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마리가 활짝 피었습니다
일산에서 편집자 만나 점심 먹고 원고 이야기하고 집에 오는 길.
'참꽃마리가 활짝 피었습니다.^^'란 문자를 보내 준 친구한테 문자를 보냈습니다.
'모하셔요'
오늘은 수요일이지만 저녁 수업이 없는 날.
가르치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가운데 잎맥에 일정한 간격으로 뽕뽕뽕 구멍을 내고 있는 거위벌레
특별 보너스 같은 날을 그냥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참꽃마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신발을 갈아신었습니다.
그리고 전철을 탔는데..
어떤 사람이 전철 바닥에 엎드려 타블로이드판 신문지를 오리고 있었습니다.
큰 가위를 들고 신문지 끝을 둥글게 오리는 일에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지 경건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한때 그는 양복을 만드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기억이, 몸에 익은 어떤 습관이 가위질을 하게 했을까요?
앗! 거위벌레 요람!
원미산 숲길에 거위벌레 요람이 떨어져있었습니다.
얼마쯤 숲길을 걸을 때 친구가 소리쳤습니다.
"거위벌레닷!"
오늘은 참으로 특별한 날입니다.
전철의 재단사와 숲의 재단사를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거위벌레 한 마리가 나뭇잎을 재단하고 요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는 거위벌레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거위벌레 한 마리는 나뭇잎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조용조용 요람 만들기에 분주하고,
알을 낳는지 한동안 꼼짝 않고
거위벌레 두 마리는 내내 짝짓기에 빠져 잠잠하고,
자리를 옮겨가며 기나긴 짝짓기를 하고
시간이 자꾸자꾸 흘러갔습니다.
참꽃마리도 봐야 하는데...
해가 기울어갔습니다.
드디어! 기나긴 작업이 끝났는가 봅니다.
거위벌레가 나뭇잎 자루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그리고 한 덩어리였던 그들이 드디어 분리되었습니다.
드디어 각자의 길로 갔습니다.
짝짓기를 끝낸 거위벌레는 어디에선가 나뭇잎 요람을 만들고 있겠지요.
아, 성스러운 삶이여! 거룩한 삶이여!
오늘! 가슴이 뛰었습니다.
거위벌레가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참꽃마리가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아, 지금도 가슴이 둥당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