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소녀의 골목
박송 입니다.
2011. 10. 16. 23:53
- 소녀의 골목 -
골목은 엄마에게 이르는 여정을 품고 있다.
좁든 넓든 길든 짧든 그 길엔 수많은 목소리 가운데 수많은 몸짓 가운데
유독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잘 기억하며, 대문에 기대어 서성거리는 엄마의 모습을 오래도록 담고 있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낯선이를 만나거나,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지 못해 성적표가 도착할 무렵이나,
남자 아이들이 약올리며 꽁무니를 졸졸 따라올 때 줄행랑을 칠 때마다
엄마는 대문에 서서 가슴으로 나를 기다려 치마폭에 감춰주신다
우리집 골목은 사진 속 골목보다는 좀 넓은 대신에 짧다.
기역자로 꺾어진 그 골목엔 단 네 집만 살고 있다.
여고때 밤늦게 마치는 지라 엄마나 아빠는 번갈아가며 버스정류장에 나와계시곤 했다
그날 따라 아무도 나와계시지 않았는데,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그러려니하며
골목을 들어서는 데, 가로등 불빛 아래로 시커먼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있었다.
내 발소리에 아무 말도 없이 내게로 덮힐 듯 다가온 그 사람은 분명 낯선이였다
"엄마~~~~~"
어찌나 크게 불렀든지 네 대문이 다 열렸고 그 사람의 자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뒤로 엄마는 늘 골목을 지켜주셨다
그 뒤로 그 골목은 들어서면 푸근하고 안온하여
여행지에서 갓 돌아온 이가 안심하고 들어서는 곳이 되었다
아이의 골목은 어머니의 자궁이다.
아이가 멀리 나가 놀더라도 골목 가까이에서 놀고
골목을 나오려고 하지 않는 것은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그 골목에 평온함이 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