝은 사람들. 어느 새 동욱과 재영은 말을 놓고 있   다.)

 동욱: (재영에게 핸드폰을 내민다.)번호 찍어.

 재영: (자신의 핸드폰도 내밀면서.) 오빠도.

 (서로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자신의 번호를 누른다.)

 동욱: (자신의 번호를 찍으면서 조용히)이상하다.

 재영: (마찬가지로) 뭐지?

 동욱: (재영을 쳐다보면서) 우리 구면 아니지?

 재영: (동욱을 본다.) 처음이잖아.

 (둘은 핸드폰을 다시 쳐다본다. 번호가 확실히 서로의 핸드폰에 통화목록에 남아있다. 순간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그들.)

 재영: (N)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아뿔싸.


 (잠시 서로 마주보던 그들. 어제의 분할된 화면이 스쳐지나간다. 눈만 끔뻑거린다.)

 재영: (어색하게 웃으면서 동욱의 눈길을 피하며 맥주만 마신다.)아…시…시원하다.

 동욱: (그저 맥주만 마신다.)

 (동욱과 재영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럽다. 시간이 좀 지난 후.)

 재영: (동욱에게 슬쩍) 선수 누구 좋아해…요?

 동욱: 시리우스…요.

 재영: (화색을 띄며)어?! 나도!

 동욱: (표정이 밝게 변한다.) 아, 역시 뭘 좀 아네, 재영이가.

 (둘은 엉거주춤 일어서서 하이파이브를 한번 한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그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본다. 머쓱하게 쳐다보고 자리에 다시 앉는 재영과 동욱.)

 재영: 아, 근데 요새 관우씨 슬럼프라서….

 동욱: 그러게 말이야, 경기도 자주 못 나오고.

 재영: 에휴, 덕분에 (주변을 한번 휘이 둘러보고 동욱에게 다가와서 손으로 살짝 가린 뒤)        요새 섭팅하는 재미가 반으로 줄었어요.

 동욱: 하, 프리킥 찬스 일 때 저 자리에 관우형님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한다니까, 난 막.

 재영: 나도. (맥주잔을 들어서 건배한다.) 아 정말 안타까워요,(한 모금 마신다.)

 동욱: 진짜.(마찬가지로 한 모금 마신다.) 내 처음 레플리카 마킹 한 것도 관우형님인데.

 재영: (잔을 내려놓으면서)어제 경기 진 이유가 관우씨 없어서 라니까요.

 동욱: 관우형님도 없고, 마토도 갔고.

 재영: 마~토~. 후, 어쩜 저번 시즌이랑 그렇게 차이가 나니.

 동욱: 그치? 저번 시즌이 좋았지 정말.

 (재영과 동욱 둘이 같이 한숨을 내쉰다.)

 동욱: 어제 경기 못 봤지?

 재영: (고개를 끄덕거린다.)

 동욱: (장난스럽게 씩 웃으면서)하긴, 어제 그 시간에 그렇게 취해서 전화를 했으니.

 재영: 그건 쫌 잊어주시길, 오라버니.

 동욱: (좀 더 웃으면서)야~그걸 잊을 수 있겠어?

 재영: 아 쫌,(피식 웃는다.)

 동욱: 생각 해 보고.

 재영: 남자가 소심하긴. 쯧쯧.

 동욱: 소심하다고? (목소리 톤을 바꾼다.)그랑 게시판에 올린다?

 재영: …죄송합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크게 퍼진다. 화면 점점 블랙아웃 된다.)


#16. 시즌 두 번째 경기. 토요일. 오후 2시. 빅버드.

 (날씨가 맑다. 홈 유니폼을 입은 그랑 블루가 곳곳에 보인다. 빅버드 입구에는 전남: 수원   의 경기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통화하면서 걸어오는 재영이 보인다.)

 나리: (재영을 바라보며 정훈과 이야기 하던 것을 멈추고)야~~!!

 (홈 유니폼을 입고 재영이 걸어온다.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통화하던 재영은 왼손으로   나리와 정훈에게 손 인사를 해 보인다. 재영 클로즈업.)

 재영: (전화에 대고)예~, 서포팅 석 쪽으로 오세요. 끊을게요.

 (전화를 끊고 나리와 정훈에게로 더 다가오는 재영)

 재영: (손으로 부채질 하면서)후, 덥네.

 정훈: 나리야, 들어가자. (나리 손을 잡아서 이끈다.)

 재영: (부채질을 더 빠르게 하면서) 니넨 안 덥냐?

 나리: (정훈을 쳐다보면서 재영을 놀리듯) 훈~더워?

 재영: (이상하단 듯 나리를 쳐다본다. 나리에게 부채질을 해준다.) 더위 먹었구나, 친구.

 (셋이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 동욱이 멀리서 다가온다.)

 동욱: (재영의 옆에 서서 나리와 정훈을 바라보며) 친구?

 재영: 아! 오빠 얘네 처음 보는구나. 저랑 같이 섭팅 하는 애들이에요, 정훈이고 나리.

 (서로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한다.)

 나리: (동욱을 쳐다보면서) 혹시….

 동욱: (나리를 쳐다본다.) 네?

 나리: (씩 웃는다.)그 날, 전화…?

 동욱: 아! 빙고!

 정훈: 전화?

 재영: 박나리, 죽어볼래?

 동욱: (빈정거리면서) 재영이가~그 날~ 좀~많이~

 재영: 아 오빠, 쫌!

 동욱: (눈썹을 찡끗하면서) 내가 뭐랬나?

 재영: (동욱과 나리를 한번 흘겨본다.) 박나리씨, 이따 좀 봅시다?

 나리: (정훈의 팔짱을 끼면서)가자, 정훈아.

 재영: 어휴, 저것도 친구라고.

 (정훈과 나리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에 재영이 따라 들어간다. 동욱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면서 따라 들어간다. 서포터 석으로 들어간 그들. 자리를 잡는다. 서포터 1이랑 인사    하는 그들. 가방을 자리에 놓는다. 승리 구호가 쓰인 깃발을 꺼내는 동욱. 재영도 머플러를   가방에서 꺼낸다.)

 정훈: 오늘은 이기겠지?

 나리: 아마도?

 정훈: 내기할까?

 재영: 무슨 내기?

 (이들의 모습이 멀어진다.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이 시작된다.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한다. 수   원 선수들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전광판에 선수들의 사진이 뜰 때, 그랑 블루는 열광한다.   서포터 중 리딩 옆에 있는 사람들이 북을 치고, 리딩이 확성기를 잡는 모습이 전광판에 비   친다. 전광판에 노래 가사가 뜬다.)

 리딩: (확성기를 입에 가져다 대고 응원가를 시작한다.)제! 도의 푸른 언덕에! 청백적의 기        를 높여라! 소리 높이 높이 외쳐라! 만세! 수원 만세!

 (전광판에는 리딩의 모습부터 전체 그랑 블루의 모습이 잡힌다. 각자 가져온 깃발과 응원   도구 등을 흔들면서 열광적으로 섭팅 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광판이 전남의 서포터즈를 비   춘다. 노래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경기 시작이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린다. 환   호하는 그랑 블루의 모습이 다시 한 번 잡힌다. 카메라 줌인 되면서 재영과 동욱의 모습을   비춘다. 그대로 블랙아웃.)


#17. 경기 끝.

 (전광판에 경기 스코어가 뜬다. 1:1. 다소 실망한 표정의 그랑 블루. 전남 서포터, 그랑 블   루 할 것 없이 각자 팀의 응원가를 부른다. 각 팀 선수들이 서포터 석 근처로 와서 인사를   하고 박수 치고 돌아선다. 그 모습까지 지켜보던 서포터. 박수를 쳐 주고는 선수들의 뒷모   습까지 보고 자리 정리하기 시작한다.)

 동욱: 오늘도….

 재영: 안 나왔네요.

 (둘은 그렇게 말없이 자리를 정리한다.)

 나리: 가자.

 (계단을 올라가는 정훈, 나리, 동욱, 재영.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동욱: (위로하는 듯)괜찮아, 슬로우 스타터잖아.


#18. 경기가 있은 지 이틀 후. 화요일.

 (조용한 카페. 카메라는 카페 입구에서 들어와 내부를 쭉 찍는다. 한 바퀴 돌던 카메라. 창   가에 마주 앉은 동욱과 재영을 클로즈 업 한다.)

 재영: 흐음. (메뉴 북을 쭉 본다.) 캬라멜 마끼아또. 달게.

 동욱: (재영에게로 몸을 당기면서 메뉴 북을 쭉 훑어본다.)그것 보다는…(손가락으로 캬라        멜 모카를 가리킨다.)여긴 이게 맛있어.

 재영: (고개를 살짝 들면서 동욱을 쳐다본다.)진짜?

 동욱: (몸을 재영 쪽으로 좀 더 당기면서) 진짜. 나 어쩌다가 여기 오면 이것만 마셔.

 재영: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별로 미덥진 않지만, 뭐. 한번 마셔보지. (의자에 몸을 파        묻는다.)

 웨이트리스: (테이블에 다가와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주문하시겠습니까?

 동욱: 카라멜 모카 두잔 주세요.

 웨이트리스: 카라멜 모카 두 잔 주문 하셨습니다.

