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유명 글 모음

유예된 시간/잉게보르크 바하만

박송 입니다. 2012. 3. 3. 16:34

 

 

 

 

 

유예된 시간

 

 

잉게보르크 바하만   

 

 


더욱 더 혹독한 날들이 다가온다. 
판결의 파기로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나타난다.
이제 곧 그대는 신발을 동여신고
개들을 농가의 습지로 다시 쫓아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물고기의 내장들이

바람에 냉각되었기 때문이다.
초라하게 루우핀의 빛이 타고 있다.
그대의 시선이 안개속에 자국을 남기니,
판결의 파기로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나타난다.

저 편에서 그대의 연인이 모래속으로 가라앉는다.
모래는 그녀의 흩날리는 머리카락까지 솟아오르고,
모래는 그녀의 말속으로 떨어져
그녀에게 침묵할 것을 명령한다.
모래는 그녀가 죽어감을
그리고 모든 포옹후
기꺼이 이별함을 보고 있다.

돌아보지 말아라.
그대의 신발을 동여매고
개들을 쫓아보내라.
물고기들은 바다로 던져버리라.
루우핀의 빛을 꺼버리라.

보다 혹독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