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행사 소식

류근 교수님의 시와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어요

박송 입니다. 2012. 1. 7. 21:06
너무 아픈 사랑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상처적 체질 / 문학과지성사, 2010.

 

 

 김광석의 마지막 콘서트 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그는 위 콘서트가 끝나고 7시간후에 자택에서 자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