 동욱: 한 잔은 좀 달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웨이트리스: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BAR로 간다.)

 (웨이트리스의 뒷모습을 보던 둘. 편하게 기대어 앉는다.)

 재영: (동욱을 빤히 쳐다본다.)

 동욱: 왜?

 재영: 답답~하다?

 동욱: 어쭈?

 재영: (킥킥 웃는다.) 내가 오빠가 답답하댔나? 난 그저 경기가 답답한 것일 뿐.

 웨이트리스: (트레이에 머그 잔 두 개를 받혀서 온다.) 실례합니다. 주문하신 카라멜 모카              준비 해 드리겠습니다.

 동욱: (웨이트리스를 보며) 좀 더 달게 부탁드린 거, (재영을 가리키며) 저 쪽으로 주세요.

 (웨이트리스는 동욱의 말대로 잔을 놓고 테이블에서 멀어진다.)

 재영: (음료를 조금 마신다.)

 동욱: 맛있지?

 재영: (잔을 내려놓으면서.)뭐, 괜찮네, 이 정도면.

 (둘은 서로 마주보면서 웃는다.)     

 

#19. 영화관 로비.

 (사람이 북적거린다. 바쁜 모습. 에스컬레이터에서 나란히 내리는 동욱과 재영.)

 재영: 내가 표 받아 올 테니까 오빠가 팝콘사요.

 동욱: 얼씨구? 영화도 내 돈으로 냈잖아.

 재영: 차 값은 내가 냈잖아.

 동욱: 어이구, 알았다, 알았어.

 (발권기로 가는 재영, 매점으로 가는 동욱. 발권기 앞에 줄을 서 있는 재영.)

 서포터 1: (재영을 보고) 어?

 재영: (인기척이 난 쪽을 쳐다본다.) 어?

 서포터 1: 누구랑 왔어?

 재영: 어…그게.

 동욱: (팝콘과 콜라를 들고)재영아, 뭐 해?

 (서포터 1과 재영이 동욱쪽을 쳐다본다. 서포터 1이 재영을 다시 쳐다본다.)

 서포터 1: (재영을 오른쪽 팔꿈치로 툭 친다.)어~뭐야? 사겨?

 재영: 아니에요, 어휴.

 서포터 1: 에이~아닌 것 같은데? (동욱을 한 번 더 본다.)잘 어울리는데?

 동욱: 아니에요, 형.

 (영화관 입구 전광판에 입장하라는 멘트가 뜬다.)

 재영: (동욱을 쿡쿡 찌르면서) 오빠, 들어가자. (서포터 1에게) 오빠, 안녕히 가세요.

 서포터 1: (입가에 미소를 띤다.)그래. 영화 잘 보고.(둘을 한 번 씩 쳐다본다.)어휴, 잘 어            울려. 예쁘다, 니들.

 재영, 동욱: 아, 아니라니까요!

 서포터 1: (킥킥 웃는다.) 아 알았어, 영화 잘 봐.

 (멀어지는 서포터 1.)

 재영: (동욱을 쳐다보면서) 나 먼저 들어 갈 테니까 좀 늦게 들어와.

 동욱: 왜?

 재영: 또 아는 사람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나 안 그래도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동욱: 어이쿠. 알겠습니다.

 (재영이 먼저 들어가고 동욱이 재영의 뒤를 쫓는다. 표를 검사하는 직원이 재영에게 인사   를 건넨다.)

 재영: (표 두 장을 내밀고 뒤에 따라오는 동욱을 가리키며) 저기, 저 사람이랑 같이요.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들어가는 재영, 그리고 그 뒤에 들어가는 동욱.)

 동욱: 야! 같이 가!

 재영: 아 얼른 와요, 그럼.

 (동욱은 걸음을 조금 더 빨리 해서 재영의 옆으로 간다. 상영관 안에 들어간 그들은 나란   히 앉는다.)

 동욱: 와, 어떻게 그러냐, 일행이 있는데 먼저 가?

 재영: (동욱의 손에 있던 팝콘을 좀 가져가면서) 오빠, 영화 시작한다.

 동욱: (재영을 빤히 쳐다보다가 시선을 스크린으로 가져가며) 말을 말자.

 (상영관이 암전되면서 스크린에 화면이 뜬다.)


#20. 영화가 끝난 후.

 (퇴장로로 나오는 동욱, 재영. 재영이 핸드폰을 켜서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다.)

 재영: 어? 나리네?

 (핸드폰으로 카메라 줌 인. 어디냐는 문자. 나리에게 전화 하는 재영. 동욱은 쓰레기통에    팝콘 상자와 음료 상자를 버린다.)

 재영: 너 어딘데?

 나리: (목소리만)영화관 지하~. 영화 끝났어?

 재영: 나 영화본 건 어떻게 알았어?

 나리: (목소리만)다 방법이 있지~,(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그치?

 재영: 소식 빠르다? 옆에 정훈이 있구나?

 나리: (목소리만) 응, 같이 있어. 밥 안 먹었지? 오빠랑 같이 내려와.

 재영: 오냐, 알았다.

 (전화를 끊고 재영과 동욱은 에스컬레이터로 향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재영: (아래를 보고)어?

 동욱: (재영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본다.)

 (액세서리 파는 가게가 작게 들어섰다.)

 재영: 잠깐만 저기 들렀다 가요.

 동욱: (재영을 쳐다보면서)넌 필요할 때만 존댓말이지?

 (그러는 사이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 액세서리 가게로 들어서는 재영. 뒤따라가는 동   욱. 재영은 핸드폰 고리가 진열 된 곳에 가서 이것저것 본다. 재영의 옆에 서는 동욱. 재영   이 열심히 뒤적거리는 동안 동욱도 같이 뒤적거린다.)

 동욱: (재영을 툭툭 치면서) 재영아, 이거 봐봐.

 재영: 응? (동욱이 들고 있는 것을 본다.)우와!

 (카메라 핸드폰 고리를 클로즈 업 한다. 축구공 모양의 핸드폰 고리. 파란색에 검정으로 된   것 하나, 금색에 검정으로 된 것 하나씩 있다.)

 재영: 귀엽다! (파란색으로 된 것을 꺼내어 자신의 핸드폰에 대 본다.) 괜찮은 것 같아요?

 동욱: 잘 어울리네.

 재영: 홈 앤 어웨이네.(금색으로 된 것도 대어 본다. 자기 것에 안 어울리는 듯하다. 동욱        의 핸드폰을 뺏어서 거기에 대어 본다.)

 동욱: 하나씩 맞출까?

 재영: (금색을 동욱을 주면서) 그러자구요~. 난 파란색, 오빠는 금색. 오케이?

 동욱: 오케이!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나온다. 재영의 핸드폰을 가져다가 달아주는 동욱. 이어서 자신의   것도 단다.)

 재영: 쌩유!

 동욱: 오랜만에 인사 제대로 한다?(씩 웃는다.) 내려가자.

 (다시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그들. 지하로 내려간다. 나리와 정훈이 보인다.)

 정훈: 왜 이렇게 늦게 와? (재영과 동욱을 본다.) 데이트 했어?

 재영: 아니거든요?

 나리: 친구, 언니 배고프다. 일찍 좀 오지 그랬어?

 재영: 미안, 가자.

 (초밥집으로 들어간 그들 넷.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재영이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다.)

 나리: (재영의 핸드폰을 가져가면서)어? 고리 샀네? 그 날 이후로 없었잖아?

 재영: 응, 내려오다가 샀어.

 나리: 누가 그랑 지킴이 아니랄까봐 고리도 축구공이냐,(큭큭 거리면서 웃다가 동욱의 핸드        폰을 본다.)어? 뭐야?

 정훈: (동욱의 핸드폰을 보고 재영의 핸드폰을 다시 본다.) 어?(동욱과 재영을 한 번 씩 본        다.)아니라며?

 동욱: 아니네요, 이 사람들이 정말.

 재영: 내려오다가 봤는데 예뻐서 샀어.(나리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봐봐, 홈 앤 어웨이야.        유니폼색.

 나리: 어? 진짜네?(재영의 핸드폰 고리와 동욱의 핸드폰 고리를 다시 쳐다본다.)

 정훈: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로)오호라~홈 앤 어웨이로 형이랑 맞췄다는 거지?

 재영: 야, 이정훈!

 동욱: …정훈아.

 정훈: (동욱과 재영의 눈치를 본다.)…라고 박나리가 말했습니다.

 나리: 으이구, (정훈을 쿡 찌른다.)

 직원: 식사 나왔습니다.(테이블에 음식을 놓는다.)

 

#21. 재영의 집.

 재영: (현관을 열고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재영 엄마: 일찍 좀 다녀 지지배야!

 재영: 뭐 얼마나 늦었다고, 아줌마!

 재영 엄마: 뭐?! 아줌마?! 너 내일부터 밥 굶고 싶지?

 재영: 엄마 알라뷰.

 (재영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발로 컴퓨터를 켠다. 가방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는다. 옷을   방 한 구석에다가 그냥 놓은 뒤 의자에 앉아 서포터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재영: (눈이 동그래진다.)뭐야?!

 (카메라 모니터로 줌인. -올해 처음 그랑 안에서 커플이 생겼습니다.-라는 제목이 보인다.)

