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교수님 詩

- 출생
- 1953년 4월 9일
- 학력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 경력
- 2005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태권도 실력 참 엄한 데 쓰구 있쓔
김진경
니는 어릴 적부터 태권도를 잘허니께
을지문덕 겉은 장수가 될 거라구
아부지두 참
속없이 좋아허시드니만
태권도 실력 참 엄한 데 쓰게 됐쓔.
논산훈련소서 재수 옶게 전경으로 뽑히드니만
팔자에 없넌 서울 귀경에다
대학 못 간 거 섭섭헐 거라구 대학 귀경꺼지 시켜 주네유.
매일겉이 대학 부근을 지키거나
데모허넌 날은 종로 바닥을 지키거나 혀유.
아부지헌테 청바지 못 얻어 입은 거
워츠키 알았는지 청바지 청조끼루 위 아래 쪽 빼구
오토바이 타구 싶어 안달혔던 거
워츠키 알았는지 백바가지꺼지 턱 주대유.
그리구는 쇠파이프를 주믄서
용감헌 장수처럼 데모대를 향해 돌진허라는 거여유.
안 그러믄 얻어터지구 악에 받치니께
재정신이 아니게 데모대를 향해 돌진허기넌 허는디
아무래두 을지문덕허구는 거리가 먼 거 같어유.
이 길루 쭉 나가믄
일본눔덜 장수나 미국눔덜 장수가 되믄 되얐지
을지문덕 겉은 장수가 될 수 있겄쓔.
밤늦게 광화문통을 지키구 서 있을려믄
공연히 쭈삣쭈삣해유.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지를 내려다보믄서
"이눔아 오랑캐를 쳐 죽여두 시원찮은디
부모형제헌티 쇠파이프를 내려쳐?!"
불호령이라두 헐 것 같어유.
지넌 속으루 그러지유.
"아녀유.
지가 하구 싶어서 그러는 게 아녀유.
장군님두 이 복잡한 시상에 태어났으믄
거기 서 계신 건 고사하구
지처럼 백골단이 되얐을지두 몰러유.
지두 이 쇠파이프루
오랑캐덜 대가리를, 그리고 그 밑에 그 자식덜 대가리를
단매에 부서뜨리구 싶은디
참 시상 드럽게 만났시유."
아부지 아무래두 이눔에 시상이
오랑캐덜 시상인 거 같아유.
최성수.손경묵 엮음 『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 시 100』[실천문학사]에서
5공 정권이 들어서며 백골단을 만들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백골단의 자기 양심적 고백 같은 이야기다 당시 참으로 많은 젊은 대학생들이 죽음을 불사르며 민주주의를 외치고 자유를 외치며 피를 흘렸다 그러한 세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직도 우리는 세상의 구도를 잘 못 잡아 찍어 놓은 풍경 사진처럼 날마다 시위대와 전경들 사이에 벌어지는 시위 현장을 목격하며 살아야 한다 그들 중 상당 부분은 군 복무 의무라는 엄격한 법에 의하여 통제 받고 지시에 충실한 행동을 해야만 하는 양심적 자유까지 국가에 귀속 시켜 살아야 하는 현실이다 말 그대로 병역의 의무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소중한 병역의 의무가 양심에도 없는 자기 가치를 버리고 조건없는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병역의 의무와 상반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김진경 시인은 태권도 잘하고 운동 좋아한 건장한 한 젊은이를 통해 화자된 우리 세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경찰이 불법 시위 국민을 잡아 구속시키는데 많이 잡아 구속시키는 경찰에게는 포상금을 주겠다는 발상이 나오는 세상이다 이는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 국민을 사냥감으로 생각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생각이다 참으로 난감한 세상이다 도독을 지키라고 했더니 주인을 물겠다고 으르렁 거리는 개와 무엇이 다른가 다시 한 번 김진경 시인의 시를 꼽씹어 읽어보니 우리 세상이 아직도 따뜻한 세상을 이루어 내려면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