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
李奎報 放蟬賦 이규보 방선부
영리할손 저 거미란 놈/ 彼黠者蛛(피힐자주) 그 족속이 번성하네 / 厥類繁滋(궐류번자) 누가 네게 기교를 주었길래 / 孰賦爾以機巧(숙부이이기교) 그물 실로 둥근 배를 채웠는고 / 養丸腹於網絲(양환복어망사) 매미가 그 그물에 걸려 / 有蟬見絓(유선견괘) 처량한 소리를 지르길래 / 其聲最悲(기성최비) 내가 차마 듣다 못하여 / 我不忍聞(아불인문) 끌러 놓아 날려 보내니 / 放之使飛(방지사비) 곁에 있던 어떤 사람이 / 傍有人兮誰氏子(유인혜수씨자) 나를 보고 힐난하는 말 / 仍詰子以致辭(잉힐자이치사) 저 두 동물은 / 惟兹二物(유자이물) 똑같이 작은 벌레이니 / 等蟲之微(등충지미) 거미가 그대에게 무슨 손해며 / 蛛於子何損(주어자하손) 매미가 그대에게 무슨 이익인가 / 蟬於子何裨(선어자하비) 매미를 살려주면 / 惟蟬之活(유선지활) 거미는 굶주리니 / 乃蛛之飢(내주지기) 이 편은 고마워해도 / 此雖德君(차수덕군) 저 편은 억울해 할 것을 / 彼必寃之(피필원지) 어리석다 그대여 / 孰謂子智(숙위자지) 어찌 그를 놓아주는가” / 胡放此爲(호방차위) 내가 처음에 이마를 찡그리고 대답하지 않다가 / 予初矉額而不答(여초빈액이불답) 한 마디로 의심을 풀어 주되 / 俄吐一言以釋疑(아토일언이석의) 거미는 성질이 탐하고 / 蛛之性貪(주지성탐) 매미는 바탕이 맑을세라 / 蟬之質淸(선지질청) 배부르려는 욕심은 채워지기 어려우나 / 規飽之意難盈(규포지의난영) 이슬 먹는 창자야 무슨 경영 있을 건가 / 吸露之腸何營(흡로지장하영) 욕심 많고 더러운 놈이 맑은 놈을 박해하니 / 以貪污而逼淸(이탐오이핍청) 내 어찌 동정이 없을쏘냐 / 所不忍於吾情(소불인어오정) 거미의 뱉은 줄이 어찌나 가는지 / 何吐緒之至纎(하토서지지섬) 이루의 눈으로도 보기 어렵거든 / 雖離婁猶不容晴(수리루유불용청) 눈치 없는 저 매미 / 矧兹蟲之不慧(신자충지불혜) 어찌 자세히 보았으리 / 豈覘視之能精(기첨시지능정) 날아 지나려다 문득 걸려 / 將飛過而忽罥(장비과이홀견) 날개를 파닥거리니 더욱 얽히누나 / 趐拍拍以愈嬰(혈박박이유영) 저 윙윙 쉬파리는 / 彼營營之青蠅(피영영지청승) 냄새 맡고 몰려들며 / 紛逐臭而慕腥(분축취이모성) 나비는 꽃을 탐해 경박하게 / 蝶貪芳以輕狂(접탐방이경광) 바람 좇아 너풀거려 안 쉬니 / 隨風上下以不停(수풍상하이불정) 걸린들 뉘를 탓하랴 / 雖見罹而何尤(수견리이하우) 본시 제 욕심 때문인데 / 原厥咎本乎有求(원궐구본호유구) 그러나 매미 너는 워낙 남과 다툼 없는 신세 / 獨汝與物而無競(독여여물이무경) 어찌 이 결박을 당한단 말이냐 / 胡爲遭此拘囚(호위조차구수) 내가 이제 네 얽힌 것 풀어주고 / 解爾之纏縛(해이지전박) 네게 간절히 부탁하노니 / 囑汝以綢繆(촉여이주무) 높은 숲으로 훨훨 가서 / 遡喬林而好去(소교림이호거) 맑은 그늘을 골라 살되 / 擇美蔭之清幽(택미음지청유) 자주 옮지 말지어다 / 移不可屢兮(이불가루혜) 그물 친 벌레 엿보거니 / 有此網蟲之窺窬(유차망충지규유) 한 곳에 오래 있지 말라 / 居不可久兮(거불가구혜) 말똥구리 뒤에서 꾀하거니 / 螗蜋在後以爾謀(당랑재후이이모) 네 거취를 삼가거라 / 愼爾去就(신이거취) 그래야 실수 없으리 /然後無尤(연후무우)
부(賦) : 시나 산문이 아닌 운문인 점에서는 사와 비슷하나 서술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사와 구별되는데, 〈이소(離騷)〉와 〈풍부(風賦)〉같은 것은 부인지 사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이루(離婁) : 옛날 눈 밝은 사람의 이름으로 황제(黃帝) 때 사람인데, 백보(百步) 밖의 가을털[秋毫] 끝을 보았다 한다. 말똥구리 …… 꾀하거니 : 오(吳)ㆍ초(楚) 싸움에 오왕을 간한 어린애가 비유한 얘기 인데, 말똥구리가 매미를 잡아 먹으려 뒤에서 엿보는데 매미는 모르고, 말똥구리는 몸을 숨겨 찰싹 붙어 매미를 잡으려 하되 참새가 그 옆에 있음을 모르며, 참새는 목을 늘여 말똥구리를 쪼으려 하되 저를 겨눈 탄환이 그 밑에 있는 줄을 모른다. 《설원(說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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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부(放蟬賦) / 이규보 1. 내용 정리 저 교활한 거미는 그 종류가 너무 많다. 누가 그에게 저 교활한 재주를 길러주어 거미줄로 둥근 배를 채우게 했는가. 어떤 매미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처랑한 소리를 지르길래 내가 듣다 못하여 매미를 날아가도록 풀어 주었다. 그 때 옆에 있는 어떤 사람이 나를 나무라면서. "거미나 매미는 다같이 하찮은 미물(微物)들이다. 거미가 그대에게 무슨 해를 끼쳤으며, 매미는 또 그대에게 어떤 이익을 주었기에 매미를 살려주어 거미를 굶겨 죽이려 드는가? 