 재영: (조심스럽게) 조회수 50…. 글쓴이…. 이…이 오빠가 정말!

 (재영은 댓글들을 본다. 축하한다는 내용과 재영과 동욱을 놀리는 댓글이 대부분.)

 재영: 갓 뎀!

 (재영은 댓글 달기 버튼을 클릭해서 아니라고 해명을 하는 댓글을 단다. 댓글을 남긴 이후   동욱에게 전화를 건다.)

 재영: 오빠, 그랑 홈페이지 들어가봐!

 동욱: (목소리만)왜?

 재영: 난리 났다, 빨리 들어가봐.

 (잠시 시간이 흐른다.)

 동욱: (목소리만)(놀란 목소리로)야! 뭐야 이거!

 재영: 진짜…대박이다.

 동욱: (목소리만)퍼질 만큼 퍼졌네.

 재영: 난리 났어.

 동욱: (목소리만)잠시만 기다려봐.(시간이 잠시 흐른다.)

 (동욱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댓글이 하나 더 달린다. 역시 아니라는 내용의 동욱의 댓글.)

 동욱: (목소리만)와, 무슨 영화 한번 봤다고 이래, 사람들이.

 재영: (킥킥거리면서 웃는다.)

 동욱: (목소리만)(마찬가지로) 재밌어?

 재영: 아니, 황당하잖아.

 동욱: (목소리만)댓글도 달아놨으니, 수습이 되겠지?

 재영: 에휴, 모르겠네요, 오라버니.

 동욱: (목소리만)아,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쉬어.

 재영: 네~. 쉬어.

 동욱: (목소리만) 존댓말이든 반말이든 하나로만 해.

 재영: 알았어! 끊는다?!

 (전화를 끊은 재영. 다시 컴퓨터를 본다. 작게 한숨을 내쉬지만 웃어 보인다.)

 

#22. 시즌 세 번째 경기. 어웨이 경기.-성남.

 (전철역 앞에 정훈, 나리, 재영, 동욱이 모였다. 전철을 타러 들어가는 그들. 나리와 정훈은   이 사이에도 서로 장난을 친다.)

 재영: (동욱을 쳐다보면서) 오늘은 어떻게 될까?

 동욱: 이기지 않을까? 너무 못 이겼는데.

 재영: 그래야 할 텐데. 제발!

 동욱: (씩 웃으면서)제발! (앞에 지나가는 수연을 본다.)어?!

 수연: (동욱을 돌아보면서)어?! 동욱오빠!

 (수연이 동욱쪽으로 다가온다.)

 나리: (정훈에게만 들릴 정도로)쟤 뭐야?

 정훈: (작게)처음 보는데?

 수연: (동욱에게) 와, 오랜만이네? 반가워요, 오빠.

 동욱: 그동안 왜 안 나왔어?

 수연: 좀 바빠서….

 동욱: 혼자 가는 거야?

 수연: (쑥스러운 듯)하도 안 나왔더니 아는 사람이 없네?

 재영: (동욱과 수연을 쳐다보다가) 그럼 우리랑 같이 가죠?

 동욱: 그래, 같이 가자.

 나리: (정훈에게만 들리게)난 싫다.

 정훈: (나리에게만 들리게)나도 그닥….

 수연: (정훈과 나리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둬서 재영을 본다.) 정말 같이 가도 되요?

 재영: 원래 섭팅 하면서 더 많이 친해지는 거잖아요, 우리랑 같이 가요.

 수연: 다행이다!

 나리: (정훈에게만 들리게)저 오지랖 쟁이 윤재영.

 정훈: (나리에게만 들리게)역시 윤재영이다.

 (수연과 같이 전철에 탄 넷.)

 재영: (수연을 쳐다보면서) 몇 살이에요?

 수연: 스물넷이요.

 재영: (나리를 쳐다보면서)와, 제일 어려!

 나리: (탐탁지 않다는 듯)그러게.

 수연: 말 놓으세요, 제가 어린데….

 재영: 그래도 되…나?

    

#23. 성남 구장.

 (성남 구장 입구로 오는 재영, 동욱, 나리, 정훈, 수연. 재영의 뒤에 수연이 바싹 붙어서 온   다. 그리고 그 뒤에 오는 나리와 정훈. 나리는 여전히 정훈에게 뭐라고 구시렁거린다. 서포   터들과 만난 그들. 수군거리는 서포터들.)

 재영: (동욱을 쳐다보면서 조용히)오빠, 먼저 들어가.

 동욱: (재영을 돌아보며) 왜?

 재영: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

 동욱: (장난스럽게 웃는다.)그래? (재영의 손을 잡는다.) 가자, 재영아.

 (수연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나리가 수연을 본다.)

 서포터 1: (동욱과 재영쪽으로 다가오면서)어이쿠, 아니라고 하시더니?

 재영: (동욱의 손을 놓으면서)오빠!

 동욱: (재영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서포터 1: 누가 그렇게 대놓고 연애질 하면서 아니라고 부인해, 윤재영씨?

 재영: (웃으면서)아니라고요, 오라버니.

 나리: (수연에게로 바짝 붙으면서)둘이 보기 좋지?

 수연: 네?

 나리: 잘 어울리지 않아?

 수연: (마지못해서)아…잘 어울리네요.

 재영: 오빠 때문에 이상한 소문 다 퍼졌잖아요.

 서포터 1: 아니 내가 뭘? 난 내가 본 것만 적었을 뿐인데?(큭큭 거리면서 웃는다.)

 재영: (서포터 1을 쿡 찌른다.)어휴, 암튼. 오빠가 책임져요.

 서포터 1: 왜? 동욱이 괜찮잖아, 저번에 니가 사귀던 애 보다 낫지.

 (서포터 1, 나리와 눈이 마주친다. 나리가 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순간 서포터 1   은 재영의 눈치를 살핀다. 살짝 표정이 어두워진 재영.)

 서포터 1: 야, 나 잠시 나가야 하니까 먼저 들어가~.(내려간다.)

 재영: (다시 표정을 고치고)아, 그래요. 이따 봐요!

 (서포터 1이 올라간다. 자리를 잡은 재영 일행.)


#24. 서포팅 하는 장면.

 (어웨이 경기라서 금색 유니폼을 입고 서포팅 하는 그랑 블루의 모습.)

#25. 하프타임. 화장실.

 나리: 재영아, 화장실 안 갈래?

 재영: 갑시다!

 (나리와 재영이 잠시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문을 빠져나가는 그    들.)

 (재영이 거울을 보고 있다. 나리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손을 씻는다.)

 나리: 넌 오지랖이 넓은 거냐, 마음이 좋은 거냐?

 재영: 왜?

 나리: 아까 걔 있잖아.

 재영: 누구? (잠시 생각하다가)수연이?

 나리: 응, 걔.

 재영: 왜?

 나리: (수도꼭지를 잠근다.)딱 봐도 여우 같애.

 재영: 착하기만 하구만.

 나리: 착하긴?! 딱 봐도 불여시야, 불여시.

 재영: (뒤돌아서며) 허이구, 박나리씨 왜 이러시나요? 뭐 두루두루 친해지면 좋지. 안 그         래?

 나리: 걘 아니다, 암만 봐도.

 (화장실을 나서는 나리와 재영. 다시 구장 안으로 들어온다. 수연이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   서 동욱의 옆에 딱 붙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리: 저거 봐, 저거 보고도 착하다고?

 재영: 친해지려고 그러나보지, 혼자 다니잖아.

 (잠시 앉아서 쉬던 정훈이 뒤에 있는 나리와 재영을 발견한다.)

 정훈: 나리야!

 (동욱과 수연도 그 쪽을 쳐다본다. 나리는 정훈에게 손을 흔들면서 내려간다. 수연은 재영   과 나리를 잠시 쳐다보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26. 3일 뒤 서울 원정경기. 버스 대절.

 (시작하기 전에 ‘3일 뒤’라는 자막이 뜬다. 어웨이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에 모인 그랑 블루   .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이동하는 버스가 보이고 그 앞에 둥글게 선 재영, 동욱, 나리,   정훈, 수연이 보인다.)

 리더: (확성기를 입에 가져다 댄다.)이동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차례로 버스에 오른다. 재영, 동욱, 수연, 나리, 정훈 순서로 버스 맨 뒷자리에    올라앉는다. 재영의 표정이 유달리 어둡다.)

 나리: (걱정된다는 듯)재영, 괜찮겠어?

 재영: 괜찮아.(나리에게 웃어 보인 뒤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리: 에휴. (한숨을 내쉰다.)

 재영: (나리를 쳐다보면서)어이, 박나리씨. 저 괜찮거든요?

 나리: (재영을 빤히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둔다.)

 (재영은 양 손을 꼭 잡고 창밖을 본다.)

 정훈: (나리에게만 들리게)재영이 괜찮을까?

 나리: (작게) 그러게 말이다. 하필이면, 에휴.

 (동욱은 그런 재영을 쳐다본다. 창밖만 쳐다보는 재영. 동욱은 그런 재영의 손을 꼭 잡아준   다. 재영이 그런 동욱을 쳐다본다. 씩 웃어주는 동욱. 재영도 잠시 얼굴에 미소를 띤다.)

 수연: (동욱에게) 오늘 경기 어떻게 될까요, 오빠?

