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요/ 한용운
알 수 없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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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 <님의 침묵>(19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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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 | |||
[개관정리] ◆ 성격 : 구도적, 역설적, 명상적, 관념적, 신비적 ◆ 표현 : 산문적 리듬과 경어체의 사용(유원하고 심오한 동경을 표현하기에 적절) 의문형 문장의 반복을 통해 주제를 심화하고 시상을 통일함. 각운적 요소(∼입니까?), 설의적 표현 동일한 통사구조의 반복(A는 누구의 B입니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낮→저녁→밤) 비유적 대응관계 형성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누구 → 님. 절대자. * 1행 → 신비로운 자연을 통해 임의 의지를 드러냄. '수직의 파문'은 심안으로만 볼 수 있는 파장으로, 시인의 직관력이 돋보이는 표현. * 2행 → 깨달음의 순간에 임의 신비한 모습을 인식함. '검은구름(세속적 번뇌와 고통)'을 벗어나 '푸른하늘(님의 오묘한 진리와 깨달음)'을 만남. * 3행 → 님의 향기를 느낌 님의 입김은 너무나 향기로워, 시간적 확대(옛 탑)와 공간적 확대(나무, 이끼)를 가능하게 함 * 4행 → 불도의 광대무변한 진리에 대한 감동과 인간의 한정된 세계 속으로 들어온 님의 모습. * 5행 → 님의 아름다운 모습이 온 천지에 충만함을 노래함. 저녁놀은 절대자의 시이며, 더없이 아름답고 정화된 종교적·예술적 경지를 암시. * 6행 → 화자의 끝없는 구도정신과 신앙적 고백이 나타남. *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됩니다 → 윤회사상. 부정을 통해 긍정에 이르는 불교적 변증법의 원리 소멸해 버린 어떤 것의 소생에 대한 신념(소멸→극복→생성) * 타고 남은 재 → 비생명, 무(無), 소멸해 버린 것, 상실한 주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형이상학적 존재 * 기름 → 생명의 상태, 유(有), 가치있는 대상 *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님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잃지 않고 밤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밤 : 님이 없는 상황의 어두움, 주권상실의 현실, 절대자가 불신받는 현실 약한 등불 : 자신을 무화(無化)시켜서 남을 존재하게 하는 거룩한 존재 경건하고 절대적인 신앙의 등불 조국의 재생을 기다리는 새벽을 위해서 타는 등불 ◆ 주제 ⇒ 절대자에 대한 구도적 염원 감각적 현상의 배후에 있는 절대자의 신비함과 그에 대한 신앙적 고백 조국의 독립을 위한 저항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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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의 흐름(짜임)] ◆ 1행 : 떨어지는 오동잎 = 님의 발자취 ◆ 2행 : 푸른 하늘 = 님의 얼굴 ◆ 3행 : 알 수 없는 향기 = 님의 입김 ◆ 4행 : 작은 시내 = 님의 노래 ◆ 5행 : 저녁놀 = 님의 시 ◆ 6행 : 님을 향한 변함없는 정신(끝없는 구도정신과 신앙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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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문장 구조가 같은 질문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질문은 한결같이 "A는 누구의 B입니까?"의 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자연 현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질문 속에는 '나'의 모습이라곤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나'는 오직 자연 현상을 관찰하는 자일 뿐이다. 이 자연 현상이 '님'의 현신임은 말할 나위 없다. '나'는 자연 현상 속에 드러나 보이는 '님'의 모습을 통해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삼는다. 이렇게 의문형으로 끝나는 몇 개의 행이 계속되다가 마지막 한 행에서는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는 진술이다. 이것은 이 작품 전체에서 유일하게 의문형으로 끝맺지 않은 문장일 뿐만 아니라 이 시의 주제를 이해하는데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행은 님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의 고백이다. '나'는 그 '님'의 밤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스스로를 태우는 등불이다. 여기서 '밤'은 '님'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의 어둠의 시간이며,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진 괴로운 시대에 해당한다. 이 어둠의 시대에 '나'는 자기 자신을 태워서 어둠과 싸우며 '님'이 사라진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히고자 한다. 그 불태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지속적인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의 기본 바탕은 불교의 윤회 사상과 연기설(緣起說), 그리고 색즉시공(色卽是空)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지만, 그 심오한 진리가 작품 속에 완전히 용해된 탓으로 조금도 설법(說法)의 냄새를 풍기지 않고, 도리어 감각적 실체로만 나타나 있어 만해의 뛰어난 시적 능력을 감지(感知)할 수 있다. |
우리는 나라가 있어 행복합니다.