살아간 매미는 자네를 고맙게 여길지라도 먹이를 빼앗긴 거미는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렇다면 매미를 놓아 보낸 일을 두고 누가 자네를 어질다고 여기겠는가?" 하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그의 이러한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하여, "거미란 놈의 성질은 본래부터 욕심이 많고, 매미란 놈은 욕심이 적고 자질이 깨끗하다. 항상 배가 부르기만을 바라는 거미의 욕구는 만족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슬만 마시고도 만족해하는 저 매미를 두고 욕심이 있다 할 수 있을까? 저 탐욕스런 거미가 이러한 매미를 위협하는 것을 나는 차마 볼 수 없기 때문에 매미를 구해 주었다." 하였다. 가늘디 가는 실로 그물을 만들어 놓으면 아무리 이루(離婁)같은 밝은 눈을 가진 이도 알아보기 어려운데, 하물며 이 어리석은 매미가 어떻게 그것을 살필 수 있겠는가? 어디로 날아가려던 참에 그만 거미줄에 걸려 날개를 움직일수록 매미는 더욱더 얽혀지기만 하였다. 제 이익에 급급한 저 쉬파리같은 무리들은 온갖 냄새를 따라다니면서 비린내 나는 음식만 찾으려한다. 나비 역시 향기나는 것을 구하려고 바람을 따라 바쁘게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다가 그물에 걸린들 누구를 원망하랴. 탐욕스런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이와 달리 저 매미는 원래 남과 잘 다투는 일이 없었는데도 이런 악독한 거미줄에 걸렸다. 나는 매미 몸에 뒤얽힌 거미줄을 풀어 주면서 다음과 같이 간곡한 말로 당부하였다. "우선 울창한 숲을 찾아서 가거라. 그리고 깨끗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되 자주 나다니지 말아라. 탐욕스런 거미들이 너를 호시탐탐(虎視耽耽) 엿보고 있다. 그렇다고 같은 곳에서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아야한다. 버마재비란 놈이 뒤에서 너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너의 거취를 조심한 다음이라야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 2. 요점 정리 1) 작자 : 이규보 2) 형식 : 부(賦), 고전수필 3) 성격 : 비유적, 우의적, 교훈적 4) 주제 : 탐욕스런 인간 세태의 비판 5) 등장소재 -거미 쉬파리 나비~ 욕심많고 탐욕스러우며 교활한 관점으로 묘사.
-매미~욕심이 없고 탐심이 없으며 교활하지 않은 깨끗한 이슬만 먹고사는 곤충으로 묘사. ▶ 특징 : ①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대조적 진술)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② 자연물을 인격화하고, 대상의 속성에 착안하여 비판에 반박하고 있다. ▶ 구성 : 행위 - 비판당함 - 반론 - 주장 3. 내용 연구 1) 미물 : 아주 자질구레한 벌레 2) 이루 : 맹자의 이루지명(離婁之明)에서 나온 말로 눈이 매우 밝은 사람을 뜻함. 3) 쉬파리 : 쉬파리과의 파리 하나 4) 호시탐탐(虎視耽耽) : 기회를 노리고 가만히 정세를 관망함을 이르는 말 5) 버마재미 : 일명 사마귀 4. 이해와 감상 이 글은 작가가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놓아 준 행위에 대해서 비판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 반박하면서 자기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글로 작자는 매미를 놓아준 것은 거미에게는 해가 될 수 있지만 욕심이 많은 거미에게서 욕심이 없는 깨끗한 매미를 놓아 주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향기나는 것을 찾아다니는 나비나 비린내 나는 것을 찾아 다니는 쉬파리가 거미줄에 걸린 것은 탐욕스러운 욕심에 의해서 생긴 일이므로 불쌍하게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글은 단순히 매미와 거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미와 거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세계의 모습을 풍자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매미로 상징되는 깨끗한 사람은 항상 깨끗한 사람은 항상 깨끗한 곳을 찾되 자기의 거취를 조심스럽게 결정하게 되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깨끗한 사람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