 동욱: (수연의 질문에 놀라서) 어?

 나리: 야야, 꼬맹아, 당연히 이기지 오늘은!

 동욱: 이겨야지, 당연히.

 나리: 오빠, 이겨 야지가 아니라 이긴다니까요!

 동욱: 내기 해?

 나리: 콜! (정훈을 툭툭 치면서)야, 너 어디 걸 거야?

 정훈: 나? 당연히 이긴다!

 동욱: 야, 야! 다 이긴다에 걸면 재미없잖아, 누구 진다에 걸어!

 나리: 오빠는 오늘 경기 지길 바라나?

 (순간 눈치가 이상하다 싶은 동욱, 버스에 앉은 서포터들을 쳐다본다. 눈이 모두 동욱에게   로 향해 있는 상황.)

 동욱: 나리야, 오빠 살려줘라, 좀.

 나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다 이기는 것에 걸면 재미없다면서요.

 동욱: 야, 그래도.

 나리: 근데 어쩌지? 나랑 정훈이가 일단 이기는 것에 걸었는데. (목소리 조금 높여서)오빠        가 진다에 걸어야 겠네.

 동욱: (주변의 눈치를 본다. 여전히 동욱을 향한 눈길.)휴…. 알았다, 알았어.

 (동욱을 보는 눈빛들이 매섭다. 시선을 피하는 동욱. 여전히 재영은 창 밖을 보고 있다.)

 나리: 야, 꼬맹아. 넌 어디에 걸래?

 수연: 언니, 저 꼬맹이 아닌데….

 나리: 우리한테는 꼬맹이지. 니가 제일 어리잖아, (수연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어디에 걸        거야?

 수연: (동욱의 눈치를 한번 본다.)

 나리: 괜찮아, 어차피 게임인데 뭐.

 수연: (잠시 고민하다가) 균형 맞게, 2대 2 가죠?

 정훈: 오케이, 콜. 내기에서 지는 팀이 이따가 밥 사기.

 (재영을 바라보는 동욱. 재영의 손을 한 번 더 힘 있게 잡아준다. 그것을 보는 수연.)

 정훈: 나리야, 이따 뭐 먹을래?

 나리: 너 뭐 먹고 싶어? 야, 우리 당연히 이기겠다, 그치?

 정훈: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생각 해.

 나리: 너도, (의자에 기대면서)아이고, 뭘 먹을까?

 동욱: 싸게 골라, 싸게.


#27. 서울 구장 도착.

 (동욱에게 기대어서 잠이 든 재영. 서로 기대어서 잠이 든 나리와 정훈. 음악을 듣던 수     연. 버스가 서울 구장에 멈춘다.)

 동욱: (재영의 어깨를 흔든다.)재영아, 일어나. 도착했어.

 나리: (잠긴 목소리로.)정훈, 일어나. 내려, 내려.

 재영: (잠긴 목소리)도착 했어? (가방과 응원 도구를 챙긴다.)

 (각자 자기 소지품을 챙겨서 내리는 그들. 버스 통로를 지나서 버스 앞 계단을 내려가 버   스에서 내린다.)

 나리: 재영, 잘 잤어?

 재영: (나리에게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리: 자, 갑시다. (정훈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간다.)

 (동욱이 재영과 나란히 걷는다. 수연이 그 뒤를 따른다. 뒤에 서울 서포터 수호신이 들어오   기 시작한다. 재영의 걸음이 조금 빠르다.)

 민우: (재영의 조금 먼 뒤에서 같은 서포터들과 온다.)야, 오늘 어떻게…어?! 재영아!

 (걸음을 멈추는 재영. 같이 걸음을 멈추는 동욱. 민우가 재영에게 다가온다.)

 나리: (앞서가다가)근데 있잖아, 재영….(뒤를 쳐다본다. 민우가 재영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        다. 재영이 뒤를 도는 찰나, 재영에게 다가간다.)야, 왜 이러고 있어, 얼른 들어가야         지!(동욱을 쳐다보면서)아니, 오빠는 애가 정신을 잠시 놨으면 챙겨 줘야지! 명색이         남.자.친.구 라는 사람이!(재영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간다.)

 동욱: 야! 오늘 되게 까칠하네, 박나리씨. (나리를 쫓아간다.)

 (수연이 그 뒤를 쫓는다. 멀뚱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민우.)


#28.서포터 석. 경기 중.

 (관중석에 오랜만에 사람들이 가득 찼다. 기자들의 플래시도 다른 날보다 많이 깜빡거린    다.)

 장내 아나운서: 양 측 선수들 입장!

 (장 내 아나운서의 서울 응원이 시작된다. 홈경기인 만큼 수호신의 응원이 강하다. 수원을   조롱하는 ‘닭 잡는 날’ 등의 깃발도 군데군데 보인다.)

 리더: 오오오오! 수원! 수원! 수원! 나의 수원!

 그랑 블루: 오오오오! 수원! 수원! 수원! 나의 수원!

 (양 측의 응원이 고조된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리: 이겨야 할 텐데. (동욱을 쳐다보면서) 그쵸, 오빠?

 동욱: 시끄러, 박나리.

 정훈: 왜? 형, 이기면 좋잖아요, 우리 순위도 올라가고.

 동욱: (나리와 정훈을 쳐다보면서)야, 니들 응원이나 더 해!

 (응원이 점점 고조된다. 수호신에서 화염을 터뜨리면 그랑 블루는 두루마리 휴지를 길게    뽑아 던진다.)

 장내 아나운서: 아, 이런! 수비 뚫렸습니다! 수원 에두 슛! 아, 아쉽네요, 골로 연결됩니다!

               전반 23분. 수원의 에두가 선취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긴 이                 릅니다, 시간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다 같이 응원 시작!

 (그랑 블루에서 에두를 연호한다. 수호신도 이에 지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더 높여서 응원   을 한다.)

 재영: (골이 들어갔다는 소리에 그제서야 필드를 본다.) 어?! 골! 골! 에두!!!!

 나리: 아싸! 오빠, 우리가 이기고 있어.

 동욱: 아휴, 알았다 알았어!

 (재영이 기뻐하기는 하지만 살짝 힘이 빠진 듯하다. 동욱이 재영의 어깨를 두 어 번 두들   겨 준다. 나리가 동욱을 보면서 씩 웃는다. 수연은 잠시 동욱을 보다가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환호한다. 필드에서는 에두가 골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장내 아나운서: 자, 전반전 45분 끝났습니다. 아, 아쉽지만 우리 수호신! 후반에 더 열심히                 응원 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반전 시작. 양 측의 공격이 날카롭지만 골키퍼들의 선방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는 않는   다. 그러던 중 후반 30분.)

 장내 아나운서: 아, 이청용. 수원의 수비진을 헤집고 들어갑니다, 아크 정면에서 슛! 골!

 (전광판에 이청용의 모습이 크게 비친다. 열광하는 수호신. 반면 살짝 응원 열기가 식은 그   랑 블루. 다시 응원을 시작하는 그랑 블루.)

 정훈: 아, 아깝다! (동욱을 쳐다보면서)이게 다 형이 진다에 베팅해서 그런 거잖아요!

 동욱: 야! 니네 진짜! 골 먹히면 왜 내 탓이야! 그리고 나 말고 수연이도 걸었잖아!

 정훈: 아 형이 먼저 걸었잖아요!

 동욱: 에휴, 말을 말아야지, 어린 것들이랑은.

 (한 차례 수원의 교체. 백지훈이 나오고 서동현이 투입된다. 십 여분 수원은 공격을 몰아치   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게임은 끝난다. 선수들이 서포터 석 앞에서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일어나는 그랑 블루. 상대편 수호신도 마찬가지이다.)

 나리: 아, 아깝다. 이길 수 있었는데.
동욱: 그러게 말이다. 오늘은 좀 이기려나 했는데.

 수연: (동욱을 쳐다보면서)다음 경기 땐 좋아지겠죠?

 동욱: 그래야지. (재영을 본다.)가자, 재영아.

 재영: (아무 말 없이 짐을 챙긴다.)

 (계단을 올라가서 게이트로 나가는 재영 일행. 동욱은 계속 재영을 챙긴다.)

 나리: 에 씨, 비겨도 북패한테 비겨서, 원.

 정훈: 다음에 홈경기에서 이겨야지.


#29. 경기 끝.

 동욱: 아, 피곤하다.

 재영: (억지로 조금 웃으면서) 와, 오늘 진짜 피곤해.

 나리: 경기라도 이겼으면…좋았을 텐데.

 (멀찌감치 버스가 보인다. 옆에 수호신의 외부 행진이 이어진다. 일부러 보라는 듯 그랑     블루 버스 앞에서 조금 더 있는 수호신.)

 나리: 아, 시끄러워.

 정훈: 신경 쓰지 말자. 에휴.

 나리: 이게 다 오빠랑 저 꼬맹이 때문이에요. 진다에 베팅만 안했어도 오늘 이길 수 있었         는데!

 동욱: 야! 내가 뭐 비기라고 했냐!

 수연: 그래요, 언니.

 나리: 그러게 그 내기는 왜 하자고 해서.

 동욱: (어이 없다는 듯)야, 좋다고 한건 너야!

 나리: 나랑 정훈이는 이긴다에 베팅했잖아요. 그러니까 무효.

 동욱: 그래, 내가 졌다, 졌어.

 (버스 근처로 온 재영 일행. 재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나리: 아, 저건 또 왜 와 있어?

 (나리가 바라보는 곳엔 민우가 FC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서 있다. 버스 안에 탄 그랑 블루   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재영을 향해 손을 흔드는 민우.)

 재영: (동욱을 쳐다보면서)오빠, 먼저 타. 나 금방 탈게.

 (동욱, 수연, 정훈, 나리 이 순서대로 버스에 오른다. 유난히 민우를 째려보는 나리.)

 나리: 수호신 분이 여긴 웬일이신지, 원. 홈에서 비겨서 좋나?

 (나리도 버스에 올라탄다. 재영과 민우 둘만 남았다.)

 민우: (웃으면서) 오랜만이다.

 재영: (차갑게)이 쪽으로 좀 나와.

 (버스에서 둘은 멀어진다.)

 민우: 저번엔, 내가 미안했어.

 재영: (차갑게)괜찮아, 신경 쓰지 마.

 민우: 재영아.

 (재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에 동욱.)

 재영: (민우를 한번 쳐다본다. 핸드폰을 열고)어, 오빠.

 동욱: (N)버스 지금 출발한다, 재영아.

 재영: 어, 알았어. 갈게.(전화를 끊는다.) 나 지금 가야겠다. 안녕.

 (민우의 얼굴이 한번 클로즈 업 되었다가 재영의 핸드폰 고리가 클로즈 업 된다. 이어 재   영이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재영은 버스에 올라서 자리에 앉는다. 창밖만 바라보는 재     영.)      

       

#30. 이틀 뒤 재영의 집.

 (이불을 펴고 만화책을 보고 있는 재영. 여전히 벽에는 이관우의 싸인을 받은 유니폼이 걸   려있다. 혼자 킥킥거리는 재영. 전화가 온다. 번호를 보고 잠시 가만있는 재영.)

 재영: 여보세요?

 민우: 나야.

 재영: …왜?

 민우: 잠깐 나올 수 있어? 잠깐이면 되는데.

 재영: …어딘데?

 민우: 수원역.


#31. 수원역. 예전에 동욱과 같이 왔던 카페.

 (마주앉은 재영과 민우. 예전에 동욱과 같이 와서 앉았던 자리.)

 민우: (테이블에 있는 벨을 누른다.)

 웨이트리스: 주문 도와드릴까요?

 민우: 카라멜 마끼아또 하나랑,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웨이트리스: 주문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라멜 마끼아또 하나, 아메리카노 하나 맞으세              요?

 (민우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웨이트리스 자리에서 일어난다.)

 민우: 이렇게 앉은 거 오랜만이다?

 재영: (싸늘하다.) 그러게.

 민우: 잘 지냈어?

 재영: (여전히 싸늘하게)보다시피.

 웨이트리스: (다가와서) 실례합니다. 주문하신 카라멜 마끼아또 어느 쪽으로 준비 해 드릴              까요?

 민우: (재영을 가리키며) 저 쪽으로 주세요.

 (웨이트리스가 음료를 테이블에 놓는다.)

 웨이트리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재영은 커피를 마신다. 한 모금 마시고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고 컵을 잡고 있을 뿐, 더는   컵을 들지 않는다.)

 민우: 야, 엊그제 경기 재밌지 않았어?

 재영: (민우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민우: 역시 수원이랑 서울은, 둘이 붙어야 해. 진짜 최고인 것 같아.

 재영: 재밌더라, 그저께 경기.

 민우: 그치? 와 진짜 이청용 골 최고였어.

 (재영은 아무 대답 없다. 머그컵을 잡고 있던 손을 떼어 물을 마신다. 민우는 그런 재영을   잠시 바라본다.)

 민우: 야, 니가 보기에도 우리 팀에 이청용이랑 기성용은 좀 탐나지 않냐? 나이도 어린데        잘 하잖아. 진짜 우린 걔들은 잘 잡은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프런트에서 제일 잘        한 짓 같애.

 재영: 왜 보자고 했어?

 민우: (놀란 표정으로 있다.)

 재영: 그런 이야기 하자고 부르진 않았을 거 아냐?

 민우: (살짝 웃으면서) 오랜만에 봤는데, 왜 그래? 그냥 난 너 보고 싶어서….

 재영: 할 말 없으면 일어나자. (가방을 챙기고 일어선다.)

 민우: 다시 시작하자.

 재영: (민우를 쳐다본다.)

 민우: 다시 시작하자고, 처음처럼. 우리 학교 다닐 때처럼.

 재영: …미쳤구나.

 민우: 내가 지난번엔 미안했어. 그러니까, 다신 안 그럴 테니까 우리 다시 시작하자.

 재영: …안 일어나면 나 먼저 나갈게.

 (재영은 뒤돌아서서 카페를 나간다. 민우는 자리에서 한숨을 한번 내쉰 뒤에 재영을 바쁘   게 걸어 쫓아 나간다. 카메라 재영의 컵을 클로즈 업. 커피가 반 이상 남아있다.)


#32. 

 (카페 계단을 내려오는 재영과 그 뒤를 따라 내려오는 민우.)

 민우: 재영아, 잠깐만! (재영의 손을 잡는다.)

 재영: (계속 내려가면서 손을 뿌리치려 한다.)

 민우: (재영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잠깐만 얘기 좀 하자.

 재영: (돌아선다.) 무슨 이야기? 미안하다는 거? 그거? 여태껏 백만 번도 더 들은 그 얘기?

 민우: 미안해, 내가 저번에 있었던 일은 진짜, 너한테 뭐라고 사과해야 할지도 많이 고민          했어.

 재영: (손을 뿌리치려 한다.)일단 이거 놔.

 민우: (손을 놓지 않는다.)

 재영: (손을 뿌리치려고 한다. 싸늘하게.) 놔.

 민우: 못 놔. 나 이제 이 손 못 놔.

 (계단을 올라오는 구두 소리가 들린다. 올라오던 사람을 본 재영은 놀란다.)

 수연: 언니! (재영과 민우가 잡고 있는 손을 본다.)

 (민우의 손이 살짝 풀린 것을 알고 재영은 먼저 계단을 내려간다. 민우가 그런 재영을 뒤   쫓아 내려간다. 수연은 그런 재영과 민우의 뒷모습을 본다.)

 수연 친구: (아래를 보다가)누구야?

 수연: (살짝 웃는다.)있어. 서포터 같이 하는 언니, 들어가자.

 (카페로 들어가는 수연과 수연 친구.)


#33. 그 날 밤. 재영의 방.

 (컴퓨터를 하고 있는 재영. 메신저에 동욱이 로그인을 한다. 모니터 클로즈 업.-지금부터는   둘의 대화)

 동욱: (대화명: 그대 승리 위한 축배를 들자!)무슨 일 있어?

 재영: (대화명: 마음 다스리기.) 어? 오빠 왔네?

 동욱: 대화명 왜 그래?

 재영: 아냐, 아무것도.

 동욱: …진짜? 아닌 것 같은데?

 재영: 아니라니까.

 동욱: 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재영의 표정이 조금 굳는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떨린다. 침을 한번 삼킨 재영은 뭔가   결심한 듯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재영: 나, 사실은 아까 예전 남자친구 만났어. 오빠도 전에 본.

 동욱: 아…서울 원정에서?

 재영: 응. 다시 시작하자더라?

 동욱: ….

 재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답답해. 미워하는 것 같은데, 나 막 계속 생각나.

 동욱: 재영아.

 재영: 보고 싶기도 하고, 핸드폰만 보면, 액정만 보면 그 사람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

 동욱: …너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게 좋아.^^ 후회 하지 않으려면.

 재영: 정말, 그럴까?

 동욱: 나중에 후회하는 것 보다야, 그게 훨씬 낫지 않겠어?

 (재영은 한 번 더 한숨을 내쉰다. 침을 삼킨다.)

 재영: 고마워, 오빠^^.

 동욱: 고맙긴. 야, 나 왜 이렇게 피곤하냐. 먼저 나가야겠다. 내일 할 일도 많고.

 -이동욱: 그대 승리를 위한 축배를 들자! 님이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재영은 그 표시를 보고 나서 메신저를 로그아웃한다. 컴퓨터를 끄고 이불에 누운 재영. 쉽   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거린다.)


#34. 같은 날 동욱의 방.

 (침대에 누운 동욱. 잠이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동욱의 모습. 불을 켜고 책을 좀 읽긴 하   지만 금세 책을 덮는 동욱.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핸드폰 고리를 보는 동욱. 하지만 핸드   폰을 베개 옆에 놓고 불을 끄고 다시 눕는 동욱.)


#35. 재영의 방.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재영. 핸드폰을 열었다가 닫았다가를 반복한다. 핸드폰 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재영. 슬라이드를 열어서 문자 창에다가 문자를 입력하는 재영. 자? 라   고 입력하고 받는 사람에 나리의 이름을 검색해서 쓴다. 잠시 뒤 답이 온다. 재영은 그 상   태로 통화 버튼을 꾹 누른다.)

 나리: (목소리만)무슨 일이야, 친구?

 재영: 나, 민우오빠랑 다시 시작하려고.

 나리: (목소리만)제정신이냐?

 재영: 오늘 민우오빠 만났어. 다시 시작하자더라?

 나리: (목소리만)(다소 흥분 된 목소리로)아니, 그러니까 제정신이냐고.

 재영: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나리: (목소리만)왜 하필 그 사람인데? 왜 하필 조민우냐고! 너 걔 만나면서 힘들었잖아,         너 많이 울었잖아! 생각 안 나?

 재영: (여전히 아무 말 하지 않고 듣고만 있다.)

 나리: (목소리만)(한숨을 쉰다.)그래, 좋아. 좋다고, 근데 동욱 오빠는 어떻게 할 거야?

 재영: 아직…잘 모르겠어. 근데, 나 민우오빠가 맘에 걸려. 계속 생각나고, 그래.

 나리: (목소리만)휴, 너 진짜. (목소리를 낮춘다.)일단 지금은 자고, 내일 경기 때 만나서          이야기하자.

 재영: (전화를 끊는다.)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재영. 뒤척거린다. 블랙아웃.)


#36. 다음 날 구장. 1시 30분.

 (빅버드. 서포터 석. 나리, 정훈, 동욱 이렇게 나란히 서 있다.)

 나리: 얘 왜 안오지?

 정훈: 전화 해 봐, 지금 오는데 길 좀 막히긴 하더라.

 나리: 안 오려나?

 정훈: 어이쿠? 그랑 지킴이 윤재영씨가 안 오시려고? 잠 못 자도 걘 경기는 보러 온다, 야.

 나리: (핸드폰을 열어 통화 버튼을 꾹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댄다. 30초정도 있다가 핸드폰        을 떼고 종료 버튼을 누른다.)안 받네.

 정훈: 오겠지, 윤재영이 어디 가겠냐. (나리에게만 들릴 정도로)야, 근데 형 왜 저래?

 나리: (동욱을 한번 쳐다본다.)에휴.

 정훈: 왜 저래?

 나리: 이따가 말 해 줄게. 아, 저기 불여우 온다.

 (수연이 다가온다.)

 수연: 안녕하세요?

 정훈: 어? 안녕.

 수연: 재영 언니는요?

 정훈: 아직 안 왔네.

 나리: (혼잣말로)지가 오면 어쩔 거야.

 (정훈이 나리를 한번 쿡 찌른다. 정훈을 쳐다보는 나리.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수연: (동욱의 팔짱을 낀다.)오빠, 왜 혼자 심각해요?

 동욱: (멍하니 있다가 깜짝 놀라면서) 어?! 언제 왔어?

 수연: (생긋 웃는다.)지금 방금 왔어요.

 나리: (수연을 힐끗거리며 쳐다보다가 목소리를 크게)아, 이 지지배는 왜 안와!(다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수연: (동욱에게)오빠, 저 오빠한테 할 말 있는데.

 동욱: 어? 뭔데?

 수연: 잠깐 나갈래요? 여긴 좀 그렇다, 말하기~.

 (수연과 동욱이 나간다.)

 정훈: (나리를 툭 툭 치면서)야, 야!

 나리: 아 왜 전화…(뒤돌아본다. 수연과 동욱의 뒷모습이 보인다.)어?! 왜 둘이 나가?

 정훈: 야, 그래서 내가 너 쳤…넌 또 어디가?!

 나리: 자기!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서둘러 올라가는 나리. )

    

#37. 구장 밖,

 (서포터 석으로 들어오는 게이트 앞. 동욱과 수연이 마주보고 서 있다. 그리고 게이트 뒤에   서 그들을 보고 있는 나리.)

 나리: (혼잣말로)제발 받아라, 이 지지배야.

 (수연이 입을 연다.)

 수연: 오빠, 오빠 진짜 재영 언니랑 사겨요?

 동욱: 아니? 아닌 거 알잖아, 그거 헛소문이야.

 수연: (살짝 웃는다.) 오빠, 나 있잖아요. 나 오빠 좋아해요.

 동욱: (멍하니 수연을 쳐다본다.)

 나리: (혼잣말로)아휴, 저 불여시. 내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저거 싫다고 그랬는데. 아 이 인        간은 왜 또 전화 안 받아!

 동욱: 수연아, 좋아해 줘서 고마운데, 나 조금만 생각좀 해 볼게.

 수연: 지금 말 해주면 안돼요?

 동욱: 지금은 좀…그렇고, 다음에 얘기하자. 응?

 나리: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댄다.)받아라, 받아라, 윤재영. (수화기 너        머로 재영의 목소리가 들린다.)야! 너 왜 인제 받아!

 (수연과 동욱이 다시 구장으로 들어간다. 나리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

 나리: (재영에게) 아오, 야! 니가 예쁘다고 받아들인 불여시, 일냈다!

 재영: (N)무슨 일?

 나리: 아 오빠한테 고백했다고!

   

#38. 버스 안.

 재영: 어? 어…알았어. 지금 어디냐고? 오분 정도 걸려. 금방 가. 끊어.

 (핸드폰을 닫은 재영. 핸드폰을 자신의 무릎 위에 놓는다. 핸드폰 고리가 클로즈 업 된다.   재영이 핸드폰 고리를 본다. 창문을 바라보지만 재영의 시선은 불안해 보인다. 손톱을 깨   물기 시작하는 재영.)

 안내방송: 이번 정류장은 수원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버스 뒷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린다. 재영은 멍하니 손톱을 깨물고 있다. 문이 닫힐 때    쯤 주변을 보고 재영이 일어선다.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하려 한다.)

 재영: 아저씨! 잠시 만요!

 (버스 뒷문이 열린다. 재영은 내린다. 손끝에 살짝 피가 맺혀 있다.)


#39. 서포터 석. 2시.

 (게이트를 통과하여 서포터 석으로 간 재영. 뒤에서 동욱 일행을 잠시 바라본다. 시선을 거   둔 재영. 동욱보다 더 가까운 곳에 서포터 1이 서 있다.)

 재영: (서포터 1의 어깨를 치며)오빠, 나 여기좀 낄게요!

 서포터 1: 웬일이야? 저리 안 가고?

 재영: 아 복잡하잖아, 오늘 그냥 여기 있을래요.

 (서포터 1을 밀고 들어온 재영. 이상하다는 듯 재영을 쳐다보는 서포터 1. 재영은 나리에   게 문자를 보낸다.)

 재영: (문자 메시지 창 클로즈 업) 나 오늘은 뒤에서 서포팅 할게. 이따 나갈 때 봐^^.

 (나리가 잠시 뒤 핸드폰을 확인하고 두리번거린다. 재영을 찾은 나리. 재영은 나리에게 손   을 흔들어 보인다. 나리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다시 경기를 본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재영. 곧이어 진동이 또 온다. 열어서 확인해 보니 발신인에 조민우라고 표시가 되어 있    다.)

 민우오빠: (문자 내용) 경기 지금 잘 보고 있다~. 넌 또 서포팅하겠네^^. 그랑 중에 너 찾           아 봐야겠다.

 (재영은 핸드폰을 닫아서 가방에 넣어 버린다.)


#40. 하프타임. 서포터 석. 3시.

 (전광판에 스코어 0:0이라고 되어 있다. 교체 명단에 있는 선수들이 나와서 운동장에서 몸   을 푼다. 재영은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동욱과 수연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서포터 1: 재영, 음료수 마실래?

 재영: (서포터 1을 쳐다보면서)아, 아뇨. 전 괜찮아요.

 (재영은 가방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어 본다. 수신 문자 3건이라고 떠 있고 발신인에 민우   오빠라고 떠 있다. 문자를 확인하지 않고 다시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는 재영. 고개를 들   었을 때, 수연과 함께 나가는 동욱과 눈이 마주친다. 수연이 재영을 바라본다.)

 수연: (은근슬쩍 동욱의 손을 잡으면서)어?! 언니! 기다렸는데 왜 앞으로 안 왔어요? 내려        와요.

 재영: 아냐, 오늘은 여기가 편해.

 동욱: (어색하게) 그러지 말고 내려와.

 재영: (동욱의 눈을 피한다.)아냐, 오빠. 그냥 오늘은 여기서 볼게~.나 신경 쓰지 말고 잘         봐.

 (수연은 동욱의 손을 놓지 않고 그대로 서포터 석을 빠져 나간다. 작은 한숨을 내쉬는 재   영. 그 모습을 멀리서 보는 나리.)

 정훈: (나리가 쳐다보는 곳은 쳐다본다.)어?! 저거 재영이 아냐? 야…!

 나리: (정훈을 한번 찌른다.) 오늘은 그냥 놔둬.

 (정훈이 나리를 빤히 쳐다본다.)


#41. 경기 끝난 후. 4시 30분.

 재영: 오빠, 저 먼저 나갈게요. 담 경기 때 뵈어요!

 서포터 1: 어, 그래.

 (서포터 1이 자리 정리를 한다. 두리번거리는 나리와 시선이 마주친 재영. 나리에게 나오   라는 눈짓을 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리.)

 나리: (정훈에게)자기~내 것도 좀 챙겨서 나와 줘~. 나 잠깐 먼저 나갈게.

 정훈: 야! 야!(뛰어가는 나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필요할 때 만 자기래. (투덜거리면서           일단 나리의 짐 먼저 챙긴다.)

 (게이트 앞. 재영이 먼저 나와 있다. 나리가 곧 나온다.)

 나리: (재영의 쪽으로 다가오면서) 어제 일이 있었다고?

 재영: (고개만 끄덕거린다.)

 나리: 에휴, 내가 널 어쩌겠냐.

 재영: ….

 (정훈, 동욱, 수연이 차례로 나온다. 이번에도 동욱과 재영은 어색하게 눈인사만 나눈다.    나리는 정훈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한다. 수연은 동욱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 나간다.)

 재영: (동욱과 수연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나리: (재영을 힐끗 본다.)둘이 붙어서 나가는 게 이상해?

 재영: (살짝 웃는다.) 좀 이상하네. 어색하고.

 나리: (재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웃는다.)

 재영: 왜?

 나리: (더 크게 웃으면서)아냐, 아이그, 내 친구. (재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흩어놓는다.)

 (재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재영: 잠시만.(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다. 전화가 왔다. 발신자 민우오빠. 나리의 눈        치를 보고) 어? 오빠?

 나리: (모르는 체 하면서) 난 먼저 간다, 나 안가면 징징댈 한 사람이 있어서. 다음에 보자,        친구.


#42. 구장 근처 카페.

 (재영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민우가 재영이 잘 볼 수 있도록 손을 흔들어 보인다. 재영이   민우 앞에 앉는다.)

 재영: 많이 기다렸지? 미안.

 민우: 아냐, (메뉴 북을 재영 앞으로 내밀면서)뭐 마실래? 아, 너 카라멜 마끼아또밖에 안        먹었지? (벨을 누른다.)

 웨이트리스: 주문 하시겠습니까?

 민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하나 주….

 재영: (민우의 말을 막으면서)아뇨, 카라멜 모카 하나 주세요.

 웨이트리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 카라멜 모카 맞으세요?

 (재영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웨이트리스는 다시 돌아간다.)

 민우: (눈을 크게 뜨고)너 원래 모카 들어간 건 써서 안 먹었잖아?

 재영: 아…아냐, 요즘은 먹어.

 민우: 오늘 경기 재밌던데? 수원 살아나는 것 같은데?

 재영: 살아나야지. 얼른

 웨이트리스: 실례합니다. (테이블에 음료를 놓는다.)

 재영: (컵을 들어서 한 모금 마신다.)맛있다. 여기는 카라멜 모카가 맛있어.

 (순간 반대편 자리에 동욱과 앉았던 것이 생각난다. #18.몽타주 삽입. 재영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민우.)

 민우: 아, 근데 수원…왜 살아날 것 같으면서 안 될까?

 재영: (동욱과 앉았던 자리를 보면서 시큰둥하게)그러게.

 민우: 내가 봤을 땐 말야, 선수들 부상이 제일 심한 것 같아. 주전 선수들 다 부상이잖아          너네,

 재영: (여전히 시큰둥하게)그건 오빠 아니고 다른 사람도 다 알아.

 민우: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진다.)그래, 그거에다가, 마토 이적했지.

 재영: (시큰둥하다.)그래, 이적했지.

 민우: 거기다가, 이관우 요새 부진이지. 

 재영: (시큰둥하다.)그래, 요새 관우씨가 부진이라 안타깝지, 나도.

 민우: (재영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면서)야, 근데 넌 참…왜 그런 팀을 서포터 하냐?

 재영: (민우를 살짝 노려본다.)

 민우: 야, 이참에 서울로 옮기지 않을래?

 재영: (째려보면서)죽어도 안가.

 (민우는 다시 제자리로 가서 앉는다. 한참 말이 없이 커피만 마시는 재영.)

 민우: 나갈래?

 재영: 그래.

 (가방을 챙기는 재영. 재영의 커피 잔이 클로즈업 된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잔.)

 

#43. 동욱과 처음 만났던 호프집.

 (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 하고 울린다. 아직 사람이 많이 있진 않아서 조용하다.)

 알바생: 어서 오세요~!몇 분이세요?

 민우: 두 명 이오.

 (알바생이 자리를 안내 해 준 곳에 앉은 민우와 재영.)

 가게 주인: (새로 물품 들어오는 것을 받기 위해 나왔다가)어? 이게 누구야?

 재영: 안녕하세요?

 가게 주인: 오랜만이네?

 재영: 그러게요?

 (그제야 가게를 둘러보는 재영. 동욱과 처음 만난 가게. #14.몽타주.)

 가게 주인: (민우를 한번 힐끗 보더니)아…애인이야?

 재영: 네.

 가게 주인: (민우를 위 아래로 본다.)아, 난 또….바뀌었구나. 그래, 잘 놀고 가.

 (재영이 간단히 목례로 답한다. 가게 주인은 민우를 좀 쳐다보다가 물품을 받으러 나간다.)


#44. 호프집.

 (민우와 재영의 앞에 있는 잔에 각각 맥주가 따라져 있다. 재영은 핸드폰만 열었다 닫았다   하고 핸드폰 고리만 만지작거린다. 손톱을 깨물기도 한다.)

 민우: (재영을 보면서) 무슨 일 있어?

 재영: (정신을 차리고 민우를 본다.)응? 아니. 아무 일도 없어.

 민우: 뭐 있는 것 같은데?

 재영: 없어. 아무 것도 아냐. (핸드폰을 손에서 놓는다.)

 (민우는 아무 말 없이 잔을 들어 맥주를 마신다.)

 

#45.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는 재영.

 (재영은 민우를 빤히 쳐다본다. 재영의 시선을 느낀 민우.)

 민우: (재영을 바라보면서)뭐 할 말 있어?

 재영: 아, 아냐.

 (민우는 재영의 핸드폰을 바라본다. 수원의 홈 유니폼을 본 따 만든 핸드폰 고리와 같이    걸린 축구공 모양의 핸드폰 고리가 보인다.)

 민우: 오늘 니네 팀 경기 있잖아,

 재영: (민우를 쳐다본다.)

 민우: (재영의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되게 아까운 게 많았어.

 재영: (민우의 시선을 따라 자기도 핸드폰을 바라본다.) 아, 그렇지.

 (동욱과 핸드폰 고리를 맞춘 것을 생각하는 재영. #20.몽타주.)

 민우: 아 정말, 내가 라이벌 팀 서포터면서도 아쉽더라니까, 에두 찬스 놓친 건 정말.

 (재영은 핸드폰을 갑자기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민우: 에두 정말, 우리 팀으로 데려오고 싶었어, 그 때는. (재영을 바라본다.)

 재영: 오빠, 미안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테이블에 놓고 일어난다._

 (재영은 호프 집 문을 열고 나간다. 그 뒤로 당황해 하는 민우가 보인다. 카메라를 이동하   니 카운터에서 그 광경을 흥미롭게 보는 가게 주인이 보인다.)

 가게 주인: (중얼거린다.) 그래, 쟤보다는 저번에 걔지.

 

#46.구장 근처 액세서리 가게.

 수연: (동욱과 나란히 가다가 액세서리 가게 앞에서)아, 오빠 저 핸드폰 고리 사야 하는데.        여기 잠깐만 들러도 될까요?

 (동욱이 말하기도 전에 이미 가게로 들어온 수연. 동욱이 들어가고 있을 때엔 이미 수연은   핸드폰 고리 진열대 앞에서 이것저것 돌려보고 있다.)

 동욱: (수연 옆으로 와서 서면서) 뭐 괜찮은 거 있어?

 수연: 잠시 만요~. (뒤적뒤적하더니 오른손에 강아지 모양, 왼손에 하트 모양의 핸드폰 고        리를 들고)둘 다 예쁘다. 어떤 게 더 나아요?

 (동욱은 순간 재영과 핸드폰 고리를 맞춘 장면을 생각한다.)

 수연: 오빠!

 동욱: 어? (두개를 한 번씩 훑어보고는 무성의 하게)강아지 모양 예쁘네.

 (수연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동욱을 쳐다본다. 동욱이 먼저 가게를 나오니 그 고리들을 놔   두고 쫓아 나오는 수연.)                

  

#47. 근처 카페.

 (수연과 마주앉은 동욱. 핸드폰을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하는 동욱.)

 수연: 오빠, 뭐 드실래요?

 동욱: 카라멜 모카. 넌?

 수연: 전…(메뉴북을 더 본다.)카라멜 마끼아또 마실래요.

 (재영과 처음 카페에 왔던 것을 생각하는 동욱.)

 웨이트리스: 주문 도와드릴까요?

 수연: 카라멜 마끼아또 하나랑요 카라멜 모카 하나 주세요.

 (주문지에 적어서 일어난 웨이트리스. BAR로 향하는 웨이트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수   연. 다시 동욱을 쳐다본다. 멍한 표정의 동욱.)

 수연: (동욱의 앞쪽 테이블에 손을 탁탁 치면서)오빠,

 동욱: 응?

 수연: 다음 경기엔 어떨까요?

 동욱: (무성의하다.)글세, 감독이 알아서 하겠지?

 수연: 아무래도, 이관우는 다음 경기에 나오기 무리겠죠?

 동욱: (무성의하게)그럴지도.

 수연: 오늘 경기에서 너무 많이 놓쳤어. 컨디션 조절하라고 차감독이 안내보낼 것 같아, 그         쵸? 그럼 그 자리에 누가 나올까요?

 동욱: (역시 무성의하게) 다른 선수 나오겠지.

 수연: (동욱을 뚫어져라 쳐다본다.)오빠.(동욱이 반응이 없다.)오빠, 잠깐만요.

 동욱: 응?

     

#48. 카페.

 (각자 앞에 음료 잔이 하나씩 있다. 차갑게 동욱을 바라보는 수연.)

 수연: 오빠, 지금 되게 잔인한 거 알아요?

 동욱: ….

 수연: 이렇게 할 거면, 나, 애초에 받아주지 말았어야지.

 동욱: 미안해.

 수연: (눈물이 살짝 고인다.)나 정말, 잘 하려고 노력했는데.(고개를 돌려서 눈물을 닦는다.)

 동욱: (크게 결심한 듯) 앞으론, 나 너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미안해, 수연아.

 수연: (자리에서 일어선다.)됐어요. 어차피 내가 먼저 좋아한 거.(나간다.)

 동욱: (수연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수연: (나가다가 뒤돌아서서) 잡지도 않아? 왜?! 왜?!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카페 문을 크게 소리 내면서 닫고 나가는 수연.)

 동욱: (혼잣말로)미안해….

#49. 카페 앞 길가.

 (카페를 나선 동욱. 멍하니 잠시 하늘을 보다가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호   프 집에서 나온 재영은 동욱에게 전화를 걸려 하지만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다. 손톱을 다   시 깨물던 재영의 눈에 동욱의 뒷모습이 보인다. 재영은 그대로 뛰어 가서 뒤에서 동욱을   안는다. 동욱의 몸이 잠시 휘청했다가 바로 섰다. 자신을 안고 있는 오른손에 들린 핸드폰   고리를 보고 동욱은 씩 미소를 짓는다.)

 재영: 사랑해.

 (동욱은 몸을 돌려 재영을 안아 준다.)


#50. 빅버드.

 (서울과의 홈경기. 빅버드 입구에는 라이벌 격돌! 수원:서울 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   이 걸려 있다. 구장 안에는 수호신을 도발하는 걸개들이 보인다. 재영, 동욱, 나리, 정훈이   나란히 서포터 석에 있다. 장내 전광판에 선수들의 사진과 번호, 이름이 뜬다.)

 장내 아나운서: 수원의 별보다 빛나는 남자, 13번 이관우~!

 (그랑 블루의 환호가 크다. 필드로 나오는 이관우.)

 장내 아나운서: 수원의 파랑새, 20번 백지훈~!

 (선수들이 나와서 선다. 이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가 들린다.)

 리더: 제도의 푸른 하늘에 청백적의 기를 높여라 소리 높이 높이 외쳐라 만세! 수원만세!

 그랑 블루: 제도의 푸른 하늘에 청백적의 기를 높여라 소리 높이 높이 외쳐라 만세! 수원              만세!


#51. 전반 10분.

 정훈: (나리를 보면서)넌 사진 찍으러 오는 거니 경기를 보러 오는 거니?

 나리: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왜 이래? 요즘 내 새로운 취미야.

 정훈: 어휴, 내가 얠 데리고 구장을 다닌게 죄지.

 나리: 왜 니가 날 데리고 다녔대? 너 나 땜에 그랑 든 거잖아 멍충아!

 정훈: 에휴, 말을 말자.

 (그랑 블루의 환호가 갑자기 커진다.)

 나리: 야, 너 땜에 제대로 못 봤잖아!

 정훈: 또 나 때문이래.

 (상대팀 진영에서 서울 수비수 김진규의 반칙으로 프리킥 찬스를 얻어낸 수원. 선수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한다.)

 재영: 제발 들어가라, 제발.

 (숨 막히는 듯 한 분위기.)

 장내 아나운서: 키커로 나선 선수는 수원의 파랑새 백지훈!

 (심판이 가리키는 장소에 공을 놓는 백지훈. 뒷걸음으로 물러선다. 그랑 블루 전원이 다 일   어서 그 광경을 본다. 수호신도 다 일어서서 그 광경을 본다. 심판의 휘슬이 울린다. 백지   훈 점점 공 앞으로 도움닫기를 한다. 잠시 뒤 그랑 블루의 환호 소리가 더 커진다. 두루마   리 휴지를 던지는 퍼포먼스. 상대 서포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랑 블루: (크게) 백지훈!백지훈!백지훈!

 장내 아나운서: 수원의 파랑새 백지훈~~~~!!

 (전광판에 골세레모니를 하는 백지훈의 모습이 크게 잡힌다. 하이파이브 하는 동욱과 재영,   끌어 안고 있는 나리와 정훈의 모습이 클로즈 업 된다.)

#52. 동점골.(전반 30분.)

 동욱: 어? 저게 뭐야?!

 재영: 어? 갓 뎀!

 (수원의 진영에서 서울에 코너킥을 허용. 코너킥을 차기 위해 기성용이 준비 중이다. 긴장   된 분위기. 응원이 고조되는 수호신 측.)

 장 내 아나운서: 서울에 코너킥 찬스를 허용 했….

 (순간 수호신은 환호한다. 그랑 블루는 잠시 좌절의 기운이 맴돈다. 기성용이 올린 코너킥   을 이청용이 들어오면서 헤딩으로 이운재의 왼쪽 옆으로 들어갔다.)

 재영: 갓 뎀!

 나리: 아악! 이게 뭐야!

 (전광판의 스코어는 1:1. 긴장 된 모습의 동욱, 재영, 나리, 정훈.)


#53. 후반전 43분.

 장내 아나운서: 자, 우리 수원, 더 할 수 있을 겁니다.

 리더: 우리에게 필요한건?

 그랑 블루: 고오오올~고오오오올~!

 (전광판에 응원 멘트가 뜬다. 그랑 블루는 그것을 보고 응원을 다시 시작한다. 전반 30분   동점골을 먹힌 이후 1:1로 비기는 상황. 수호신이나 그랑 블루나 서로 응원 경쟁에 불이    붙었다. 수호신에서 화염을 쏘면 그랑 블루에서는 응원가를 크게 부른다.)

 재영: 아, 어떻게 해! 에두 넘어졌어!

 나리: 안 돼.

 (그라운드에 에두가 넘어져 있다. 서울의 거친 수비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선   수들이 넘어진다. 양측 서포터가 과열된 상황. 서울로서도 마찬가지의 상황.)

 그랑 블루: 에두!에두!에두!     

 (조마조마하게 경기가 진행된다. 서울 선수들이 볼을 돌려서 서울 진영으로 안전히 빼 내   었다. 전광판의 시계가 후반 42분을 가리킨다.)

 동욱: 어?!

 (갑자기 그랑 블루의 응원 소리가 커진다. 서울 진영에서 서울 선수들이 수원 이관우에게   볼을 뺏겼다. 단독 드리블 찬스.)

 장내 아나운서: 시리우스 이관우!이관우!

 그랑 블루: 이관우! 이관우!

 장내 아나운서: 서울 진영으로 한명 제치고, 두 명 제치고! 역시 케이리그 최고의 테크니션                 이관우! 서울 진영 중간쯤에서 슛!

 (골네트를 가르는 장면이 전광판에 비친다. GOAL이라는 글자가 전광판에 스친다. 2:1이라   는 스코어가 새로 새겨진다.)

 장내 아나운서: 시리우스 이관우!

 (크게 환호하는 그랑 블루. 그리고 줌 인 되었을 때, 더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재영과 동     욱.)

 

#54. 경기 종료.

 (심판의 휘슬 소리가 울린다.)

 장내 아나운서: 2:1! 수원 시즌 첫 승!

 (그랑 블루의 환호가 더 크다. 선수들이 벤치 쪽으로 가서 숨을 고른다. 백지훈과 이관우의   등을 두들기는 차범근 감독. 박수를 치면서 그랑 블루 쪽으로 오는 선수들.)

 그랑 블루: 알레~수원 블!루!윙! 오오오오오오~!

 (선수들이 박수를 치다가 서포터 앞에서 인사를 한다. 박수로 환호하는 그랑 블루. 카메라   줌인. 나리는 여전히 선수들을 사진 찍고 있고, 정훈은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있다. 옆으로   이동했을 때, 재영과 동욱이 잡은 손이 클로즈 업 된다. 그리고 그들 손에 똑같이 끼워진   커플링이 클로즈 업 된다.)


  재영: N. 그렇게 우리 팀은 시즌 첫 승을 이뤘다. 슬로우 스타터? 맞는 말 이었다. 장장             네 게임 만에 첫 승을 거두다니. (이관우 클로즈업)그리고 이 선수. 맞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이관우. 시즌 첫 승을 이룬 주역이다. 이 선수도? 슬로우 스타            터. 그래도 늦게 빛을 발했지만, 누구보다도 이번 승리의 주역이다.

          (카메라 동욱과 재영을 클로즈 업.)그리고…우리?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슬로우             스타터. 하나를 끝내고 얻어서 더 늦었던 우리.

  

 (카메라 그들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END?! AND!!라는 크레딧이 뜬다. 엔딩 크레딧이 오른   쪽으로 쭉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